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베트남01

닌빈투어(DAY2)

by 에리기

지난밤 정말 시끄러웠던 하노이 첫 숙소의 아침은 예상과는 달리 조용하고 상쾌했어요. 오늘은 엊저녁에 예약했던 닌빈 투어를 갈 예정이에요. 반나절이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투어를 간다고 생각하니 잊고 지냈던 설렘마저 느껴지네요.

저를 포함한 몇 명만이 조용히 식사에 집중하는 중이에요. Honey Hotcake 과 warm milk coffee 한 잔이면 아침은 충분하죠.

숙소에서 나와 지난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여는 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담았어요. 아침 공기가 참 시원했던 걸로 기억을 해요. 확실히 하노이가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가능한 일일지도요.

지난밤에 예약한 호텔에 가니 태어나 배낭여행을 처음 와서 I'm very excited를 반복하는 캐나다에서 온 Jasmin과 사진을 담아요. 그녀의 기쁨이 저를 덩달아 웃음 짓게 하네요. 사진을 보낼 연락처 정도만 교환을 하고 그녀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어요.

투어버스는 항상 그러했듯, 그날의 투어를 예약한 호스텔과 호텔을 들려 이름 모를 이들을 태워 닌빈으로 향했어요. 차창 밖 풍경이라 하기엔 심심한 시골 농촌 풍경이지만, 지금 다시 보니 그래도 추억인 것 같아요.

가는 길에 즐거운 여행이 되라는 건지 즐거운 관광이란 이름의 버스를 발견했어요. 먼 타국에서 한글이 적힌 버스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잠시였지만, 한동안 입가에 미소가 번져요.

어느샌가 투어 버스가 닌빈(?)에 도착했어요. 설마 저기까지 걸어가겠어?라고 생각을 했는데 끝내 저기까지 가더라고요. 하하하하. 그래서 눈치껏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어요.

그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멈춰 서길래. 닫힌 귀를 열었더니 들리는 진지한 표정의 가이드의 설명이에요. Old capital city of Vietnam이란 말을 들은 것 같아요. 하노이 이전의 옛 수도이니 아무래도 중요하겠지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통성명으로 알게 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부탁했어요. 그리곤

식사 중이신 베트남 물소를 빠르게 담아드리고요.

가이드 말을 경청하다 보니, 하노이로 수도를 천도하기 전까지 40년이 넘도록 베트남의 수도였던 호아르라고 해요.

단체 관광객들이 많은 데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여서일까요. 사진만 빠르게 담고 이동을 했어요.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연상케 하는 기둥 앞에선 사진을 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뜨거운 열기를 피해 근처 사당 안에 들어오니, 사당 안을 비추는 두 줄기의 햇살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해요.

다 같은 관광객이 아니란 생각이 들 때는 누군가 다른 언어로 온마음을 다하여 기도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네들이 바라는 것들이 이뤄지길 바라며 사당을 나서요.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잖아요. 베트남의 옛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호아르의 주인인 딘 띠엔 호앙을 추모하는 재단은 역시나 화려해요.

제가 갔을 땐 감사하게도 재단 뒤편에 화려한 가마가 있었어요. 마치 바티칸시티에 가서 요일이 맞아서 교황님을 뵙고 온 그 정도의 느낌이려나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사진을 담았네요.

딘 왕의 사당을 들어온 길로 되돌아 나가는데, 들어올 땐 몰랐던 아기자기하게 잘 다듬어져 있는 정원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그러다 발길이 머무는 곳에 가니, 딘 왕조의 대를 이은 레이다한의 사당이에요. 왕을 수호해 주는 수호목이 아닐는지요.

고개를 돌리니, 투어의 꽃은 단체사진이라 했던 가요? 이름 모를 이들도, 오늘 처음 만난 친근한 낯선 이들의 얼굴에도 잠시나마 웃음이 번지는 것 같아요.

여기가 땀꼭 가는 선착장이에요. 구도가 이뻐서 바로 담았어요. 사실 이때만 해도 땀꼭으로 가는 선착장인줄 몰랐다는 슬픈 전설이 구전되어 온다죠. 하하하하.

후에 가이드북을 펼쳐보니 선착장에서 배를 타라고 그랬었는데, 저와 함께 했던 그날의 여행자들은 호아르 주변에서 자전거에 올라타 땀꼭으로 향했어요. #2

논에 벼를 심은 건가요? 사이사이 나무 그늘이 있어서 이때만 해도 이 정도면 할만하다고 생각을 했네요.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마음이 갈대라던가요? 제 생각에도 변화가 왔다죠. 반쯤 왔을까요? 자전거를 버리고 가고 싶었어요. 하하하. 진퇴양난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메울 때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어요. 이솝우화의 해와 바람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늘이 날 시험하시는 구나라고요.

육지의 하롱베이라는 닌빈을 실감케 하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 지형이라네요.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이 주는 멋스러움은 느끼는 자의 몫이라지요.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어요. 무려 10km를 탔으니까요. 그 말이 참 맞아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요. 하하하하. 참고로 땀꼭은 동굴이 3개라는 뜻이에요. 땀꼭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200미터라는 입구의 간판을 보고 나니, 다들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어요. 버스를 타고 온 이름 모를 관광객들 사이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밀려 들어갔네요.

