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뱃살공주 Mar 20. 2024

光자매 날다.

베트남 냐짱과 달랏으로^^

旅行을 위한 가방을 쌀 때 난 설레기도 귀찮기도 하다. 특히 해외여행인 경우엔 귀찮음이 앞선다. 매번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여행을 다녀온 후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첫 해외여행은 동료 가족들과 자유여행이었다. 난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 함께했다. 중국, 태국, 캄보디아를 20일 정도 돌았다. 2번째론 그리스 터키를 다녀왔다. 여전히 동료 가족들과 딸이 함께했다. 여행 맛을 알기 시작한 난 그 후로 방학이 다가오면 '어디로 갈까'라며 여행지를 검색했다. 동료들과 2번의 자유여행 이후 난 딸과 단둘이 떠나기 시작했다. 딸과 둘이만 다니기 시작하면서 난 눈뜨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잠을 떨쳐내려 커피를 물처럼 마셨다. 이동하는 차 안에선 크지 않은 눈을 소 눈처럼 커다랗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딸아이 보호자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다녔다.(딸아이 말에 의하면 엄마를 보살피느라 자신도 힘들게 다녔다고 한다.) 늦잠 자는 딸을 호텔 방에 두고 잠깐 외출할 땐 짧은 언어 탓에 손짓과 표정으로 해결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떠나기 전 설렘과 귀찮음은 사라지고 뿌듯함이 남았다. 언어, 문화가 다른 곳을 무사히 다녀왔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막냇동생 가족과 미국, 캐나다를 마지막으로 자유여행은 마무리했다. 캐나다에선 유리병이 깨져 발등을 꿰매야 하는 딸 덕분에 손짓 발짓으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나는 여행을 위해 방학을 기다렸다. 퇴직하면 따뜻한 '치앙마이'나 '다낭'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했다. 인터넷 검색과 책을 통해 자료 수집도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할 수 있다!'라고 외쳤지만 포기했다. '동행자 없이 혼자 가는 건 무서워.'라는 주변 말에 얼른 포기한 것이다. '젊은애들과 난 다르니깐'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언젠가 확 떠날 것도 같다. 


내가 검색하고 예약할 테니 자유여행을 하자고 큰소리친 光자매 여행도  패키지여행으로 바꿨다. 자매들은 '자유여행이 더 힘들어. 그냥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게 편하고 좋아.'라며 나를 이해해 줬다. 그렇게 며칠 전 3월 14일 光자매는 부산 김해공항에서 베트남 냐짱으로 떠났다.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네 자매 얼굴엔 피곤 함이 쌓여있었다. 직장에서 하던 일을 어제까지 마무리하느라 퇴근이 늦어져서일 거다. 해방된 자유인 순천에서 공항까지 새벽운전을 해서일 테고. 

귀성차량으로 뒤 덮인 고속도로 모습인 공항 라운지에서 막냇동생이 설렘을 앞세우며 우리를 웃게 했다. 덕분에 까칠한 입안을 맴도는 커피 맛이 달콤했다. 긴 줄 끝에 수속을 마치고 올라선 비행기는 다리를 잔뜩 웅크리고 앉게 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 뒤 옆에 흔들림이 느껴지는 저가비행기다. 비행기 날개 끝에 자리 잡은 빨간색이 보이는 자리에 내가 앉았다. 비행기 날개 색깔과 어울리는 푸른 하늘에 반짝이는 햇살이 까칠했던 입안과 뻑뻑하던 눈에 싱싱한 기운을 전달해 준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두툼하게 입은 옷이 무거운 솜이불처럼 느껴지는 냐짱 공항까지 우린 5시간을 날아갔다. 


냐짱에서 달랏까지 꽉 찬 4일 동안 내내 우리는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머릿속을 맴도는 두고 온 일들도 다 잊어버리고 그저 먹고 웃었다. 우린 '여행이란 휴식을 위한 거다'라는 말에 딱 맞는 팀이었다. 과음 과식에 넘치는 웃음까지 즐기느라 턱이 두툼해졌다. 한층 부어오른 손으로 턱을 쓰다듬다 보니 여행이 끝났다.

3박 5일 일정을 마치고 김해공항에서 순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활짝 핀 개나리를 봤다. 꽃말이 '희망과 기대'인 개나리는 긍정의 의미가 있는 노랑색깔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남해고속도로까지 펼쳐진 노랑 개나리가 우리 光자매에게 다음여행이란 부푼 희망의 꽃을 던졌다. 우린 목소리 높여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별을 보며 날랐던 길을 붉은 태양과 함께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해방된 자유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