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결혼하는 동생한테 할 말이니?
이번 글에서는 내가 결혼 전 엄마 언니와 연을 끊을 결심을 하게 된 사건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엄마 언니와 결혼 전 연을 끊기로 마음먹고, 내 결혼식에 엄마 언니를 초대하지 않았다.
엄마 언니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깨닫게 된 에피소드는 나의 이전글을 참고하면 된다.
엄마 언니와 연을 끊을 이유는 사실 차고 넘쳤지만, 결혼 전 사건 몇 개에 대해 1부와 2부로 나눠서 작성했다.
이 글은 1부 이다.
이사 준비와 결혼 준비로 바쁘던 어느 날, 나는 최종적으로 짐을 정리하고 내가 쓰던 가구들을 처분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며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나는 엄마 언니가 오늘은 어떤 말들로 나를 괴롭힐지 바짝 긴장했다. 엄마와 언니는 내가 두 사람이 하는 모든 말에 반응을 하지 않으며 거리 두기를 시작하자 굉장히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언니는 집에 온 나를 보더라도 인사도 없이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나에게 눈을 흘기며 쌀쌀맞게 굴었다.
엄마는 나에게 이틀에 한번 꼴로 엄마에게 문안 인사를 하지 않는 내가 괘씸하다고 톡을 보내며 괴롭혀 놓고는, 본인 기분이 나쁠 때는 내가 집에 오건 말건 나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내 나르 엄마는 나에게 정말로 자기에게 문안인사를 하라고 했다. 정말 개그가 따로 없었다.
문안인사라니ㅋㅋㅋㅋ
집에 들어가자 엄마와 언니가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는 듯했다. 내 방은 현관문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나는 잔짐을 담을 캐리어를 방에 놓고 엄마와 언니에게 인사를 하러 거실에 갔다.
나는 엄마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방 안에서 짐을 정리했다. 정리를 하던 중간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던 내게 엄마가 아니나 다를까 또 시비를 걸었다.
"너 이리 와서 앉아봐 얘기 좀 하자."
엄마가 와서 앉으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버릴 것만 버리고 와서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당장 와서 앉으라고 했다. 나는 그냥 서서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엄마는 늘 화가 많이 나 있었는데, 그날은 특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지만 또 무슨 막말을 하려고 저러나, 하고 나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나르 엄마 : "너 남자친구 부모님들이 노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면서?"
나: "지금도 두 분이 일 하고 계시고 나중에 연금도 나와서 걱정 안 해도 돼요. "
나르 엄마: "니 시부모님이 결혼하는데 돈도 못 보태주고, 서울에 집도 없고 그렇게 사는데 너는 그 애랑 결혼을 하고 싶니?"
나: "상견례도 다 한 마당에 왜 또 얘기를 꺼내시죠? 그만 얘기하세요."
나르엄마: " 그만 얘기하기는 뭘 그만 얘기해! 다 너 나중에 힘들게 살까 봐 걱정돼서 엄마가 하는 얘기인데! 너가 걔랑 결혼하고 나서, 그 집에 다 보태주고 살면 엄마한테는 용돈이나 주겠니?"
나: "그건 엄마 걱정이고요. 그리고 남편 부모님들은 연금도 있고 나중에 두분이서 알아서 사실테니까 저희끼리 잘 지내라고 하시던데요."
나르엄마:" 넌 그 말을 믿니? 넌 걱정도 안 되니? 그런 집안하고 결혼한다는 게? 그런 도움도 못주고 노후 준비도 잘 안된 부모가 있을 바에야 차라리 고아인 게 낫지."
나: "!!!"
내가 지켜오던 회색돌 되기가 깨지던 순간이었다. 그동안 엄마와 언니에게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반응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모든 이성이 날아갔다. 내 남자친구가 차라리 고아인 게 나을 것 같다니,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수준이 떨어지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엄마가 한심하고 창피했다.
나는 엄마에게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냐고 되물었다. 남들 앞에서는 교양있는척 고상한 척하면서 딸과 결혼할 상대 집안에 대해서 막말을 하는 엄마의 의식 수준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데,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선도 지키지 않으면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막말을 뱉어도 된다고 생각하냐고 화를 냈다.
나와 남편이 결혼 준비를 하던 당시 시부모님들은 어떻게든 결혼 자금을 보태 주시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내 다이아 반지를 맞추라고 돈을 보태주시고, 축의금도 전부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하셨다. 남편 부모님들은 마음으로는 더 지원 해주고 싶은데,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결혼 준비 전부터, 결혼이 확정된 이후까지 계속 맞춤 정장, 피부과 시술을 요구하고 축의금은 한 푼도 너한테 줄 수 없고 전부 본인이 가져가겠다고 말한 건 엄마였다. 내 결혼에 십원 한 장도 보태주지 않으면서 엄마는 뭐가 그리 당당한 건지 나는 이해할 수도 없었고 화가 났다.
