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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20. 2023

여우와 포도

어느 날 배가 몹시 고픈 여우 한 마리가 포도밭을 발견하고 멈춰 섰어요. 그러나 포도는 아주 높은 곳에 열려 있어 여우가 펄쩍 뛰어도 보고 나무를 타고 기어오르기도 해봤지만 따먹기엔 역부족이었지요. 천 번 만 번 각고의 노력 끝에 포도 한 송이를 겨우 떨어뜨린 여우는 그 맛을 보고 순간 인상을 찌푸렸어요. 너무나 신 포도였던 거에요. 그렇게 몸을 던져 가까스로 따낸 포도가 겨우 이런 맛이었다니! 여우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굶주렸고 아주 힘들게 얻은 포도였기에 차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우의 소식을 듣고 배가 고팠던 숲 속 동물들도 하나 둘 포도밭에 모여들었어요. 이들 중 포도밭의 포도를 먹어본 동물은 오직 여우 한 마리였지요. 모두들 하늘 높이 열린 그 포도 맛을 궁금해했고 아마도 굉장히 놀라운 맛이리라 추측만 할 뿐이었어요.
 

“여우야! 네가 먹어본 저 포도 맛이 어때? 도대체 저렇게 높은 곳에 열린 포도는 어떻게 딸 수 있었던 거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맛이야. 누구든지 먹어보고 싶어 할 맛이지. 너희들도 원하면 포도 따기에 도전해봐. 쉽지 않겠지만 충분히 그럴 만 한 가치가 있어.”
 
여우는 자신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숲 속 동물들에게 으쓱하며 대답했어요. 여우의 말에 친구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포도 따기에 골몰했어요. 원숭이, 뱀, 토끼가 차례로 포도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어요. 그들은 감격에 겨워 소중한 포도를 한 알씩 조심스레 베어 물었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아직도 뜀박질 중인 동물들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그토록 노력한 보람이 있어. 하늘 높이 열린 포도 맛이 정말 특별하구나!”


©Arbor Day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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