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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Mar 28. 2024

어쩌다 유럽 세 달 살이 짐싸기

도움닿기




산티아고 출발일은 언제야?


흠..


글쎄 출국이 9월 5일이니까..

조금 쉬다가 9월 8일에 갈까?


전혀 아무 계획이 없는 나였다.

사실 산티아고 몸만들기와 트래킹 장비를 산 것 외에

계획이란 걸 세워 놓칠 않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답이 정해진 세상의 틀에 맞춰 살다 보니 내 몸과 정신은 그 안락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면 지옥이라느니 삶이 고단하다느니

이런 소리를 매번 늘어놓지만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거라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 정규직은 다른 시도를 못하고 평생 일해야 하는 족쇄이고, 나의 직업 정체성에서 일 순위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직장인 코스프레라는 가면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이순위 직장인 정체성인 디자이너로서 보통 디자인 업무란 게 클라이언트 주문에 고려한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내는 게 주 업무인지라 상호 매뉴얼이라던가 소통이 많은 직업은 아니다. 나에게 가장 익숙한 말투와 환경이다.


하지만 사무 행정 일은 전화로 확인 및 대응 방법이 불 특정 다수에게로 되어 있고 지원사업의 경우 하청을 주는 회사의 시스템에 맞춰 세무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입에서 말들이 어색함에 잘 붙지도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포토샵이 아니라 엑셀을 다루며 일을 해야 했다.


사과 농장을 하다가 갑자기 쌀농사를 지으려고 하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배워야 할 것 천지인 것이다.


선과 색깔로 분류되는 디자인업계와 달리 사무 행정직은 엑셀표와 숫자로 분리가 되었다.

일렁이는 엑셀표 속에서 나는 숫자 파도에 난독증 걸린 사람처럼 자주 멀미가 일어났다.


사무직 업무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해본 게 처음이기도 하고 게다가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받지도 않는 나에게 모르는 사업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지원사업의 양식 여부와 확인을 물어본다는 건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나와 함께 입사했던 동료는 여행사 경력이 있는 베테랑 이어서 들어오자마자 거의 하늘을 날아다니듯 자연스럽게 그곳에 녹아들었다.


그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불똥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디자인과는 완전히 마인드부터 사람들 성향 숨 쉬는 분위기까지 달랐다. 전화 통화서부터 화가 나있는 사업자들에게 통화를 하자니 내 목소리는 점점 어린양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럼에도 내가 튕겨 나가지 않고 일 년의 기간을 여기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동료들 덕분이었다.


경력직 동료들의 든든한 쿠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하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회사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이 또한 나에게 새로운 능력이 생길 거라 생각하며 뜸 들이는 기간을 나 자신에게 부여한 거라 생각한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해줘야 할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 하는데, 경력이 없는 신입직원들이 실수하고 넘어져도 되는 안전망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자양분 같은 것 말이다.


산티아고를 가는 것부터 여행 계획 하나하나가 나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할 길이었다. 준비 과정 부터가 순례길을 걷는 여정이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여행에서
아무것도 기댈  기준이 없었다.


출발일이 정해져야 숙소도 예약하고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는데 나는 9월 길을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다.


파리에 있는 언니와 나의 계획을 공유했을 때 나의 불안 상태를 극에 달해 있었어서, 출국 후 기차를 타기 전까지도 산티아고행에 대한 결정을 보류할까 말까 걱정과 고민 상상이 머리끝까지 꽉 찬 상태였다.


일단 산티아고를 갈 일정과 계획을 이야기하니

언니는 산티아고는 해인사처럼 유명한 성당일 뿐인데 굳이 걸어서 거길 갈 필요가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언니의 걱정 어린 한마디에 흔들리는 촛불 마냥 파르르 흔들린게 사실이다.


중심축 없는 축구공 마냥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널뛰고 있었지만 마음속 아주 작은 소리는 산티아고에 가야 할 때라고 유일하게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심정은 어두운 밤길을 작은 촛불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이었다.


