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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 날 Nov 05. 2023

11월 5일

몇 번의 달이 차고 기울었음에도

  나는 아직도 종종 그 하루에 갇힌다. 내 마음의 절반이 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던 날. 그래서 나조차 잃게 되었던 날.


  2019년 11월 5일. 노을이 지던 오후.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붙잡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밤이 다 올 때까지 울었다. 창문을 열어 놓은 방엔 언제 여름이 끝났는지 가을이 들어와 있었다. 11월이 되어서야 가을을 처음 봤다. 갑자기 다가온 계절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의 여름도 영영 끝이 났구나. 자꾸 몸이 떨렸다. 추워서 그랬는지, 슬퍼서 그랬는지, 끝나간 계절이 벌써부터 그리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 울고 있을 나를 모두가 걱정했다. 그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의 걱정도 받아내지 않았다. 모든 마음이 싫어졌다. 결국 잃게 될 마음이 의미 없이 느껴졌다. 어쩌면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소중한 걸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네 번의 겨울을 내내 울다 그다음 봄에 눈물을 닦았다. 여름을 웃으며 보냈다. 웃으며 보내는 날들이 익숙해져 갔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작게 공감했다. 예쁜 꽃을 사다 책상 위에 두었다.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웠고, 혼자서도 밥을 예쁘게 차려먹었다. 기타도 치고 그림도 그렸다. 나는 다시 하나 둘, 소중한 걸 가져다 마음을 장식했다.


  바람이 불고, 하늘이 들떠 가을이 왔다. 다시 그날이 떠오른다. 그때의 모든 것이 생생하다. 가을이 느껴지면 관성처럼 다시 그 하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몇 번의 달이 차고 기울었음에도 여전히 그날 그 방 안에서 울고 만다.




 어제를 살아가는 건 참 슬픈 일인 거 같아요. 여러분의 11월 5일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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