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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Oct 20. 2023

엄마와 절연한 이유

내가 살기 위해서

이 글은 내가 결혼 전 엄마 언니와 연을 끊을 결심을 하게 된 사건에 관한 스토리의 2부다.


결혼 전 사건 1부 를 먼저 읽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엄마와 언니가 나에게 미친 듯이 폭언을 한 이후, 언니가 나에게 유리를 집어던져 내가 발에 피를 흘리고 울며 집에 돌아온 저녁.


지금은 남편인 당시 나의 남자친구는 내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혼집에 도착한 나는 남편에게 안겨 본가에서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았다.


엄마와 언니가 나를 폭언들로 괴롭힌 일과,언니가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남자친구는 내 발의 상처를 보고 더 분노했다. 남자친구와 사귀던 때 내가 엄마에게 뺨을 맞았다고 말하거나 엄마나 언니가 나에게 물건을 던지고 때리려고 했다는 말을 한적이 있었지만, 남자친구는 내가 다친 것을 직접 보자 매우 놀랐고 크게 화를 냈다.


남자친구는 내 엄마와 언니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언니가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는, 남자친구는 어이없어했다. 왜 그러는 걸까 하며 나와 남자친구는한참을 대화했다.


결혼하는 나를 질투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종종 어른들 중에서 내가 먼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언급을 할 때마다 언니가 발끈하며 사람들에게 화를 냈었는데, 그런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본인보다 더 먼저 결혼하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그냥 원래 내가 행복한 꼴을 보지 못했으니, 그래서 그런 걸까?


이유가 무엇이던,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글을 쓰는 지금은 엄마 언니가 진짜 악성 나르시시스트였네,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잠도 안 오고 계속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는 그날 이후 언니에게 사과연락이 올 줄 알았다. 아니면 적어도 엄마가 나랑 연락을 하면서 언니가 미안해 한다고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우리 집 나르시시스트 들은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틀 후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해왔다. 그날 저녁 내가 밥도 먹지 않고, 그냥 내려가 버려서 서운했었다고 말을 하는 엄마에게 나는 화를 냈다.


나에게 폭언을 하고 막말을 하면서 괴롭혀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그날 저녁에 집에서 자고 오지 않아서 화를 내는 거냐고 했더니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가 이런 식으로 예의 없게 구는데 그럼 우리가 그냥 놔두니?"


언니가 나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나는 언니를 다시 보고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악담을 하고 물건을 마구 던져서 내 발에 상처를 내고도 언니는 반성하는 기미가 없는 거냐고 물으니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거랑 물건 던진 건 잘못이지. 근데 너도 다 잘한 건 아니잖니?"


언니를 변호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겠는가. 내 엄마는 더 심한 나르시시스트인데.


이사 전 며칠 만이라도 일찍 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이사 전날 본가로 향했다. 이사 업체가 아침 일찍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날 저녁에 본가에 가서 하루 자고 아침에 이사를 할 계획이었다.


남자친구는 걱정했다. 엄마 언니와의 갈등 때문에 내가 또 속상할까 봐 걱정하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이제 이사만 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이사 전 날 집에 도착한 시간은 9시였다.


한가지 미리 말할게 있다. 내가 쓴 대화들에 과장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내가 엄마와 언니에게 들은 언어들을 순화시키는 것이 많이 힘들 정도다.


이 대화들을 자세히 쓴 이유는, 나르시시스트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한 말을 다른 사람이 한 말 처럼 교묘하게 거짓말로 전가 시키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공격 중, 상대방이 변명하고 자기 방어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화법에 대해 나의 사례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엄마와 언니는 역시나 거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나는 드레스 룸에 들어가서 챙겨야 하는 옷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 들어온 것을 알고 엄마는 드레스 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너는 집에 왔는데 인사도 안 하니?" 엄마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방금 왔어요." 나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대답했다.


엄마는 언니랑 하던 이야기가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너희 언니랑 얘기 중이었는데, 너네 아빠가 엄마랑 이혼하고 나서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친척들한테 말하고 다녔나 보더라? 진짜 웃기는 새끼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정말 너무 피곤하고 더 이상 엄마랑 대화할 힘도 없어서 대충 대답했다.

"제가 뭘 어떻게 생각해요. 아빠는 아빠 입장이 있는 거고, 각자 기억이 다르니까 말도 다르겠죠."


