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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Jul 15. 2024

그녀는 이혼한 전 남편과 왜 재혼하려 할까

아직도 그녀는 아빠에게 연락을 한다고 한다


여기서의 그녀는 나의 엄마이다.

내 엄마는 나르시시스트인데, 나의 이전 글을 읽어본 분들은 아마도 그녀와 나의 아빠가 이혼 전까지 얼마나 싸웠는지 잘 알 것이다.


늘 그놈의 김 씨 집안 때문에 치가 떨린다던 그녀는, 그 사람의 피가 섞인 사실 자체가 너무 소름 돋는다며 두 딸에게 잔소리를 할 때면 어떤 부분이 이혼한 자신의 전 남편과 같은지 요목 조목 짚어가며 나와 언니에게 죄책감과 모멸 감을 선사했다.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도 늘 아빠와 똑같은 행동이라며 그녀는 인상을 쓰고 울부짖으며 우리에게 너희 아빠랑 똑같은 짓 좀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너희는 그 김 씨 집안 피가 섞여 있으니까 늘 너희 아빠 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알겠어?

그 김 씨 집안 피를 잘라내야 해. 죽을 각오로 아빠처럼 되지 않도록 뼈에 새기면서 변하려고 노력해야 해 알겠어?


정말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 아빠가 이상한 사람이고 엄마는 불쌍하고 희생만 한 사람이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을 해도 늘 부정적인 면들은 아빠와 비슷한가?라고 생각하며 긴장하곤 했다.


지금은 그녀의 이런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말이라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이혼하던 고등학교때 그리고 그 이후까지 엄마로부터 아빠에 대한 험담과 아빠와 관련된 안 좋은 이야기들을 평생 들어서 그런건지, 아빠와 함께 살지 않은 13년의 시간 때문인지. 나는 아직도 아빠와 연락하는 것이 늘 편하지만은 않다.


최근 아빠와 연락을 하다가 문득 걱정이 되어 이렇게 말했다.


“엄마랑 연을 끊기 전 갑자기 아빠와 다시 합치고 싶다고 엄마가 말했는데요, 혹시 그럴 일은 없지만 연락 올 수도 있으니까 알고 계셔요.”


아빠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안 그래도 저번에 연락이 왔어. 나한테 <잘 지내요?> 이러면서 연락이 왔는데,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고?”


소름이 돋았다. 설마 했는데.



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두 딸이 시집을 가면 늘 자신이 혼자가 되어 버릴 거라며 불안해했다.

내가 남편과 노후에 여행을 다니며 지낼 거라고 하자, 그때면 자신이 아플 수도 있는데 너는 엄마 생각도 안 하는 불효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악을 썼다. 마치 어린아이가 울면서 나 무섭다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그녀가 평소 맘을 곱게 썼다면 매우 안쓰러워 보였겠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빨리 그녀와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결혼을 앞두고 정신 없던 어느 날. 그녀는 나에게 식탁에 앉아 보라고 하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랑 합칠까?”


어이없어하는 나와, 거실에서 듣고 있다가 눈을 치켜뜨며 달려오는 언니를 보며 엄마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예요?”

“네? 진심이세요?”


성격도 집안도 정말로 거지 같아서 결혼 후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던 그녀.  이혼을 못한 것도, 한 것도 전부 두 딸 때문이고, 만약 둘째인 나만 없었어도 이미 이혼했을 거라며 특히 나 때문에 이혼을 못했다던 엄마. 자기가 김 씨랑 결혼해 놓고 우리에게 김 씨 성을 갖게 해 놓고는, 김 씨 성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갑자기 그녀가 치가 떨리게 싫어하던  그 남자와 재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는 우리에게 그녀는 매우 뻘쭘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제 너희도 다 나가면 적적하고.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아프기라도 하면 서로 약이라도 챙겨주면서 그냥 지낼 수 있지 않나 싶어서. ”


우리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재빨리 뒷 말을 덧 붙였다.


“그냥 룸메이트 같이 지내는 거지, 동거인처럼. 재혼은 재산 때문에 머리 아프니까 그냥 같이 살기만 하는 거지 뭐. 그리고 연금만 가지고 지내면 이제 생활비도 절반이 되는데 같이 살면 너희 아빠도 좋지 않겠니? 그 인간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이제 와서 생활비를 나눠 내며 자신을 케어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전 남편과 재결합하겠다니.


“아빠가 엄마랑 같이 살기 싫어할 걸요?” 언니가 이렇게 대답하자 엄마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그래? 근데 그 인간이 내가 같이 살아준다면 그 인간 입장에서는 땡큐인 거 아니니?”




그날의 대화가 떠올라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아빠가 물었다.

“아니 나는 일단 답장을 안 했어 이상해서. 근데 너희 엄마가 근데 왜 이렇게 연락한 거 같니?”



나르시시스트는 인간을 도구처럼 여기며 자신에게 필요 없을 때는 버리고, 필요해지면 취한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엄마가 나르시시스트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혹시나 아빠가 엄마와 만나게 되면 나는 아빠와도 연을 끊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여러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머릿속에서 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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