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 가는 길(Burgos)
새벽 4시부터 일찍 이동을 준비하는 순례자들 소리에 잠을 설치며 일찍 눈이 떠졌다. 하지만 어제처럼 졸면서 걸을 수는 없다. 다시 눈을 감 있다 뜨니 새벽 6시.
많은 인원에 비해 적은 화장실과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 줄을 서야 할 것이다.
이왕 눈이 떠진 만큼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서부터 분주한 알베르게의 침대를 정리하고 배낭을 배달 서비스를 위해 두는 지정 위치에 두고는 출발을 하기 위해 신발장 앞에서 샌들만 신은채 내려가 나의 보라색 호카 트래킹화를 꺼냈다. 단체관광 가이드는 내가 신발을 신으려는 걸 보고는 의자 자리를 양보해줬다. 그런데 그 자리가 하필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침서부터 기분이 약간 상한 채로 다시 가방을 배달 대기장소로 돌아가 양말을 갈아 신어야 했다.
동키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잘 기재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는 에코백 손잡이를 교차해서 어깨에 걸고 보조배낭처럼 매고는 출발준비를 마쳤다.
양말 이야기가 나와서 얘기를 하자면 발가락 양말이 물집 예방에 유용할 거라 해서 가져갔으나 나에게는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부르고스에 도착하면 약국에 가서 트레킹 제품 상담을 좀 받아 봐야 할 것 같다.
길을 걸을 때 조용히 걷기 위해서라도 저 단체객들과 섞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왔다.
안녕! 산후안!
아마도 내가 배낭 없이 걸었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 듯하다.
새벽 산행에서 나오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모두가 가는 길로 길을 선택했다.
몇 킬로라도 길을 줄이며 가는 게 더 이득일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도시로 들어가는 카미노 길은 그렇게 순례자들에게 친절하지 못하다.
산후안을 벗어나 초 중반 길 외에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덤프트럭이나 차에 치이지 않게 조심조심 도로를 주시하면서 가야 한다.
산후안에서 아침 7시 길을 떠나 3.8KM를 걷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산후안과 그 전 도시 혹은 아게스에 머물렀던 모든 순례자들이 이곳 ‘알베르게 파구스’에서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듯했다.
아침 커피 향에 이끌리듯이 카페로 몸을 이끌었다. 일렬로 줄 서 있는 줄 사이에 조셉 아저씨와 안나가 보였다. 내 앞에 줄을 선 조셉아저씨에게 어제저녁을 사주신 답례로 아침을 사드렸다.
안나는 구운 토스트빵과 토마토잼을 주문했는데, 나 역시 매일 아침마다 먹는 크루아상과 빵 오 쇼콜라 말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같은 것을 주문했다.
나: Una tostada y mermelada de tomate, por favor.(우노 또스타다 이 마물라다 또맛트, 뽀르파보르!)
주문 후 그릴에 구운 따뜻한 사워도우빵 두 조각과 토마토잼 그리고 기본 제공 되는 딸기잼과 버터를 발라 아침을 먹었더니 잼의 단맛 때문인지 기운이 확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크루아상만 매일 먹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 나니 아침 양말 사건은 산후안에 나쁜 기운을 두고 온 것처럼 금세 잊혔던 것 같다.
후식으로 오렌지주스까지 마시니 금상첨화였다. 식사를 거의 마칠 때 즈음 단체 관광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화장실 볼일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걷는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어느새 조셉님과 안나는 배낭을 메고 사라지고 없었다.
초반 길은 산봉우리 한 개만 넘으면 됐기 때문에 언덕을 올라 길을 걸을 때 저기 멀리 조셉님이 걷는 게 보였다.
심하게 말하면 저 멀리 대지의 평야에 숨어서 볼일 보는 사람들 모습까지 다 보일 정도 뻥뚫린 시야를 보장한다.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을 보고 걸으니 나는 마치 몽골사람처럼 시력이 2.0이 아니라 매일매일 수직 상승 해서 4.0도 가능할 것 같이 왜 그 시력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나의 눈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대 장관 앞에서 동공이 확장되고 안구가 정화된다.
1080M에 위치한 크루즈 데 아따푸에르카의 오르는 산길은 우둘투둘한 돌들이 불친절하게 나열된 돌산이다.
키 작은 나무숲을 뚫고 산 정상에는 커다란 십자가와 순례자의 염원이 담긴 돌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나는 그 돌들에 가져온 마카를 꺼내 글을 남겼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2023.10.3 딸
수많은 그리움과 염원이 담긴 돌들 위에 나의 기억의 조각을 남겼다.
멋있는 풍경 속 불어오는 바람에 눈물이 나왔다.