나는 그 충고가 참 받아들이기 싫은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충고는 충고일 뿐이니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9월 5일에 출국하니까 언니집에서

며칠 쉬었다 바로 7일이나 8일 즈음

내려가는게 어떨까요?”


언니는 몇 년 만에 보는 건데 며칠 더 머물다 가는 게 좋지 않겠냐며 일정과 기한을 기차표를 보면서 잡아보자고 얘길 꺼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언니네서 머물기로 이야기를 끝마치고, 9월 12일 아침 7시 기차를 구입하기로 정해졌다.


왜 12일 이냐면 유럽 기차들은 시간과 요일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12일 화요일 새벽 기차 시간이 가장 저렴했다. 이유는 몰랐지만 수요일 점심과 주말 시간대 와 금토일 시간대 기차표는 100유로가 넘었고,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았다.


유럽에 지인이 산다는 게 얼마나 크게 의지가 되고 큰 기준점이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그냥 관광만 가는 거였다면 이렇게 긴장하고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프랑스 기차 예약앱 sncf


삶에도 나아가고자 하는 기준점이 있을 땐 쭉쭉 앞으로 뻗어 나가기만 하면 된다.

뭐 그런 게 사회로 치면 복지일 거고 개인으로 치면 가정일 것 같다.


 유럽여행의 기준점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언니가 되었다.


예약날짜를 잡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럽살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예약을 하려면 현지 앱으로 결제를 해야 하니까 유로가 필요했다.




트레블 월렛&트레블 로그



나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었던 ‘트래플 월렛’


신용카드로 수수료와 비싼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되고 비싼 수수료도 없이 통장과 연동된 돈을 각국 화폐로 환전해서 바로 쓸 수 있는 “국제 체크카드”라니 나는 예약을 해본다고 트래블 월렛에 돈을 넣고 환전을 해서 SNCF 기차표를 바로 결제해 보았다.


5년 전 일본 갈 때만 해도 그냥 환전해서 갔었는데 다들 이걸 알고 있었으면서 말을 안 해 준건지?

원시인 마냥 신기한 세상이었다.


코로나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서 인류는 새로운 방식으로 또한 진화했다. 그래서 위기라는 것은 결국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걸 안다. 이 이론을 몸소 체험하고 편하게 누릴 수 있다니 영화 ‘백튜더 퓨처’에 나오는 주인공이 신문물을 만나 신기해하는 것 마냥 요 작은 카드 하나에 감동이 밀려왔다.


나 빼고 다 사용하고 있었다 말이지?

아니 이 좋은 걸 말을 안해주고 다녀단 말이지?




만약 짐 없이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핸드폰과 지갑 여권만 가져갈 건데 카드만 있으면 이제는 전 세계를 다닐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세상 아닌가?




유럽 유심 브랜드별 사진


어디서든 편하게 U-SIM


그렇게 유럽 u-sim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식의 흐름이 옮겨지면서 우선 한국에서 미리 출국당일 도착해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 유럽유심을 구매했다.



유럽 유심은 Vodafone, movistar, Orange

이렇게 세 개의 통신사로 볼 수 있는데 나는 e-sim 사용 경험이 없지만 유럽에서 유심이 너무 저렴해서 유심을 사용하길 권한다.


https://naver.me/FENFBLvQ


한국도 이렇게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00기가에 2만 원 정도면 한 달 기간 동안 하루종일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녀도 될 만큼 여유롭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스페인 유심이라 스페인 내에서만 100기가이고 국경을 넘으면 10-20기가이다. 전화는 예약을 위해 필요할수 있어서 충분히 있는걸 선택하는게 좋고, 문자는 대부분 왓츠앱으로 연락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제일 중요하다.