엄마는 내가 대답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뭐? 그럼 너는 너희 아빠가 피해자라는 거야? 너는 엄마가 당한 거는 하나도 기억 안 나니? 너는 그럼 엄마가 당한 거는 안 불쌍하고 너희 아빠 편드는 거야?"


나는 진짜 어이가 없었다. 엄마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아니, 엄마랑 아빠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고요 제가 누가 더 잘못했고 누가 더 피해자다 그런 얘기를 할 입장도 아니잖아요?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엄마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르 엄마:

"너는!! 그럼 아빠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거야?

어~ 너 아빠가 돈 준다고 하니까 이제 그쪽으로 붙어서 아빠편드니? 그런 거니?"


나:

"네? 하...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르엄마:

"너 아빠가 너 결혼 비용 좀 지원해 준다고 이제 아주 아빠 편들기로 작정했나 보구나? 엄마가 여태 키워 준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거지? 배은망덕한 년."


나:

"엄마, 그만 좀 해요 제발. 저 지금 너무 피곤하고 내일 이사 날이니까 그만하세요."


나르엄마:

"어~ 그래. 너 이제 엄마한테는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었다 이거지? 이제 니 아빠가 돈 좀 준다고 하니까 이제 그쪽으로 붙겠다 이거야?!?"


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계속해서 자신에게는 이제 받을 건 다 받았고, 아빠가 결혼자금 좀 지원해 준다고 아빠 편을 드는 내가 쌍년이라며 나를 욕했다.


엄마 말을 듣고 나는 경악했다.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갑자기 들어와서는 나에게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미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화를 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빨아먹었다고요? 그게 지금 무슨 소리에요?"


엄마는 더 크게 화를 냈다. "맞잖아! 너 이제 엄마한테는 받을 거 다 받았다는 거잖아! 결혼할 때까지 키워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나쁜 년 같으니라고!!! 아빠가 그 결혼 비용 좀 보태준다고 이제 아빠 편을 드는거야? 어?!"


엄마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하자 마자, 나도 소리 지르지 말라고 말하며 같이 소리를 질렀다.


정말 막장이었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어미를 버린 배은 망덕한 년이라고 나를 욕하며 소리를 질러대던 엄마는 목이 아프다며 방에서 나갔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아픈 머리를 감싸며 정리할 것만 정리하고 빨리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레스 룸에서 나와 방으로 향하는 내 뒤에 대고 엄마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저 썅년, 내가 저년을 배 아파 낳았다. 고마움도 모르는 년 같으니라고. 아빠가 피해자라고?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그냥 무시하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는 마치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더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맞잖아! 너 아까 심지어는 나한테 이제 엄마한테는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어서 빨아먹을 거 있는 아빠 쪽으로 붙을 거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요?!!?!?"


어이가 없었다. 엄마 본인이 한 말을 내가 한 말처럼 말하다니, 엄마가 정말 미친 건가 싶었다.


언니는(이하 새끼나르) 소파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듣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머, 세상에 진짜 엄마? 저 년이 그런 말했어? 미쳤네 얘."

"야, 너 엄마한테 진짜 그렇게 말했어? 내가 말했잖아 엄마. 돈 좀 준다고 아빠한테 쪼르르 갈 거라고 내가 그랬잖아요."


나는 미칠 것 같았다. 본인이 한 말이 내가 한 말이라고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언니는 그럴 줄 알았다며 내가 얼마나 나쁜 썅년인지에 대해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면서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  쉬지 않고 나에대해 비아냥 거리며 떠들어 대는 엄마와 언니를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만해 진짜!!!!!!!!!!!!!!!!"



내가 소리를 지르자, 둘 다 조용해졌다. 나를 빤히 보는 엄마와 언니에게 나는 그동안 쌓아놨던 말들을 토해냈다.


"그만 좀 해요 진짜! 내가 언제 그런 말 했어요? 엄마가 갑자기 들어와서는 나한테 말도 안 되는 말들 늘어놓고는, 그 말을 내가 했다고요? 이젠 그냥 대놓고 거짓말하세요? 그만해요 진짜. 유치하게 뭐 하는 짓이에요? 아빠랑 이혼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나한테 누가 더 잘못했는지,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피해자인지 말하라는 게 무슨 소리에요?"