들어가다 보니 저 멀리 선착장이 보여요. 배를 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배를 타면 눈 좀 붙여야지라고도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불현듯 잊고 있던 라오스의 블루라군이 생각이 났어요.

첫 번째 동굴은 항까(127m)에요. 세 개의 동굴 중에 길이가 가장 길어요. 첫 동굴에 다다랐을 땐 그저 무섭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트아래 녹색 다음이 바로 어둠이었으니까요.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사진을 담았는데, 아래와 같이 점이 하나 보이길래 바로 출구라는 생각을 했

던 것 같아요. 비록 어두웠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좋았던 점은 시원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한편으론 출구 외엔 아무것도 안 보여서 살짝 움츠리게 되네요.

출구에 다다르니 아니나 다를까 환한 빛이 저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네요.

두 번째 동굴은 항하이(70m)에요. 확실히 첫 번째 동굴보단 짧지만 동굴 천장이 높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던 것 같아요.

그리 오래되지 않아 출구를 습관적으로 담았는데, 잘 정돈된 느낌과 자연의 위대함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잠시 생각이 났네요.

동굴을 나오자마자 그늘 아래서 사진을 담아요. 해금강과 비슷하다는 하롱베이를 안 가고 닌빈을 오기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무언가 아기자기하고 잘 정돈된 느낌인 데다 아름답고 조용해서 참 좋더라고요.

두 번째 동굴인 향하이의 존재가 잊혀 갈 때쯤 반대편에서 서양인 부부를 봤는데 멋지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품격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 웃으며 손들어 주셔서 저도 웃으며 화답을 하고, 저도 다음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여행을 올 수 있겠지?라고 자문했어요.

마지막 동굴인 걸까요? 여기는 세 번째 동굴인 항바(50m)에요. 확실히 다른 동굴에 비해 입구가 좁고 낮아요.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출구가 보였어요.

앞서가는 나룻배에 탄 사람들의 실루엣을 보니, 인디아나 존스가 된 느낌이에요. 그런 생각도 잠시

저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저도 어느샌가 누군가의 실루엣이 되니 아쉬움이 밀려와요.

마지막 동굴을 나오자마자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강가 옆 풀숲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를 바라보며, 너도 좋지? 나도 좋아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봐요.

반환점을 향해 나아갈 때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지만, 출발지로 되돌아갈 때는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이들의 모습에 여유롭게 인사를 건네게 되네요. 게다가 아까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도 새롭게 다시 보였어요.

왔던 길을 되돌아갈 땐 뱃사공이 쓴 라이트가 환하게 우리의 앞길을 비춰 줬어요. 그러다 보니 분명 아까 들어온 동굴인데, 그 동굴이 맞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라이트를 비추니 동굴의 규모가 확연히 시야에 들어왔고요. 어쩌면 이런 순간을 두고 자연의 신비라고 하는 거겠지요. 자연과 시간이 맞물려 만든 조용한 결과물은 인간에게 항상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듯해요. 또 한편으론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여기는 두 번째 동굴인 항하이에요. 분명히 처음 갈 땐 안 보였던 동굴의 천장이 다시 보니 거대한 종유석으로 이뤄진 천연동굴이어서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항하이를 지나 항까로 들어가는 길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어둠 속의 한 줄기 빛만 보고 나아가고요. 동굴 투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니까요.

이제 닌빈 투어도 끝자락에 다다른 걸까요? 하롱베이를 안 가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선착장에서 하노이 시내까지는 미니버스에 올랐어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버스에 앉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왔어요.

오늘 하루 저와 함께 했던 이들과는 연락처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고요. 저녁엔 호안끼엠을 둘러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네요. 이때가 2월 초여서 공기는 살짝 서늘했지만, 따뜻한 닌빈을 다녀온 직후라 그 서늘함이 오히려 좋았어요.

호안끼엠을 따라 발길이 가는 대로 걷다 보니, 역시나 2016년 새해를 축하하는 분위기네요.

그러다 신호등 앞에 잠시 머물게 됐는데, 건너편 약국의 캐치프레이즈가 인상 깊었네요. Your health, we care였던 것 같은데 심플하고 임팩트가 있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문구예요. 후에 이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구입했어요. 여성 약사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나니 하루 종일 눈만 즐거웠던 차에 여행의 근황도 나눠서인지 여행이 더 즐겁더라고요.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던 것 같아요.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을 건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한 예술가가 요청한 말을 그림으로 그려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캘리그래피가 아닌가 싶어요.

저녁엔 금일 닌빈 투어에서 만난 동생과 쇼타로를 라인으로 연락을 해서 마메이에서 한 잔 하자고 약속을 잡았어요. 다시 찾은 마메이 거리는 역시나 젊음의 거리가 맞아요. 하루쯤은 조용할 법도 한데

매일 밤이 새로운 느낌이에요. 어딜 가나 멋진 차를 타고 뽐내고 싶은 마음은 다르지 않은가 봐요.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셋이서 맥주를 마시다가 종류별로 마셔보자고 그랬네요.

한 캔에 600원이니 배고픈 여행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었다지요.


(C) 2024. 에리기. All rights reserv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연의 연속(DAY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