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여행 in 라오스(5일 차)

추억을 따라

by 박광우

5일 차예요. 조식을 먹고 난 뒤 다른 손님이 차를 마시길래 저도 마셔봤는데 따뜻하고 좋아요. 내일부터 저도 차를 마시게요.

집에서 챙겨 온 선블락을 넓디넓은 얼굴에 고르게 발라드려요.

날이 화창했지만 그만큼 뜨거워요.

항상 가던 길에 딸랏사오를 살며시 바라 보고요.

또 조금 더 걷다 보니 미 쏙 인도 보이네요.

불현듯 제가 여행을 왔기에 즐거운 것이지 라오스 인들에겐 그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수요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라오스인이 익숙하다는 듯한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스커피를 들고 나오 길래 살펴보니 카페명이 마음에 들어요. slow coffee에요. 아이스 카페라테 한잔에 45천이에요. 스벅에 비하면 반값이지만 소파도 푹신하고 분위기도 좋고 베개만 있으면 잠시 쉬어 가고 싶어요. 여긴 추천해요. 만약 숙소가 가까웠다면 저는 굳이 투어도 안 가고 이곳에서 살았을 거예요.

6년 만에 기억을 더듬어 가게 된 시홈로드에요. 길이 진흙에서 아스팔트로 바뀌었네요.

저에겐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 드림홈호스텔로 갔는데 건너편의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반쪽짜리 호스텔에 주인도 나이지리아 인으로 바뀌었어요. 추억이 반으로 사라진 만큼 호스텔 주인의 인심도 반쪽이 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은 이제 추억으로만 간직하게요.

추억 속의 숙소를 둘러봤으니 근처 사원들도 살펴봐야겠네요. 비록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은 없지만 말이죠. 누군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했던가요. 그건 일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한 이들에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왓 옹뜨에 왔어요. 가이드북엔 크게 볼 것 없는 복원된 신식사원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막상 들어가 보니 거대한 불상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에요. 사바이디!! 왔으니 인사는 드리고 가야지요.

뒤돌아 나가려는데 보이는 청명한 하늘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요.

추억 속의 메콩강이 그리워 가는 중이에요. 동자승들에게도 뜨거운 햇살은 버거운가 보네요.

반가운 메콩강이에요. 저도 모르게 땀이 흐르더라고요.

메콩리버사이드에서 유일무이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생각이든 별다방으로 왔어요.

자몽블랙티가 없어서 패션푸룻을 주문했는데 슬러시인 줄 몰랐다죠.

들고 온 책의 에피소드들은 마음을 온기로 채워주는데 충분했던 것 같아요. 타인을 안아주는 것이 면역체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신선하네요. 읽어 보지 않으면 그저 요리용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당신의 영혼을 위한 치킨숩이에요.


돌아가는 길에 남푸분수를 담고요.

길을 찾아 헤매다 새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더니 낯익은 대로가 나왔어요. 이제 5분이면 가겠네요.

하우스키핑을 주문하고 다녀왔더니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았어요. 이 맛에 호텔에 사는 거겠죠.

땀에 젖은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수영복 바지를 입고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들어와서 수영을 하니 너무 좋아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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