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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Mar 14. 2024

여행 준비하다 온 선택장애

초보여행자 우당탕탕 짐싸기1




나처럼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곳을 갔을까 나는 돌아오고 나서도 꿈을 꾸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말 그대로 초보 여행자가 초급 여행이 아닌 상급여행지를 바로 떠난 거라 계속적인 예외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예외라는 것이 길을 떠나기 전에 왜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삶 속 얼마나 뻗뻗하게 살았는지 새삼 깨닫는 중이었다.




20대 때 유럽여행에 가지고 갔던 등산배낭 상태를 확인해 보니 내부의 방수용 천이 깨지고 하얗게 바래있었다. 연결부분도 다 깨져서 가져가서도 괜스레 가방이 터지진 않을까 불안한 생각이 들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낡았지?

분명 새 거였는데..


어느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나는 한참을 당근과 집 근처에 있는 구세군 오프라인 매장을 기웃거리면서 쓸만한 매물을 확인했다.


왜냐하면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산티아고용 트래킹 배낭인 “오스프리”는 진짜 배낭이 이렇게 비싸구나 싶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이었으니까. 중고로 라도 매물이 나오면 구매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결국 다른 가방을 당근에서 구했지만 정말 가방은 가기 전날까지 고민에 고민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당근에서 구매한 코오롱 스포츠 가방


“비우기 위한 여행이라며

젠장 부르주아 여행 아닌가? “


트래킹 짐과 삼 개월 치 여행 관광짐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은 쌓여 있는 짐들만큼 정리가 안 됐던 것 같다.


출국 하루 전날에 짐 싸고 떠난 프로 여행러들과 달리 나는 매일 미니 저울에 짐을 달아보고 배낭 짐을 싸고 풀기를 한 달 내내 반복했다.


출국 일주일 전부터는 관광용 짐까지 정리해야 해서 정말 매일 거의 밤을 새웠던 것 같다.


출국 이틀 전 거주 관광 목적으로 가져가는 캐리어 짐까지 최대 무게 21KG와 기내짐 15KG를 꽉꽉 채워서 등산 배낭 안에 태블릿과 작은 배낭을 넣었다


그 배낭을 캐리어 안에 넣어서 공간을 만들고 추위를 많이 타니까 한국인이라면 있는 미니 전기요까지 똘똘 말아서 아주 실한 짐을 싸가지고 갔다.

나는 태어나서 여행용 압축팩을 처음 사용해 봤는데 정말 세상 좋아졌다 싶을 정도로 신세계였다.


난 이 짓을 왜 하는가?


내 걱정의 무게만큼 내 여행짐의 무게도 무겁고 버거웠지만 극한의 상황에 생길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나의 짐은 점점 불어났다.




저울을 달아보는 이유는 가장 걷기에 이상적인 짐은 몸무게의 10%만 들어야 몸에 무리가 안 갈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나의 목표는 5킬로그램 내외의 짐을 싸기로 목표를 새웠다.


배낭무게만도 1KG 남짓 했고, 침낭과 옷가지 목욕용품의 최소 짐을 가져간다고 해도 6킬로그램이 넘어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매일 짐을 풀었다 담았다는 반복 했던 것이다.

촘촘히 새워둔 여행 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은

그렇게라고 해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초반의 욕심은 아이패드를 가지고 가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거었는데, 전자기기의 분실우려와 10 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관광짐으로만 가지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일찍이 산티아고 행을 다짐하고 4월 말 나는 바로 백화점에 가서 발사이즈에 딱 맞는 트래킹화를 구매했었다.

콜롬비아 뉴튼 릿지 플러스 와이드핏 ;(가격도 저렴하면서 클래식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삼 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보 수집 결과 프로 여행러들의 조언은 장시간 트래킹을 하는 경우 발이 많이 부을 수 있어서 적어도 한 사이즈 이상 두 사이즈 정도는 큰 신발을 구매하라는 조언이었다.


헐~

이미 샀는데…


인진지 발가락 양말과 등산양말 두 켤레를 신으면 물집이 안 잡힌다며 두 켤레 신기를 권장했다.

(인진지 브랜드는 트래킹 양말로 유명한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


하~ 잘못 샀구먼!

살게 더 늘어놨어…


그냥 가볍게 뒷산 가듯이 쉽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신발도 길들여야 해서 오키로 정도를 7월에 걸어 다녀 봤다. 걷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급한 마음에 멍청비용을 지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맞는 사이즈에 아무래도 걸으면서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나는 돈을 아낄 심산으로 당근 마켓을 뒤적여 봤다.