산정상에 불어오는 바람은 눈물이 나기에 충분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이 안보일 거라 생각하며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무시하고 눈물을 한 방울씩 닦아냈다.
언덕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나는 길 가는 내내 독수리와 매를 자주 만났는데 특히 부르고스 가는 길에서는 매가 많이 있었다.
아마도 작은 동물들이 평야에 많이 숨어 있는 듯했다.
나는 왜인지 그 매와 독수리가 하늘 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14일 차
14일 차 가는 길에서 이제 더 이상 눈물은 안 나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침부터 나는 또 이렇게 울면서 길을 걷는다. 띄엄띄엄 걷고 있는 순례자를 따라가다 보면 또 마을이 도착하겠지?
오늘은 아침 공기가 선선한 것이 가을로 정말 계절이 바뀐 게 느껴졌다.
내리막길은 길이 쉬워 보이지만 돌밭에 돌을 잘못 밟았다가는 바로 무릎이나 발을 접질릴 수 있어서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심사숙소하며 발을 디뎌야 했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땅이나 앞만 보며 대부분 걷기 바쁘지만 나는 원래부터 멀리 있는 하늘을 보는 걸 좋아라 하는 사람이다. 눈물을 비워내고 부르고스 가는 길에 자꾸만 보이는 매들을 보느라 걷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아주 천천히 걸음을 걸어야 했다.
Bocatería San Miguel /10:25
크루즈 데 아따뿌에르까를 지나 Villaval 작은 마을을지나 Cardeñuela Riopico에 도착하자 입구에 테라스가 있는 카페 겸 알베르게가 나타났다.
점심 전이라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배를 채워놔야 했다. 오늘은 날이 꽤나 바람이 불고 선선한 날씨에 땀이 금방 식었다. 스페인사람들처럼 날씨변화도 아주 느렸지만 분명 가을로 변하고 있었다.
식당 입구 테라스에 앉아 있는 안나를 발견했다.
우선 테이블에 지팡이를 두고는 줄을 서 있는 동안 달리의 설치 작품 같이 특이하고 재밌는 표정을 하고 있는 오렌지주스 기계를 구경하며 주문을 고민했다. 나는 진열된 음식들을 보고 새로운 메뉴를 골랐다.
계란베이컨 토스트샌드위치 와 딸기 바나나 스무디
주문을 받던 아저씨와 요리사는 갑자기 손님들이 몰리자 바짝 날이 서서 언쟁이 높아지고 갑자기 몸싸움을 하면서 좁은 카페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들 익숙하다는 듯 카페에서 순례자들은 각자 도장도 셀프로 찍고 음식을 기다린다. 전 세계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업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저씨는 영어로 대응하지도 친절하게 영업을 하지도 않았다.
오직 주문과 바에서 음료를 조리하기에도 빠듯해 보였다.
음식을 들고 테라스로 나와 다시 앉았는데, 땀도 안 흘려서 그런지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밖에서 먹고 있는 순례자들 역시 찬 바람에 윈드점퍼를 고쳐 입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음식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식당에는 시몬이 식사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는 큰 키만큼이나 많은 양을 주문했다.
우리는 반갑게 비쥬를 하고 함께 테이블에 앉아 브런치를 먹기 시작했다.
안나도 추웠는지 어느새 안쪽으로 들어와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나는 그가 먹는 양을 보고 조금 놀랐는데 알고 보니 아침을 못 먹어서 그렇다고 한다.
허기가 졌는지 허겁지겁 많은 양인데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마치고 같이 길을 출발했다.
길 자체가 자기 자신만의 걸음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은 경쟁이 될 수 없다.
특히 나같이 걸음이 느리고 주변 사물을 보면서 관광하듯이 걷는 사람이면 일찍 걷기 시작해도 많은 순례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배낭을 메고 걸을 때 늘 수많은 순례자들이 나를 지나치며 ‘Buen Camino!’를 외치고 지나갔다. 심지어 시몬 역시 벨로라도를 도착하기 전 더위에 더 빠른 걸음으로 먼저 가버렸지 않는가.
걷는 동안 배낭의 중력을 받지 않으니 모래주머니를 풀어놓은 것처럼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시몬과 식사를 마치고 걷다가 내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내가 먼저 부엔 까미노 인사를 하고는 앞서 걷게 되었는데, 뭔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오늘 컨디션 같으면 20KM가 아니라 30Km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산토도밍고 이후 며칠 만에 크리스 아저씨와 길에서 마주쳤다.
크리스 역시 짐을 보내고 가볍게 산책하듯이 가볍게 걷고 계셨다.
