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여행 in 라오스(9일 차 오전)

길 위에서

by 박광우

9일 차 오전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니 역시나 부지런한 미스터 쏨이에요. 루앙프라방에서 차로 두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인데 고향에서 프랑스어 교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자였던 아내와 결혼을 했고 그 아내와 같이 현재 이 호스텔에서 근무를 해요. 자녀도 있지만 자녀는 어머니가 고향에서 맡아주신다고 하네요. 휴대폰 동영상으로 딸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에요. 힘들었던 하루도 자녀의 모습을 보면 이내 힐링이 되는 거겠지요. 그래도 아내와 함께 있어서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저와 대화를 많이 나눴네요. 아무래도 비슷한 삶을 살아와서 인지 대화가 잘 통했던 건 아닌가 싶어요.

오늘 아침은 팬케이크에 네스카페 한 잔이에요.

이스라엘에서 온 여행자와 방비엥에 대한 정보를 나눴어요. 물론 저도 어릴 적에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도 했고요. 지금과는 달리 이때만 해도 전쟁 중이었는데 제대 군인이어서 그런 것인지 여유롭게 잘 돌아다니더라고요. 좋은 시간이 되라고 말을 건네고요. 기분을 망칠까 봐 전쟁얘기는 피했던 것 같아요. 또 그게 맞고요.


커피처럼 마시라고 놓아둔 차인데 마시다 보니 건조한 고사리 같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온 이들과 뜨거운 물에 넣어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네요. 옆자리에 왠지 표정이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데 눈치만 보던 조용한 모습의 와카나 양과도 사진을 담아요. 방비엥을 간다는 말에 15년도에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며 알려줬어요.

그 찰나에 비엔티안에서 알게 된 캘리포니아 출신 크레이그가 물에 잠긴 부다파크 사진을 보내왔어요. 저도 잠긴 모습은 처음이라 신선했네요. 안전하게 여행하라며 안부를 전하고요.


좀 쉬다가 걸으러 나왔어요. 그러다 고개를 돌렸는데 템플의 지붕을 우연히 보게 됐네요. 그래서 보자마자 저 사원을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새벽에 들었던 종소리의 근원지가 저 사원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코너를 돌아가다 보니 사원이 보이지만 입구를 찾아봐야겠어요.

그러다 우연히 비스듬히 열린 관리가 전혀 안 돼있다는 느낌이 드는 낮은 철문을 밀고 들어서니 빨랫줄에 걸린 승복들이 보여요

.

여긴 어딜까요. 이름 모를 사원에서 처음 마주한 석탑이에요.

왓 탓(Wat That = Wat pha Mahayhat)

저와 함께 우연히 들어온 부부와 대화를 나누고 멀어졌어요. 아내분 말로는 루앙프라방에 사원이 서른다섯 군데 정도 있는데 다 비슷한데 이곳만 다르다고 하네요. 그래서 바로 그랬네요. 그런 거라면 제가 운이 좋았다고요. 덕분에 시간을 절약했네요라고 농을 던지고 잠시 웃음꽃을 피웠다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저도 제 단짝이 생긴다면 다음엔 꼭 함께 여행을 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네요.

왓 호씨앙(Wat Ho Xieng)

주변을 둘러보다 한 노승이 동자승에게 열매를 따주려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모습이 참 따스하게 느껴져요.

이름 모를 사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사원 우측에 푸른빛이 나는 황금탑이 있어요. 신비함과 신성함 그 사이 어딘가 의 느낌이 나요.

사원과 멀어지기 전에 사진을 담아봐요.

왓 호씨앙의 입구에 보이는 은빛 7 나가상

입구로 나와서 사진을 담는데 아까 보았던 아장아장 걷는 남동생과 놀러 나온 소녀도 때마침 내려오네요. 아이가 너무 행복해 보이는 게 느껴져서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와요. 우연히 찾은 사원을 잘 찾아왔다고 선물을 주신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마음속으로 지금처럼 항상 행복하길 기도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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