재밌는 건 데이터와 전화는 무료이지만 문자가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꼭 통신사 약관을 확인해 봐야 하고 한 달 기한이 지나거나 데이터를 다 쓰면 내 폰은 스페인 칩이었어서 스페인어로 문자가 계속 날아온다.


영어가 어렵거나 한다면 한국에서 미리 사가지고 가는 것도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큰 도시에 가야지만 유심 판매처가 있고, 가서 통신사에 유심을 판매하는 곳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찾아다녀야 하는 게 곤욕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보험!!!




삼 개월이나 지내는 나는 꼭 보험을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는 일반 보험을 알아봤다.

대략 일반적 가격대는 3만 원에서 6만 원 대로 나눠 졌다.나는 아주 저렴하고 기본적인 것만 보상해 주는 보험이 필요했다.


나의 첫 유럽 여행 때 나는 어이없게 울퉁불퉁한 마차길 블록이 익숙지 않아 길에 패인 홈에 발이 걸려 넘어졌었다. 20년이나 된 이 기억을 왜 하고 있냐면 내 코와 입술이 터지면서 크게 다쳤었기 때문이다.


물건에 애착이 있거나 고가의 물건은 애초에 가져가지 않는 게 맞다. 거기다가 산티아고를 걷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삼 개월을 유럽에서 지낼 거니까 독감이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할 일은 분명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 커뮤니티 정보를 뒤져서 마이뱅크 여행자 보험을 들게 되었다. 2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 저렴한 보험이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가입을 해놨다.




그 외 스페인 산티아고짐 목록: 총 6kg


코오롱 스포츠 등산배낭 40리터
보조가방(여권 및 카드 지갑 가지고 다닐 힙색)
에코백(경량 접이식-장바구니)
침낭(최대한 초경량)
트래킹화-호카(고어텍스여야함)
테바 샌들(일상용)
등산용 옷-바람막이재킷 1, 고어텍스 재킷 1, 레깅스 2, 수영복 겸용 반바지 1, 츄리닝바지 1,기능성 반팔 3 ,팬티 3 , 위생팬티 1 ,속옷 일체형 민소매 2(유니클로), 스포츠브라
일상용 옷- 캐주얼 셔츠 1 ,카고바지1
수영복
선글라스
비너 3
물티슈 1
휴지 1
헤드렌턴(필)
등산용 모자-쿠팡에서 저렴한 것(챙이 가장 넓고 목까지 가려주는 가림막이 똑딱이로 붙어 있음 낚시용 모자)
스패츠(짧은용)
판초형 우비(배낭까지 다 덮이는 것이어야 함)
목에 차는 쿨러(적시면 시원하게 젤 들어가 있는것)
팔토시 1(굳이 안 가져가도 됨)
양말-인진지 발가락 양말 2, 등산양말 2, 스포츠기능성양말 1
세면도구-바디샤워 미니사이즈 1, 칫솔, 치약(미니),여행용 가글, 여행용 접이식 헤어브러시
스포츠타월 1(목도리로 사용해도 되는 작은 것)
손수건( 팔에 묶고 땀 닥을때 유용)
(보통 아주 큰 타월을 가져가서 커튼으로 쓰기도 함)
빨래망
빨래집게 2
옷걸이2
스탠후크2
튜브형 목베개
지퍼백 대•중•소 여분1개씩-물건 소분/젖은빨래/과일 소분
화장품-선크림, 썬스틱
손목보호대
손가락 보호대2
무릎보호대-찍찍이형
발목보호대-경량압박 좀 밴드, 중경상 압박 조임 밴드
상비약(개인에 따라 띠를 수 있음)-바셀린&호랑이연고(작은 통에 옮겨 담아 가지고 감) 근육이완제, 진통제, 감기약, 지사제, 정로환, 파스, 휴족시간, 베드버그 스프레이, 진드기패드, 근육테이프, 여드름패치, 아로미오일(소분해서 가져감), 수지침, 알레르기약, 대일밴드, 말크림(호랑이연고처럼 유명한 근육 마사지 크림), 영양제, 면봉 3, 알코올스왑 10,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마사지볼, 괄사
반짇고리세트(물집 수술용 필수), 작은 가위(종이테이프 자르는용 유용함), 손톱깎이, 옷핀 작은 것 아주 많이(빨래 걸이용으로 유용), 귀파개, 족집개
귀마개(추가여분 가져갈 것)+아주 강력한 것으로 가져갈 것
보조배터리(5000mah-아주 작은 사이즈 c-port 겸용)
충전잭
멀티 usb플러그
마스크 2
비상식량-라면수프, 봉지커피 여분, 차 티백여분
에너지파우더(마라톤 및 운동선수들이 먹는용)
젓가락&숫가락(캠핑용)
헤어드라이어기(테팔-초경량)