나의 물집을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고, 혼자 걷는 길을 응원과 격려를 하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떠날 결심
산티아고 이전의 생활은 모든 게 무의미하고 허무주의에 빠져 나는 의욕이 상실한 상태였었다.
사실 산티아고를 걷는 이후부터 나도 모르는 새에 새로운 페이지로 접어들게 된 것 같다.
늘 같은 사람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익숙해진 삶의 방식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큰 사건들이 잃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이렇게 자처해서 일탈과도 같은 결심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겪는 뻔한 플롯을 예상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예상밖의 루트로 길이 변경되며 겪는 우여곡절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가벼운 몸으로 심지어 지금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카미노 길을 뛰어다녔다.
안나는 내 뒷모습을 남긴 사진으로 아코디언북에 내 뒷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https://www.instagram.com/p/Cyftti9gc58/?igsh=MTB0ODlmNWJnM2gycA==
동물원에 있는 홍학은 멀리 날 수 있는 대형 조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왜 날지 않고 동물원에 머물고 있는 걸까?
영화 웡카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인데 부르고스 가는 길에 나의 가벼운 발걸음과 더불어 웡카가 했던 대사가 교차한다.
웡카: 누구나 이끌어 줄 무언가가 필요할 뿐이야.
나는 웡카가 풍선을 타고 날아다니며 뒤따르는 홍학 무리가 함께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춤추는 회전목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는 보통 어떤 상황이나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꿈에 그리던 그 행동을 하겠다는 식의 조건부 행동을 내 건넨다. 하지만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나 자신과 더불어 다른 캐릭터들 역시 웡카라는 이상주의 몽상가의 꿈에 영향을 받아 헤쳐나가는 모험은 판타지가 아니라 어쩌면 더 현실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나 역시 부르고스로 향하는 길이 점점 종착지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카미노 길에서 대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지루하고 위험하다.
대형 전광판과 일상생활에서는 편리했던 모든 것들이 순례자의 입장에서는 걷기에 위험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은 소음과 공해로 정신없게 만들어 놓는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산을 파해치고 공사를 하고 고속도로 옆에 한편의 인도로 느리게 느리게 걷고 있다.
나무하나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길을 그저 저 멀리 보이는 이정표를 보며 걸을 뿐이었다.
도시의 풍경 속에 우리 순례자의 모습은 어쩐지 언밸런스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보기에 웡카처럼 밑도 끝도 없는 이상주의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Hotel Restaurante Buenos Aires
Villafria 초입 마을로 들어서자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오아시스처럼 보이는 카페하나가 보였다.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지다 가려다 화장실이라도 들릴 심산으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테라스에는 안나가 신발을 벗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과 지팡이를 테라스 테이블에 두고는 화장실에 뛰어 들어갔다.
도시인 티를 버리고 순례자모드에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나는 숲 속이었다면 숲 속 깊은 수풀 사이로 숨어 들어가 볼일을 마쳤겠지만 도로 길에서 차마 아직까지 그것만은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도시의 맛
카페에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스페인 MTV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형색색 치장한 가수와 댄서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내가 도시에 거의 다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더 걸어야 했지만 안나를 만난 기념으로 “띤또 데 베라노”르 주문했다.
바에 앉아 바텐더 아저씨가 직접 음료를 제조하는 걸 구경하며 스페인 뮤비를 구경했다.
나는 아스팔트에 달궈진 얼굴의 땀을 닦으며 테이블에 앉아 와인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에 얼음과 레몬주스가 들어가 있으니 더운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것 같다.
더위를 먹었는데 한낮에 들어간 와인은 금방 술기운이 오르기는 것 같다.
안나: 이제 가을이니까 “Tinto de Octoño(띤또 데 오또뇨)”라고 불러도 될 거야.
한 순례자가 레스토랑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서서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우리에게 물었다.
안나: 한 시간에 한대가 올 거예요. 여기 큐알을 찍어서 검색해 보세요.
이 순례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체 순례관광객인데 버스가 이분을 놓고 가서 다음 위치까지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었다.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단체관광객 무리에서 빠져나온 순례자!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지만 버스를 놓친 사람치곤 다급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그 경험이 신나 보였달까? 우리는 혹시 모르니 카페에 물어보라고 얘길 해줬다.
안나와 나: 조금만 더 가면 부르고스예요. 버스는 자주는 아니지만 시간대를 맞춰 오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우리는 그분을 테라스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안심시킨 후, 나는 남은 와인을 들이켜고 한번 더 화장실에 다녀왔다.
장기레이스에 완급조절이 관건인데 술을 한잔 마시고 나니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부르고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큰 도로 옆을 걷는 것 외엔 선택이 없기 때문에 나는 어질어질하게 취기가 오른 채로 발걸음을 떼었다.