"그리고 너,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한계야. 너 나한테 물건 던지고 다치게 한 거랑, 내 결혼식 망치겠다고 한 거 사과는 안 하니? 너가 그런 말하고 나 다치게 하고도 지금 미안해 하기는커녕 나한테 년년 거리냐? 니가 사람이면 최소한 죄책감은 느껴야지, 안 그래? 입장 바꿔서 내가 너한테 그런 말 했으면 너는 나만큼 참았을 거 같냐? 나니까 이만큼참은 거야. 내가 전부터 그랬지, 작작하라고!"


"그리고 둘 다 나한테 무슨 년 무슨 년 년년 거리지 좀마요! 상스러워서 진짜 상종을 하고 싶지가 않아!"



이 이외에도 내가 들었던 말들에 대해 나는 말하면서 두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엄마 언니 말에 내가 반박할 때마다 내 결혼식에 엄마가 안 왔으면 좋겠냐고 말하면서 나를 협박한 것,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부터 결혼준비를 하는 지금까지 내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집안을 무시하고 막말한 것,

나를 무시하면서 괴롭히고 폭언하며 조롱한 것, 나를 때린 것, 나에게 물건을 집어던져서 다치게 한 것,

내가 두 사람과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엄마와 언니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내 사생활을 간섭하고 선을 넘으면서 나를 힘들게 한 것에 대해 모두 사과를 하라고 했다.


내가 하는 말을 듣는 도중에도 물론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언니는


"뭐? 너? 쟤가 나한테 너라고 말하는 거 들었어 엄마? 야 그리고 너는 뭐 다 잘했어?"

"야! 너 지금 엄마랑 언니한테 소리 질러? 뭐라는 거니 쟤? 저저, 개념 없는 것 같으니라고! 언니가 다치게 한 건 잘못했지만 너도 그날 잘한 건 없잖니? 언니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등등의 말들을 쏟아내며 나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내 말을 잘랐다.

둘이 내 말을 자를 때마다 나는 말을 멈추고 다시 말하고, 시끄러워지면 다시 멈췄다 말하기를 반복했다.


인터폰이 울렸다.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관리실의 연락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너무나도 중요한 두 나르시시스트는 고요해졌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나에게 이어서 악담을 시작했다.


나르 엄마:

"야, 너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서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어. 너만 오면 이렇게 시끄러워져. 너가 문제지 우리 집에서 너 말고 이렇게 시끄럽게 할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새끼 나르:

"아, 엄마. 말이 통하는 애랑 말을 해. 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애랑 말을 하려고 해야지. 쟤랑 무슨 대화를 해요 그냥 무시해요."


나르 엄마:

"그래. 뭔 말이 안 통한다. 우리가 오죽 걱정돼서 지 걱정해주는 지도 모르고 저 싸가지 없는 년."


나:

"내가 년이라고 하지 말랬지!!!!!!!!!!!!!!!!"



나르 엄마:

"야! 조용히 하랬지! 너 지금 반말하니? 엄마랑 언니한테 반말하는 거야? 너 미쳤니? 언니 너가 보기에는 쟤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같지 않니? 너가 보기에는 쟤가 지금 정상 같아?"


새끼 나르:

"아니, 엄마 쟤 미쳤어. 정상 아냐 내가 봐도. 그니까 저렇게 미쳐 날뛰지. 미친년 같아."


나:

"내가 미쳤다고? 둘이 미친 거잖아!"


나르 엄마:

"어머, 쟤 술마신 거 같아. 하는 행동도 이상하고 쟤 아무래도 술 마셨나 봐. 너 집 올 때 음주 운전한 거 아니니?"


새끼나르:

"아 엄마, 말을 섞지 말라니까? 미친 애랑 말 섞어서 뭘 하게?"


두 사람은 서서 분노하는 나를 조롱하듯이 쳐다보면서 비아냥 거렸다. 이 글을 쓰는 아직도 두 사람이 앉아있던 모습,

내 정신이 이상하다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를 조롱하던 두 사람의 표정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때 두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생각하면 속이 안 좋다.



나: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마자 나르 엄마는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때릴 듯이 팔을 휘둘렀다. 나는 엄마 팔을 붙잡았다. 내가 엄마 팔을 잡고 허리아래로 눌러 내리자, 엄마는 손을 빼서 내 뺨을 때리려고 했다.

계속해서 내가 엄마 팔을 붙잡자 엄마는 언니에게 "이거 봐, 얘 내가 때리려고 하니까 막는 거 봐!"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놔버렸다.