엄마는 다주택자인 자신이 시댁보다 노후 준비도 잘 되어 있고, 연금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훨씬 우월하다며 늘 내게 막말을 하고 내 남자친구 집안을 무시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나중에 엄마가 은퇴하면 우리 부부가 적어도 50만원 정도는 매달 용돈으로 챙겨 줘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화를 내며 사과를 요구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틀린 말 했니? 차라리 고아인 게 낫지 나중에 자식들을 얼마나 뜯어먹으려고."
엄마의 반응을 보며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 내가 지금 나르시시스트랑 싸우려고 하고 있구나.
저 개소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해!라고 생각하며 나는 엄마를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본 언니는 엄마와 한참 대화를 나누더니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는, 나에게 또 개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새끼나르: "야, 너 엄마한테 대드냐? 너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아? 너 때문에 엄마 몸 안좋다는데, 진짜 너 때문에 엄마 고생하는 거 보면 내가 너무 엄마가 불쌍해."
나: "아니. 하나도 안 불쌍함."
새끼나르: "하, 얘 진짜 뻔뻔한 거 봐, 너 엄마가 니 결혼식에 진짜 안 가길 바라는구나? 너 엄마랑 나 없이 결혼해 볼래?"
나: "작작해라. 문 닫고 나가."
새끼나르: "네가 뭔데 나가라 마라야! 너 엄마한테 사과해 당장. 집안 분위기 흐리지 말고!"
나: "내가 사과를 왜 해. 나가."
나르 엄마가 들어왔다.
나르엄마: "네가 지금! 그런 결혼을 하면서 엄마한테 대들 위치니? 엄마가 결혼할 때 외할머니가 반대할 때 엄마는 납작 기어서 눈치 보면서 살았어! 니가 감히 지금 대들고 따질 상황이라고 생각해?!?"
나: "둘 다 내 방에서 나가세요."
나르엄마: "여긴 내 집이야! 너가 뭔데 내 집에서 나보고 나가라 마라야!"
새끼나르: "엄마! 엄마가 여태까지 얘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니까 애가 이렇게 개념이 없잖아요! 아 진짜 그니까 나처럼 엄격하게 키웠어야지 얘 싹수없는 거 좀 봐 진짜."
하... 정말 두 나르는 쌍으로 내게 욕을 하며 묵묵히 짐을 싸는 내 옆에서 번갈아 가며 떠들어 대다가 내가 아무 반응도 안 보이자 거실로 나갔다. 나르 엄마와 새끼나르 언니는 닫은 방문 너머로 내가 다 들리도록 내가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에 대해 떠들어 댔다.
짐을 다 싸고 신혼집으로 출발하기 전, 엄마 언니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거실로 갔다. 집에 가려는 걸 안 나르 엄마는 나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 막말을 뱉어내 놓고는 밥을 먹으라니, 늘 그렇듯 우리 집 투 나르들은 미친개처럼 물어대다가도, 갑자기 침착해져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나는 그냥 바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면서 서둘러 집에서 나가려고 하자, 언니의 2차 개소리가 시작 됐다.
새끼나르: " 야, 너 진짜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니냐? 우리가 밥 먹고 가라고 하면 기분 좋게 먹고 가면 될 것이지, 끝까지 니 기분 대로 행동하냐?"
나르 엄마: "그래. 너 너무 예의를 몰라. 나중에 시부모님 한테도 그럴까 봐 내가 걱정된다. 너 남편이 너 이렇게 싸가지 없는 앤 거 아니?"
새끼나르:"모르니까 얘랑 결혼하겠지 엄마, 알면 하겠어? 야, 너 결혼하는 게 전부 나랑 엄마 덕분인 줄도 모르고 고마운 줄도 모르지?"
나: "도대체 어떤 게 엄마랑 언니 덕분이라는 거지?"
새끼나르: "너 나 덕분 아니었으면 결혼 자금도 없이 거지처럼 결혼했을 거 아냐! 저년은 나 아니었으면 돈도 없이 결혼했을 년이 싸가지가 없어."
나르언니가 돈을 지원해 준 걸까 하고 궁금한 분들은 이전에 쓴 이 스토리를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나르언니는 나에게 몇백만 원의 돈을 빌려가 놓고도 갚지 않은 적은 많았어도, 내게 1원은 커녕 내 결혼 자금을 도와준 적도 없다. 아빠가 나에게 지원해 준 돈이 자신이 준 돈이라고 억지주장을 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 "작작해라 진짜. 착각도 정도가 있지 그게 무슨 언니가 해준 돈이야?"