안나가 뒤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맥도널드
부르고스 초입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맥도널드였다.
술을 마시면 안 좋은 게 화장실을 자주 가고 싶다. 카페만 보여도 들어갈 준비태세를 하고 있었으나, 마침 보이는 맥도널드로 뛰어 들어갔다.
대부분 유럽의 화장실이 유료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화장실이나 휴식처를 제공할 의무가 법정소송으로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당당하게 맥도널드로 뛰어 들어갔다.
맥도널드 내부 디자인 역시 한국의 맥도널드와 배치가 똑같아서 마치 한국에서 처럼 편안하게 사용했는데 생각해 보니 잠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공짜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지덕지이다.
도시로 가는 길은 가뜩이나 길을 벗어나기 힘들고 화장실이 더더욱 없어서 노상 어딘가로 가서 볼일을 봐야 할 텐데 시끄러운 소음과 많은 인파를 싫어하는 일부 순례자들은 부르고스를 지나 작은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볼일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니 조셉 아저씨가 햄버거를 다 먹고 출발 준비 중이었다.
조셉아저씨: 오래간만에 햄버거 먹으니 살 것 같네요.
나 잠시만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가방 좀 봐주세요.
도시에 왔으니 한껏 들떠 보이는 조셉님이다.
한식도 먹고 이틀 정도 쉬다가 가실 거라는 표정이 들떠 보이셨다.
우리는 성당 중심부 쪽까지 구글 안내지도를 보며 걷다가 각자 방향을 확인 후 인사를 나눴다.
부르고스는 따듯한 햇볕이 강가 공원의 여유로운 풍경과 도시를 가로진 버스들로 풍경이 어우러졌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대성당 쪽으로 향했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 보였으나 걸으면 걸을수록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부르고스는 대도시라는 말이 맞았다. 중심부로 들어가는데도 한 시간이 더 걸렸으니까
자연스럽게 대성당을 따라 걷다 보니 나오는 약국과 드럭스토어에 들러서 꼼 피드 밴드 종류를 구매하고 약사와 한국에서 사고 싶었던 바르는 근육크림 상담을 받았다.
나중에 사야지라고 생각하면 꼭 못 사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해야 한다.
강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보이는 멋있는 위인들의 동상들이 역시 여기가 유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시에는 시끄러운 소음과 많은 인파들만 몰리는 게 아니다.
부르고스는 도시를 걷는 내내 강원도 어딘가 시골 도시를 걷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멋진 조각상들이 나의 도시에서 느꼈던 문화적 충족을 다시 되살려 놓았다.
Plaza Mayor de Burgos
드럭 스토어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광장 형태의 동그랗게 건물 들어 합쳐져 있는 부르고스 마요르 플라자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동공이 확장되듯 눈이 휘둥그래했다.
저 멀리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부르고스 대성당까지 잘 정돈된 광장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시골길에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의 향연이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일식집과 아시아 음식점이 내 주린 배를 채워줄 준비를 마치고 나는 도심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머릿속과 구글맵에 위치를 지정해 두었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바로 보이는 아시아 스트릿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유럽에서 떡볶이라니?
숙소에 짐을 푼 후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숙소에 짐을 풀고 먹으러 나와야 할 것 같다.
아마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처럼 유럽인들 입맛에 맞게 바꿔서 만들 테지만 유럽에서 떡볶이라니!!! 조금 감동적이었다.
숙소 주변의 상점들 대부분이 시에스타 중이라 광장도 모두 영업을 안 하고 있다. 작은 슈퍼마켓과 과일가게 그리고 케밥집까지 길을 지나며 머리에 담아놓았다.
숙소에 드디어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여성전용숙소에 7인실이라 조금 기대가 된다.
조용하고 안락하면 좋겠다.
도착하자마자 내 가방이 잘 도착했는지 체크를 마치고 호스트에게 예약 확인을 받았다.
201호로 배낭을 다시 픽업해 면으로 된 배게포와 면 시트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요즘 호스텔은 방 출입도 대부분 비밀번호로 출입하니까 안내카드를 잃러 버리면 안 된다.
방에는 아직 모두 들어온 상태가 아니라 나는 창문 쪽 오른쪽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여자분과 이스라엘 젊은여자분이
나를 반겨준다.
방은 10인실 방 화장실 겸 샤워실이 함께 있는 구조
3층에 주방 겸 공용공간
0층 레스토랑이 있었다.
일단 씻고 짐을 풀고 부르고스에서의 하루를 잘 보내 봐야 할 것 같다.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