불과 몇 주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또 엄마와 언니에게 말도 안 되는 막말과 폭언을 듣고, 폭력을 당할 상황에 놓이다니.


그 순간 전부 다 끝내고 싶었다.


나는 엄마에게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요. 그만. 엄마, 이제 더 이상 그만하시죠. 이제 저는 다 포기예요. 항상 엄마나 언니가 저한테 막말하거나 제 남자친구 비난할 때 제가 그만하라고 하면 제 결혼식에 엄마가 안 왔으면 좋겠냐고 하셨죠? 오지 마세요 제 결혼식. 엄마 저결혼하는 거 항상 안 좋아하셨잖아요? 그냥 오지 마세요. 제가 초대 안 해요 이제."


나는 새끼 나르 언니한테도 말했다. "그리고 너, 내 결혼식 망칠 거라고 했지? 너가 과연 그럴 용기나 있을까? 넌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니? 자꾸 언니라고 안 부른다고 부들거리지 말고, 나이 많은 거 대접받고 싶으면 나이 많은 사람처럼 행동은 못하더라도 시늉이라도 해. 너도 내 결혼식 오지 마. 두 사람다 내가 초대 안 해. 오지 마요 내 결혼식."


내가 이렇게 말하자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는, 나를 때리려다 말고 갑자기 차분해져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리 와봐. 너 지금 엄마랑 연을 끊겠다는 거야?"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무리 상처받았다고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야!"


나는 엄마에게 연을 끊자고 했다.


"네. 연 끊어요. 제가 엄마가 원하는 대로 안 하면 엄마 늘 저한테 그러셨죠? 엄마랑 연 끊고 싶어서 그러냐고. 그래요, 이제 우리 연 끊고 살아요. 제가 이젠 두 사람하고 아무런 사이이고 싶지가 않네요."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방에 들어갔다. 방 밖에서 나르 엄마와 나르 언니는 천륜을 끊겠다는 말을 하는 내가 얼마나 미친년이고 정신이 나간 소리를 지껄이는지 어이가 없다며 소리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걱정하고 있을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남자친구는 "역시..?"라고 했고 나는 "역시... 또 한바탕 했어."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분노를 삭이며 잠에 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이삿날이 밝았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서 내 방문을 열어 보더니, 새벽부터 일어나서 짐을 싸는 나를 보고 놀란 듯했다. 엄마는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었다. "벌써 일어나서 짐을 싸는 거야? 좀 더 자지."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나에게 내가 어제 얼마나 어이없는 말을 한지 반성하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너는 천륜을 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착각하지 마. 피는 물보다 진한 거야. 네가 차에 치이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엄마나 언니가 더 걱정하지, 지금 네 남자친구가 더 걱정해 줄 거 같아?"


"늘 저한테 나쁜 일이 생기는 걸 말하실 때마다 제가 차에 치여 죽는 걸 반복해서 말씀하시는데, 마치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시는 것 같이 들려서 소름이 돋네요."

이렇게 대답하고 나는 방 문을 닫았다.


문 밖에서 엄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문을 열라고 했다. 나는 에어팟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짐을 쌌다. 다시는 이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원래는 챙겨갈 생각이 없던 짐들도 전부 챙겼다.


몇 시간 후 짐을 싸고 이삿짐센터가 오기 전 핸드폰을 보니, 엄마에게 몇 통의 카톡이 와 있었다.


'얼굴도 못 보고 이사 가서 어떡하니. 그래도 엄마랑 언니한테 인사는 했어야지.'

'너가 많이 화난 건 이해한다. 그래도 천륜은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냐.'

'이사하는 날인데 엄마가 출근 때문에 못 도와줘서 어떡하니, 미안하다 이사 잘 하구 끝나고 나서 꼭 연락 줘라~?'



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내가 한 말이 자신과 새끼 나르가 늘 하던 말과 같다고 생각했나 보다.


내 나르 엄마는 언니랑 같이 내 결혼식에 오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연을 끊어 버리겠다고 나를 협박하던 것처럼 나도 두 사람을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내가 신혼집으로 이사를 한 후, 나르 엄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나에게 계속 카톡을 보냈다.


나는 엄마의 톡을 읽씹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과 연을 끊겠다는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르 엄마는 내가 자신과 새끼 나르에게 화가 많이 나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엄마 언니와 연을 끊고, 두 사람을 내 결혼식에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이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 것이 내게 남은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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