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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17. 2023

토끼와 거북이

옛날 어느 마을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았어요. 마을에서는 매년 모든 동물들이 참가하는 달리기 대회가 열렸어요. 토끼는 아주 빨라 늘 우승을 했고 거북이는 매우 느려 언제나 메달을 목에 건 토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만 했지요.

 

토끼네 집안은 대대손손 빨랐어요. 토끼의 아빠와 엄마는 토끼에게 빨리 뛰는 방법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접 보여주며 가르치고 자식은 자신들보다 더 잘 뛰길 바라는 마음에 마을에서 가장 빠르다는 왕년의 메달리스트 치타에게 데려가 정기적으로 특훈을 받도록 했어요. 치타는 화려한 언변과 더불어 지난 경주를 분석해 어떻게 뛰는 것이 이기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인지 핵심만 짚어주는 능력이 탁월했고 그래서 그의 수업은 언제나 더 잘 뛰고 싶은 동물들로 붐볐지요.

 

거북이는 마을 그 누구보다도 느렸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거북이의 조상 중 달리기를 잘했던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는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토끼의 모습을 보며 제발 자신도 언젠가 딱 저만큼만 뛸 수 있길 바랬어요. 부모님 몰래 치타도 찾아가고, 처지가 비슷한 코알라, 팬더, 나무늘보와 서로 의지해가며 특유의 근성으로 밤낮없이 달리기 연습만 물고 늘어졌어요. 토끼보다 수 천 배 가까이 노력한 다음에 거북이는 토끼 발뒤꿈치를 겨우 쫓아갈 만큼 달릴 수 있게 되었지요.

 

거북이는 어느 날 이런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서러운 나머지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강가로 가 깊은 물에 몸을 던졌어요. 거북이가 신나게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은 감탄과 동시에 의아해하며 외쳤지요. “아니, 너 수영을 이렇게 잘했어? 그러고보니 우리 마을은 누구 좋으라고 매년 달리기 경기만 하는거야? 달리는 것만큼 헤엄치는 것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능력이라구! 마을 이장님한테 가서 수영 경기도 열어달라고 하자. 이왕이면 다른 경기도!”

 

그렇게 해서 마을에는 매년 새로운 경기가 하나 둘 늘어났고 거북이는 헤엄치기, 기린은 멀리보기, 나무늘보는 오래 매달리기, 고양이는 높이뛰기 경기에서 각각 메달을 땄어요. 마을 달리기 대회는 차츰 동물들이 각자 자신만의 장점을 갈고 닦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답니다.


©Positive Vi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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