•꼭 가져가길 추천하는 아이템
작은 양산
(그늘 만들고, 비 피할 수 있음-우산겸용)

•현지 구매하는 물품
꼼피드(물집밴드), 생리대, 의약용품, 라면(비상식량),물, 과일, 초콜릿

•선택사항
우비용 바지-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내리고 시기가 안 맞는 다면 정말 춥고 많이
내림 10월 시기 내내 비내림


프랑스 생활용 캐리어 짐:21kg 9-11월

여권 및 여권 사본
보험증서 사본
의류(여름/초겨울용)
화장품
선물 꾸러미(조카 3+언니+형부, 프랑스에 있는 지인 작가님)
쿠션형 목베개
전기담요
멀티탭
노트, 다이어리
필기구, 연필깍기
클럭 마사지기 (Klug)
아이패드, usb c-port, 충전 짹, 에코백, 사무용 배낭

현지구매
나비고 교통카드 (여권, 증명사진)



붙일 짐 21kg 기내 반입 15키로를 맞춰 짐을 테트리스 하듯이 정리를 마치기 까지는 출국 전날이

되서야 엄마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겨울짐과 선물로 트렁크 반이 꽉 차게 됬다.


압축팩에 겨울짐을 넣고 청소기로 입구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나니 짐 부피가 반이나 줄어 들었다.

캐리어의 반은 산티아고 짐으로 채우고 등산배낭에는 기내에 가져갈수 있는 전자기기와 생활짐을 넣어 설계가 끝났다.


앞으로 살아갈 나날도 딱 요정도 짐과 부피로만 살아간다면 니는 어디든 가볍게 움직이며 살아 갈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생필품과 유럽 살이를 위한 짐 그리고 오래간만에 보는 언니와 형부 조카들에게 줄 선물이 아니라면 나는 6킬로 등산배낭만 들고 훌쩍 떠났을 것 같기도 하다.


내 꿈 중에 하나가 외국 1년 살기인데 근접하게 3개월이라도 살아 볼 수 있게 되면서 진짜 살림살이를 캐리어에 넣어 가면서 나의 달팽이 집이 옮겨지고 있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디자인 직종 회사 디자이너 그리고 사무 행정직 사무원으로 색깔과 호흡을 바꿔 가면서 내 모습과 환경이 직장인으로서만 정체성이 변화해 왔었다.


늘 상 직업으로 나를 표현하고 살아왔는데 이 여정은 나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어 안내 하는 듯 느껴졌다.


아빠의 부고로 양쪽 어깨에 걸려 있던 부모님과의 인연의 끈 한쪽이 끊기며 큰 상실과 슬픔을 맞이했지만 나는 큰 슬픔과 동시에 부모님에게 가지고 있었던 원망이나 무거운 짐과 같았던 이야기들이 한쪽 어깨가 가벼워지듯 날아가 버린 부분도 분명 느쪄졌다.


늘 한국 땅에서만 변화하고 성장하던 길을 이제는 날아올라 완전 다른 환경에서 온전히 ‘나’ 라는 사람에 대해 바라볼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온다고 해도 잡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다. 나는 이제 첫발을 때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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