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
10인실 숙소였지만 다행스럽게 내 방에는 나 포함 아직은 3명의 순례자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평일이어서 한산한 부르고스 분위기이다.
일단 짐을 풀고 샤워를 해야 한다.
방에는 한 개의 변기와 샤워실이 있기 때문에 순번을 정해놓았다.
나는 제일 마지막에 샤워를 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젊고 예쁜 이스라엘 순례자와 프랑스인 몽지아와 샤워를 기다리며 스몰톡을 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 몽지아
몽지아는 방에 며칠 전부터 와서 쉬고 있다고 했다. 직업은 간호사이고 휴가 기간 동안 까미노를 걸었다.
그녀의 이력이 재밌는 것은 중국에서도 4년을 살았었기 때문에 아시아 문화에 밝은 편이다.
산티아고를 두 번째 걷는데 이번 걷기에서 매일 30km를 걸었더니 발바닥과 다리에 무리가 온 상태였다.
근육이 더 이상 걷기에는 무리라 부르고스까지만 걷고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그래서 발바닥에 젤 패드가 붙어 있는 끈을 발가락에 끼고는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다.
몽지아는 최근 며칠간 알베르게에 머물며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직업이 간호사인 것을 알게 되고 내 발 상태와 물집 그리고 그 근육 크림(말크림)을 찾아다닌다는 상담을 했더니 몽지아는 프랑스 브랜드 중 운동선수들이 쓸림 방지크림으로 사용하는 크림을 소개해 주었다.
NOK 크림은 알고 봤더니 마라톤용 크림으로 유명한 크림이었다.
걷는 내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나가던 길에 얻은 정보라도 이런 귀한 정보는 냉큼 주워 담아 자료로 남겨 두어야 한다.
샤워를 기다리며 우리는 부르고스에서의 계획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첫 번째 목표지점인 200KM 돌파 후 첫 목표지점인 부르고스에 도착한 보상으로 마드리드 여행 계획을 몽지아에 털어놓았다.
몽지아: 짧게 마드리드를 간다면 당연히 “프라도 미술관”이 첫 번째예요. 꼭 가보세요.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삼대 미술관이다. 사실 오르세 미술관처럼 하루 관람으로는 부족할 만큼의 미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부르고스는 물론이고 마드리드에 대한 현대적인 도시외관과 명성만 알고 있을 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 마드리드에 하루 머물고 부르고스로 돌아와 다시 걸을 계획이에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동안 어느새 이스라엘 순례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우리 대화에 참여했다.
이스라엘 순례자: 저는 하루 더 쉴지 고민이에요. 남자친구와 카미노길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함께 걷기로 했거든요.
그러고는 내 계획을 듣더니 고민을 굳힌듯 프런트로 내려가 숙소를 하루 더 연장을 했다.
내가 카미노 길을 걷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마드리드를 간다고 했을 때 다들 반응이 다양했었는데,
그중 몽지아는 나에게 알맞은 조언을 해주었던 것이다.
어떤 친구는 길 걷기를 중단하는 건지 물었고, 왜 지금 가는지 묻는 질문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나를 위한 “휴가”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어느새 익숙해진 카미노길의 첫 번째 목적지에서 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어쩌면 카미노 길 중간에 마드리드에서 영감을 받아 스페인 전역을 여행 다닐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리고 만약 산티아고 완주 후 마드리드로 돌아와 마드리드 관광을 하는 일정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순례길만 바라보던 순례자들에게 적잖이 충격이었던 것 같긴 하다.
마드리드행 기차예약
마드리드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부하지 않고 떠나는 즉흥 여행이었지만, 무작정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놓고 바로 마드리드행 기차표를 끊었다. 조금 수수료가 붙었지만 OMIO앱으로 기차 예약을 마쳤다.
조금 부지런히 예약을 할 거라면 Trainline이나 Renfe(스페인철도앱)를 미리 한국에서 인터넷 버전으로 회원 가입을 해놓고 예약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다.
나는 처음 기차예약을 찾아볼 때 프랑스 철도앱 SNCF를 통해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당연히 스페인 철도 역시 프랑스 철도 앱으로 가능할 줄 알고 있었다. 결제창에서 막히는 걸 보고는 구매는 스페인 앱으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코로나 이후 종이티켓 보다 큐알 전자 티켓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넉넉하게 배터리 잔량 확인이 필수이다. 표를 체크하는 동안 핸드폰이 꺼지기라도 하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막상 마드리드 표를 구매하고 나자 이제 숙소부터 관광지까지 알아봐야 할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제야 익숙해진 순례길 여정에 아마 마드리드행 휴가는 스스로 판을 뒤엎는 행위가 될 것이다.
마침 몽지아도 샤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샤워를 마치고 테라스에 속옷과 양말을 널어놓았다.
사워를 하는 동안 방안에는 룸메이트 한 명이 늘어 있었다.
