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hristmas

Merry Christmas~~^^

by 김광희

순천에서 완주 고속도로를 거쳐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계곡 입구까지 왔다. 이제부터는 굽이굽이 고갯길이다. 오른쪽에 있는 번암 초등학교 동화분교를 지나자, 오르막길이었다. 나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도로 양쪽으로 바짝 말라버린 잎사귀들 사이로 드문드문 푸르름이 돋보이는 숲길이다. 흐린 날씨에 맞춘 듯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숲 속. 거의 넉 달 만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도 내 손길은 부드러웠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 즐거우니 뭔들 못 하겠나 싶어 차를 끌고 장수로 귀촌 한 친구 집에 가는 중이다. 오래간만에 나선 길이라 자동차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오르막을 잘 올라갔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오후 3시. 지지계곡을 지나가는 차라곤 내 차뿐이었다. 나는 내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함을 깨고자 라디오 볼륨을 최대치로 올렸다. 드디어 동화댐이 보인다. 속도를 줄이고 왼쪽 창을 내려 나무와 물 냄새를 음미하며, 지난가을 실컷 뽐내고 자랑했을 형형색색의 단풍나무 잎들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가수 Wham! 의 ‘Last Christmas’가 흘러나왔다. 나는 동화댐 쉼터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앞, 뒷문을 활짝 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춰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춤을 췄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장면이라 더 힘껏 흔들었다. 영어인 지 국어인 지 구분이 어려운 발음으로 노래도 따라 불렀다. 두 손은 하늘로 쳐들고 왼쪽 다리를 지지대 삼아 돌고 돌았다. 흥겹게 춤을 추는 내 몸뚱이와 다르게 차가운 눈물이 흘렀다. 찌뿌둥한 하늘에서 흩날리던 진눈깨비가 내 눈물에 멈칫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구름 사이에 숨어있던 해가 살포시 나왔다. 하늘로 노를 젓듯 휘적거리던 내 손등 위가 반짝거렸다. 내 눈물과 햇빛이 손등을 스치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올 한 해 애썼다. 내년에도 우리 함께 웃으며 돌고 또 돌아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던 해가 다시 구름 뒤로 사라졌다. 깊은 숲 속 길이라 금방 암흑세계가 될 건데. 나는 춤을 멈췄다. 더 늦기 전에 지지계곡을 벗어나야 한다. 친구 숙이와 민트, 마루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음악이 흐르는 자동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는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은 박자를 맞추며 내 마음대로 가사를 바꿔 부르며 달렸다.

‘나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당신에게 마음을 줬지만, 당신은 나를 거절했지요.

한 번의 거절에 움찔하고 물러설 내가 아니기에 저는 계속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제가 바보 같나요. 그래도 저는 두려움을 떨치고 설레려 합니다.

특별한 날인 오늘 저와 함께 보내요.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저와 함께 설레발치며 춤을 춰요.’

내 목소리를 따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오며 흥을 맞춰줬다.


https://youtu.be/E8gmARGvPlI?si=m4xYB-uKrPSaNx-C

<Wham! - Last Christmas :유튜브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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