새끼나르: "너 진짜 나한테 하나도 안 고맙냐? 어? 너 찔리지? 너 찔려서 나한테 고맙다고 인정 안 하는 거지? 얘 찔리네 엄마, 그렇지? 미친년 같아 쟤."
나: "아 억지 좀 그만 부려 진짜 어이가 없네! 아 진짜 지랄 좀 그만해!"
내 말에서 지랄 이라는 단어만 들었는지, 나에게 미친년 같다고 욕하던 언니는 본인이 미친년 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새끼나르: "지랄? 너 지금 지랄이라고 했냐? 그래, 내가 진짜 지랄해 줘? 내가 너 결혼식 반드시 망칠 거야. 내가 너 결혼식 제대로 되게 두나 봐, 꼭 내가 니 결혼식 망치고 말 테니까 두고봐아아아아앜!!!!!!!"
내 결혼식을 망친다는 언니 말을 듣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고 소리질렀다. 본인은 나에게 온갖 욕과 무슨무슨 년이라고 서스럼 없이 해 놓고는, 내가 지랄하지 말라고 한 말이 매우 화가 났는지 언니는 계속해서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새끼나르: "엄마!!! 나 쟤 결혼식 반드시 망칠 거야! 쟤가 나한테 지랄하지 말라고 한 거 들었어요?
그래, 내가 지랄해 줄게. 내가 지랄이 뭔지 보여줄게!!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너, 내가 어떻게 니 결혼식 망치는지 지켜봐!!"
나르엄마: "너!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너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 어서!"
나: "아니, 지금 자기는 계속 욕해놓고, 나한테 지랄이라는 말 들었다고 내 결혼식을 망치겠다고 악담하는 언니한테 지금 사과를 하라는 거예요?"
나르엄마: "엄마가 사과하라면 사과부터 해야지! 나이 많은 사람이 화가 났다고 하면 일단 사과를 하고 나중에 니가 받을 사과는 받던지 하면 되잖아! 어서 사과해!"
엄마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해서 나르 언니는 미친 사람처럼 나에게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다.
나: "내가 사과를 왜 해요! 안해요!"
나르엄마: "사과해! 사과하라고! 너희 싸울 때마다 엄마는 뛰어내리고 싶어 정말! 엉엉엉!"
그때였다.
언니가 나에게 던져대던 많은 물건들 중 유리 꽃병 한 개가 정확히 내 발 옆에서 깨져 내 발등과 발목에 상처를 냈다.
내 발에서 피가 많이 나자, 뛰어내리겠다던 엄마는 당황했다. 엄마는 빨리 피를 닦아야 한다고 소리 질렀다. 멍하게 서있는 언니에게 나르 엄마는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 지르며 당장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미친 듯이 날뛰며 물건을 던져대던 새끼나르 언니는 유리를 마구잡이로 던지면서도, 그게 벽이나 문 앞이 아니라 내 앞에서 깨져서 나를 상처낼 줄을 몰랐다는 개소리를 중얼거리며 구급차를 불렀다.
나는 구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니까,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다. (이후 한동안은 그때 그냥 구급차를 불러서 기록을 남겨놨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제는 두 사람과 엮일 일도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엄마가 도와줘서 핀셋으로 유리 파편들을 전부 빼 내고 소독을 했다. 밴드 위로 피가 계속 났다. 나는 아프기도 하고 너무화가났다. 남자친구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다.
엄마는 발이 다쳤으니 운전하지 말고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내가 퍽도 자고 가겠다. 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엄마는 언니가 너무 화나서 그런 거니, 엄마가 한마디 할테니, 너는 언니한테 더 뭐라고 하지 말고 화해 하라고 했다.
화해를 하라고? 어이가 없었다.
상처를 치료하고 진정이 된 후, 방에서 나와보니 새끼나르 언니가 혼자 깨진 유리 조각들을 치우고 있었다.
엄마와 언니가 서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싸울 때면 유리 조각을 치우는 일이 내 일이었는데, 이제는 결혼하고 나면 이 꼴도 안 보고 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나는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신혼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오자 마자 눈물이 났다. 엄마와 언니 앞에서는 나지 않던 눈물이, 차 운전석에 앉자마자 터져 나왔다. 내가 집으로 간다고 톡을 보내자,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꺽꺽 거리며 우는 걸 들은 남자친구는, "또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말하며 나를 걱정했다. 너무 울면 운전하는데 힘드니까 진정하고 출발하는 게 좋겠다며 남자친구는 나를 달래줬다.
운전하는 내내 눈물을 훔치며 신혼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다음 주면 드디어 이삿날이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언니가 나에게 할 최악의 말과 행동은 이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 전날, 더 최악의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