스페인 관광객으로 부르고스를 관광하기 위해 마드리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순례자들 대부분이 걸으며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자는 것이 중요했던 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혹시 코를 고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천식이 있어서 기침이 좀 있다고 했다. 코를 고는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하면 골수도 있다고 하는데 밤이 돼 봐야 알겠지만 뭐 방법이 없다. 그래도 재밌는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르고스는 아직 햇볕이 있음에도 가을바람이 불어서 약간은 춥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생장에서 부르고스까지 점점 북쪽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널브러진 짐을 정리하고는 출출하기도 해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나와 몽지아 그리고 이스라엘 순례자는 각자 볼일을 보러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나는 나오자마자 다른 것보다 아까 봤던 아시아 스트릿 푸드에 가서 꼭 떡볶이를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유럽 떡볶이(Tora Street Food) 오후 6시 30분
얼마 만에 떡볶이인가?
기대와는 다르게 오뎅국물이나 단무지 따위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구나 라는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고추장에 물탄 맛이라 해야 하나? 유럽인 입맛에 맞춘 유럽 떡볶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퍽퍽한 속을 산미구엘 맥주캔을 꺼내서 마시며 스페인에서는 항상 넘치는 양에 배부르게 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양도 맛도 못 미치는 비싼 가격에 배가 고파왔다.
10유로면 배부르게 맛있는 샌드위치와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Farmacia Martínez Peña
식사를 마치자마자 몽지아가 추천해 준 NOK크림을 사러 근처 약국에 들러 사진을 보여주었다.
약사는 바로 제품을 꺼내주었고 나는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어찌 된 게 짐을 더 덜어내고 싶은데 약품은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하루에 20유로 정도를 평균으로 지출했었는데 지금 도시에 와서 나는 유럽 물가를 새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마드리드 기차표까지 구매했기 때문에 큰돈이 빠져나간 시기였다.
Nok크림은 16.20유로로 한국 돈으로 2만 원 돈 하는 크림이다.
부르고스 탐사
가볍게 떡볶이를 먹고 약국을 들렀다 부르고스 거리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길을 서성이는데 갑자기 빌라바에서 만났던 이탈리아 순례자 루이스가 나타났다.
얼굴을 본 지 한참이나 지났었기 때문에 잠시 그를 잊고 있었었다. 잠시였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다. 또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으니 더 그렇다.
반갑게 비쥬를 하고 그 역시 함께 묵는 순례자 친구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간다고 한다.
그는 빌라바에서도 멋진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었지 않는가?
식중독에 걸려 아무것도 못먹던 상황에 그의 음식은 나에게 따뜻한 집밥처럼 기억이 남았다.
오늘 루이스가 만든 저녁이 뭘지 조금 궁금했다.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말이다.
다시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마요르 광장에서 마주쳤던 아시아 마켓에 가서 내가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구경을 했다.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아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서 대성당 방향으로 길을 뻗어나갔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나타난 대성당 가는 길목에 작은 슈퍼마켓 한 개가 나타났다.
나는 그곳에서 초콜릿과 바나나,맥주를 구매했다. 현재 시간 19:00 아직도 해가 안 떨어져서 다들 바깥에 나와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떡볶이를 먹었지만 배가 여전히 고팠기 때문에 나는 대성당 근처 우연히 보였던 아시아 마켓에 들러 컵라면과 비상용 라면을 구입했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멋지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부르고스 대성당의 자태가 나를 붙잡았다.
아시아 마켓은 스페인에 살고 있는 중국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중국어로 맛있는 라면이 뭐가 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성당 중심가 광장 구경을 하려고 광장에 들어서자 테라스가 펼쳐 쳐 있었다.
Casa Minuto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가 테라스에 앉아 타파스와 와인을 즐기고 있는 필라델피아 멋쟁이 순례자분을 만났다.
그녀는 친근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는 합석을 하게 되었다.
혼자 먹는데 양이 많다며 나에게 음식이 나올 동안 먹으라며 권했다.
나는 화이트 와인 한잔과 하몽 타파스를 주문했다.
필라델피아 순례자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그렇듯 이분 역시 부르고스에서 이틀의 휴가를 가질 것이다.
알베르게가 아닌 욕조와 개인 화장실이 딸린 호텔에서 말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지친 근육을 달래 주며, 진짜 면시트가 깔린 침대에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소소한 것에 만족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추가로 주문한 타파스를 주문하러 가던 중 크리스 아저씨와 마주쳤다.
아저씨는 함께 걷던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함께 식사를 하자며 손짓을 했다.
나는 필라델피아 순례자에게 가서 혹시 저기 테이블에 있는 순례자분들과 합석할 건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이제 어두워져서 다시 숙소로 돌아갈 거라 한다.
우리는 여기 부르고스에서 인사를 나눈 이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마드리드 여행은 모든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나는 크리스에게 내일 마드리드행 여행을 다녀올 거라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다시 부르고스로 돌아와 카미노 길을 거라고 말이다.
나는 총 2.5일을 쉬는 샘이라 크리스 아저씨는 소식 전해달라며 얘길 나눴다.
타파스와 와인, 떡볶이까지 먹었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안 찾던 것 같다.