하지만 신발만큼은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걸 신어야 한다고 생각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트래킹 전문 브랜드에 가서 신어보기로 결정을 했다.


한국 산티아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브랜드는 호카와 살로몬이었다.

호카는 스머프 발모양처럼 커 보이는 발 모양과 큰 밑창 디자인이 맘에 안 들고 살로몬은 뭔가 너무 전문적인 느낌이랄까?


그 와중에 나는 내 직업이 직업인지라 신발 디자인을 보고 까다롭게 선별을 하고 있었다. 다른 준비해야 할게 많은데 매일 신발만 보다 보니 전체적으로 선택장애가 와서 친구에게 ‘SOS’를 치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호카는 3D 발 스캐너가 있어서 뭔가 전문적으로 보였고, 직원은 내 발상태를 체크하고 산티아고를 갈 거라고 했더니 며칠 전에 수사님 두 분도 같은 이유로 신발을 사가셨다면서 같은 기종의 신발을 추천했다.


“오른쪽 발목이 안 좋으시네요. 발목이 무너져 있어서 장시간 걸으려면 발목을 잡아주는 기종이 안전하게 트레킹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발목이 약하시다면 시다스 인솔 트래킹용 전용 인솔을 구매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 직원은 상세하게 발 상태에 맞춰 신발에 대해 설명 줬다.


호카 홈페이지 자료

호카 카하2: 고어텍스+비브람 통고무 밑창+발목까지 올라오는 전문 트래킹 신발이었다.


내 예산 가격은 최대 20만 원을 생각했지만 늘 예상을 벗어나는 게 현실이니까.

신발 가격은 30만 원이 넘아 섰다.


흐억…


신어보기 전이었지만 내가 느낀 호카 신발의 서사는 평범한 인생을 살던 주인공이 볼품없는 차를 샀는데 알고 보니 그 차가 “범블비”(트랜스포머)

고로 디자인이 맘에 안 들었나는 소리인데,

신발을 신은 이후 발에 신발을 착용하자마자 아이언맨이 처음 슈즈를 개발했을 때같이 몸과 신발이 한 몸으로 일체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분 째지는 편안함-주관적 관점임)


무지막지해 보였던 비브람창(통고무 밑창 전문 브랜드)은 내 몸을 지탱하고 마치 구름을 밟는 듯 발이 편안함이 느껴졌다. 신발 광고가 아닌데 그만큼 여행 내내 발이 중요하고 계속 여행을 진행할 수 있는 중요 아이템이었다.


친구의 말로는 내가 신발을 신고 나서 표정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착용 후 무지막지 해 보이던 디자인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자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고민을 더 해보기로 하고 살로몬에 갔다.

이 브랜드는 산티아고를 다녀온 손미나 님이 유튜브에서 소개를 해주셨어서 한번 신어 보았다.

최근 유행까지 하고 있는 가장 핫한 브랜드였다.

호카와 달리 바닥이 딱딱한 게 특징이다. 그리고 끈이 아니라 얇은 선을 고정하는 스타일이라 끈이 풀릴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 신발들을 다시 신어보았다. 대강 일주일 내내 신발만 신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곤 여행 준비와 신발 구비를 명목으로 포인트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시다스 홈페이지 자료



집에 돌아와 신발 보다도 부담이 적은 “시다스 인솔”이

뭔지 검색하게 되었다. 인솔? 이란 영어였고, insole이란 깔창이란 뜻이었다.


참 말도 어렵게 하는구먼!


신발도 아니고 깔창 가격이 오만 원이나 했다 ㄷ ㄷ

(현재 더 인상됨)

옛날 순례자가 트래킹화에 고어텍스 옷까지 입고 걷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저렴한 인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얇은것부터 두꺼운 종류


순례길을 걸을 때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 발목을 접질린 다던가 다치는 것이기 때문에 부상을 보호하기 위해 나는 발목 보호대를 세네 가지를 구매해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았다.


몸에 맞으면서 착용감이 가볍고 사용감이 편한 보호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트래킹용 가벼운 발목 보호대 외에 중경상시를 대비해 두꺼운 보호대도 한 개를 챙겨 갔다.


밴드형식과 벨트형식


무릎 보호대 역시 밴드 형식과 벨트 형식을 착용해 보고 벨트형식을 가지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결정의 이유는 밴드형식은 올려서 입는 식이라 허벅지 쪽이 오랫동안 사용 시 자국이 오래 남아 움직이기 불편했다.

