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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나래쌤 May 10. 2024

마음속 수학의 불씨 깨우기

하룻밤 안에 문제집 한권 다 풀다!

  아이들 수학 문제집 얼마나 사주시나요? 한 권만이라도 완벽하게 끝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을까요?

아마도 집에 여기저기 풀다 남은 문제집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교재 연구를 위해 서점을 가는데 수많은 문제집과 참고서가 벽면 한곳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문제집을 선택하게 되는데, 전 복잡한 문제들로 이루어진 어려운 문제집은 손이 잘 안 가게 됩니다.


내가 학생이라 생각을 하고 내가 보기 좋고, 풀기 좋고, 재밌게 생긴 문제집을 선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공부방에 오는 친구들을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부모님께 이전에 풀었던 문제집을 꼭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아이가 풀었던 문제집을 보면 그동안 공부했던 방법이나 난이도를 체크 할 수 있어서 꼭 확인합니다.


이번에 상담을 오게 된 초등 4학년 친구는 어머님이 블로그를 검색하시다가 일등수학을 알고 오게 되셨습니다. 아이가 단 한 번도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고, 습관이 잡혀 있지 않아서 오게 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과 상담을 하면서 아이의 이전 문제집을 보니, 난이도가 너무 높은 최상위급 문제집이었습니다.       


  선생님 : “어머님, 이 문제집은 어디서 배웠던 걸까요?”

  어머님 : “이전 학원에서 풀다가 아이가 다니기 싫어해서 그만두고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네요.

제가 가르치려고 하다가 아이와 싸우게 되고 하도 답답해서 결국은 선생님을 뵙게 되었네요. 하나 가르치려고

하면 아이는 자꾸 딴 짓을 하고, 집중도 못하고, 물 마시러 간다하고, 연필 깎는다 하고, 속에서 천불이 나서

도저히 저랑은 못하겠어서 포기했습니다.”

 선생님 : “혹시 아이가 이전 학원에서 어려워 한 점은 없었나요?”

 어머님 : “아이가 학원가는 걸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상담도 했는데, 학원에서는

문제가 조금 어렵지만, 충분히 다 할 수 있다고 다독이면서 계속 다니긴 했어요.”


  


어머님과 상담을 하면서, 아이가 왜 수학을 기피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학원에서 풀었던 문제집이 너무 어려웠던 겁니다. 최상위권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라 해서 어머님은 등록을 하셨고, 당연히 우리 아이도 잘 따라가리라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이는 어려운 문제는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자연스럽게

‘수학은 어려운 것’, ‘내가 못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어려운 문제집을 쳐다보지도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사항에 대해서 어머님께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아이의 수학 테스트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수준은 중간 정도로 문제집의 난이도를 좀 낮추어서 진행 하겠다고 말씀 드렸고, 똘똘한

아이이니 옆에서 조금만 다독여 주면 잘할 거라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그 옷을 부모님과 선생님은 계속 입으라고 하니, 아이는 너무 답답해하고,

불편한 옷을 벗으려고 했을 겁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너무 불편한 옷을 입으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인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당장 쉬운 문제집으로 주문을 하고, 그날부터 차근차근 한단계식 올라가며 수업 진도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너무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아이에게 선택해줬던 문제집이 너무 재밌고 즐거웠는지, 그날 한 학기의 문제집을

다 풀고 다음 날 자랑스럽게 가지고 왔습니다. 전 너무 깜작 놀랄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이렇게 문제집을  다 풀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선생님 : “지우야, 이걸 어떻게 하루 만에 다 풀은 거야? 선생님은 지우에게 5장 풀어오라고 숙제를 내줬는데, 이걸 다 해 와서 너무 놀랐어.”

  아이 : “어제 선생님하고 수업하고 나서 집에서 숙제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스티커도 있고,

붙이는 것도 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있고, 너무 재밌어서 하다 보니 다 풀었어요.”

  선생님 : “어머님이 이거 알고 계셔?”

  아이 : “아니요, 선생님께 제일 먼저 자랑하려고 바로 가지고 왔어요.”     


  아이가 하는 말이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꼬옥 안주었습니다. 너무 잘했다고 폭풍칭찬을 해주면서,

“오늘은 이거 우리 같이 채점해보자~! 지우는 이거 전부 100점 맞으면 어떻게 하지? 너무 대견하다. 우리 지우!”

그날 수업에서 아이와 함께 채점을 하였고, 중간 중간 실수한 부분도 있었지만, 문제집 한 권을 다 해온 아이가 너무 기특했습니다. “선생님, 저 이렇게 문제집 다 풀은 거 처음 이예요! 너무 신나요!”

아이는 비로소 내가 다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일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문제집의 난이도를 낮춰서 흥미를 이끌어 준 것밖에 없는데, 아이는

너무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다음 문제집 주문을 부탁 드렸고, 어머님도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셔서, “이렇게 공부한 적이 없는 아이인데, 너무 기특하다고,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전 이럴 때 가장 보람된 것 같습니다. 아이가 수학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할 때, 옆에서 살짝 도와주었는데,

스스로 본인들의 갈 길을 찾아가니 너무 기특하고 대견할 따름입니다.

아이마다 스스로의 잠재력은 다 가지고 있는데, 그걸 잘 이끌어 주니 효과는 두 배가 되는 거지요.     


  내 아이가 혹시 수학 공부를 너무 어려워한다면, 지금 공부하고 있는 문제집을 한번 살펴봐 주세요.

‘아이에게 맞는 난이도 인지? 아이가 이해를 전부 하고 있는지? 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멀리서 찾지 마세요. 아이가 재밌고 즐거워한다면, 그보다 더 큰 마음의 불씨는 없습니다.



한번 키워진 불씨는 아이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나는 수학 정말 잘해, 난 이거 진짜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을 키워주게 됩니다. 이 자신감은 점점 더 크게 자리를 잡아서 앞으로 더 큰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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