공유주방
해가 어둑어둑 내려앉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아까 슈퍼에서 사 왔던 컵라면을 들고는 공용 주방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주방에는 식사시간이 조금 지나서 인지 사람이 없었다. 유일하게 산후안에서 아침길에 마주쳤던 이탈리아 순례자만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곱슬머리에 키가 작고 앞니가 벌어져 있고 눈 미간이 약간 넓은 스타일이었다.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등산 가방이 아니라 버클 가방에 침낭과 완충깔개, 쌀등의 물건들을 매달아 달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가 말수가 적었던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였다. 그는 채식주의자라서 늘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고 한다.
두 번째 저녁
주방의 인덕션이 고장이 난 건지 조작이 쉽지 않았다. 옆에서 물을 끓이는 것과 심지어 내 앞에 앉아 혼자 외로울까 봐 밥동무를 자처해 주기 까지 꽤나 친절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말이 많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맥주와 라면을 먹었다.
유럽은 맥주가 물보다 저렴하다.
그러다 보니 휴식시간에는 맥주와 와인을 자연스럽게 자주 마시게 됐던 것 같다.
한참을 주방에 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오니 화장실 옆자리에 독일인 순례자 한 명이 밤늦게 숙소에 짐을 풀고 있었다. 산후안을 지나 시몬과 점심을 먹던 식당에서 잠깐 얼굴을 마주쳤던 순례자였다. 그녀는 정말 조용히 잠만 자고 제일 일찍 일어나 다음날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여행계획
나는 10월 4일 점심에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기차를 예약했다. 2시에 마드리드에 도착하려면 12시 기차를 타기 전 부르고스 기차역이 어디이고 숙소에서 역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버스 정류장도 알아놔야 한다.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머물 숙소도 알아봐야 한다.
구글로 검색해 보니 숙소에서 부르고스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4.7km 정도의 거리였다. 걸어서 한 시간쯤이면 가겠다 생각하면서 혼자 피식 웃었다. 이건 내일 아침에 지배인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숙소부터 예약하자!
숙소 예약
평상시 시골길을 걷고 알베르게의 특혜를 받아 하루에 20유로 정도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유럽에서 이 돈으로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물가였다.
순례길 생활이 익숙해져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마드리드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검색해 본 결과 마드리드 중심가는 도미토리마저도 100유로를 훌쩍 넘는 물가였다.
말 그대로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갑자기 이곳이 유럽이라는 실감이 났다.
하지만 나는 휴가를 휴가로 보내기 위해선 도미토리로 예약하고 싶지 않았다.
1인실에 중심가를 잡으려면 몇백 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중심가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Hotel Madrid Rio라는 숙소를 발견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단지 이곳이 프라도 미술관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만 생각했던 것 같다.
비즈니스호텔 같은 곳인데 특가로 더블룸에 1인실 개인 화장실 포함 하룻밤 가격이 81유로이다.
보통은 예약할 때 8점에서 9점대 높은 점수의 숙소를 찾지만 알베르게에서도 지내는 나에게 이제 웬만한 숙소는 럭셔리급으로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경우 중심가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스페인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은 잘 모르겠지만 스페인은 확실하다.
조금은 떨어진 지역이 조용하게 휴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81유로를 예약금으로 걸어놓으려니 손이 떨렸지만 이것마저도 예약해놓지 않는다면 나는 별 수 없이 도미토리를 예약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숙소예약까지 여행 준비를 마쳤다.
스페인 관광객
숙소 방에 각 침대마다 작은 전등이 붙어 있어서 다행히 전체 소등을 하고 미니 전등을 켜고는 마드리드 검색 삼매경에 빠져 있던 나는 스페인 관광객이 밤새 그렇게 시끄러운 잠버릇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겨우 예약을 마치고 소등을 하자 고요한 방안에 스페인 관광객의 기침과 코 고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나는 귀마개를 틀어막고 내일 일찍 일어나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자기 위해 노력을 했다.
정말 기침이 걱정이 될 정도로 계속 밤새 기침을 하셨다.
옆자리에서 잠을 자던 몽지아는 오늘도 잠을 못 잘 것 같은 안타까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귀마개에 아이마스크까지 끼고 잠을 자고 있는 듯 보였으나 잠결에 몽지아가 스페인 관광객의 코 고는 소리가 절정일 때 몸을 흔들어 깨웠다.
나는 잠 결이었지만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와~ 저게 가능해?)
모르는 사람의 잠을 깨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며칠 잠을 못 잔 사람 역시 이길 재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몽지아가 일인실을 안 가고 여기 있는 이유도 저렴한 가격에 안전하고 편하게 쉬고 싶었던 것일 테니 말이다.
만약 부르고스 숙소에서 나는 몽주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진짜 마드리드를 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프라도 미술관 관람을 했을까? 아마도 꽤나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귀인 아닌 귀인의 도움을 받아 나는 한발 대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카미노 길 도중 떠난 여행준비 때문에 하루종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쉴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마드리드 여행이 나에게 어떤 여행으로 남았느냐 보다 나는 길을 잠시 벗어나 잠시 관광객으로 여행을 준비를 하는 설레는 시간이었다.
잠시 순례자 모드를 내려놓고
내일 하루만큼은 관광객 모드로
여행을 가 볼 예정이다.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