벨트식 무릎 보호대의 경우 찍찍이가 있어 각자 체형에 맞춰 붙일 수 있었고, 긴 밴드로 무릎 부위를 이중으로 압백해서 장시간 걸어도 흘러내릴 위험이 적었다.


사는 김에 옆에 보이던 어깨 보호대와 골반 보호대까지 구매를 별도로 했는데, 장비를 다 착용하고 보니 차림만 보면 무슨 파워레인저에 나오는 멤버처럼 전문 장비를 착용한 요원들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는 절대 못 간다면서 키득키득 웃어 댔다.



인진지 발가락 양말


진짜 웃긴 게 양말인데 트래킹 양말이 한번 검색을 하자 정말 다양한 양말전문회사를 알고리즘이 추천해 줬다. 종아리 근육을 잡아주고 마찰과 땀 흡수에 탁월한 소재를 기준으로 양말을 골라야 했다. 이렇게 양말 회사가 많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 물집이다.

그 물집을 어떻게 피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나는 아까 얘기했던 인진지 발가락 양말과 트래킹 러닝용 발목을 잡아주는 양말을 구매해서 가지고 갔다.



짐을 최소로 줄여야 했기 때문에 바셀린과 화장품 등을 담을 작은 사이즈의 소분통을 구매했다.

 그 사이즈도 애매해서 샀다 교환했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각자가 원하는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정답이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페퍼민트와 티트리를 넣어갈 아로마 미니 스포이트 유리병도 챙겨 갔는데, 티 안 나게 냄새를 통해 정신을 맑게 하는 게 도움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루트릭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자료


•근육통증용 크림

근육통 크림에 관해 할 말이 참 많은데, 발바닥 같은 부위는 열이 많이 나는 부위니까 열을 식혀 줘야 한다.

 발목 어깨 부위는 발열이 되는 크림이 좋다는 조언을 받았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말크림 독일 제품이다.


말 그대로 말이 달린 후 근육통을 진정시키기 위해 만든 크림이라고 하는데, 예전 운동하던 곳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어서 나는 이 크림을 한국에서 사갈까 고민하다 해외구매라 유럽에 가서 사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그냥 한국에서 사가는 걸 추천한다.


•경량 드라이어기

머리 말릴 때 쓸 경량형 드라이어기를 나는 꼭 가져가야 하는 일순위로 두었지만 어지간한 왕숱이어도 스페인 햇볕에는 다 말랐던 기적 같은 경험을 맛봤다.

나는 드라이어기 없이는 어디 여행을 다닐 수 없는 그 한 사람 중 하나이다. 내가 잘랐던 머리 중 거의 제일 짧은 머리룰 했지만 드라이 없이 머리가 마른 최초의 경험이 됐을 만큼 햇볕이 강했다. 꼭 필요하다면 레온 이후의 기온이 떨어지는 갈리시아 지방서부터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아! 햇볕 가리기와 비를 피할 수 있는 모자!


챙이 넓고 가벼우면서 구겨져도 되는 고어텍스 경량 버킷햇을 구매했다. 사막지역에는 해를 피할 곳이 없어서 양산 겸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 다니기도 했었다. 다음엔 양산을 가져갈 생각이다.


그 외에도 알레르기 약과 감기약, 진통제, 바셀린, 잘 마르는 스포츠 타월, 목용용품을 담을 파우치 등


약이 뭐 얼마나 가져가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아 보니 정말 구급상자 한통을 가져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근육테이프도 나의 경우 사용할 양만 돌돌 말아 짐을 줄여 가지고 갔었지만, 생각보다 사용을 많이 필요해서 결국 스페인 현지 약국에서 재구매를 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약국만큼은 도시에 가면 차고 넘치는게 약국이었다. 나의 경우 도시에 도착하면 약사와 상담을 하고 약추천을 받아 사용해 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영양제나 근육통약 알러지약등의 약류는 스페인 현지가 훨씬 싸고 그 나라 기후에 맞춰져 있어서 스페인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자잘하게 내가 적어도 한 달을 매일 들고 다녀야 하고 세 달을 유럽에서 사용할 짐이니 거기서 살 것들까지 생각하면 아직 갈길이 멀었다.


여기 나온 것들은 대부분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구매 품목이지만 내가 선택을 힘들어 한 이유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었다.


우선 금전적으로 당연히 좋은 걸 가져가면 좋겠지만! 나에게 맞는 것들을 직접 체험해 보고 가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릎보호대나 발목 보호대는 필요치 않을 수 있다 히지민 나에게는 일 순위였으니, 각자의 일 순위에 맞는 기준을 잡고 짐을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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