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철거 후 드러난 빈 터는 서문리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그저 풀만 자라는 땅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땀과 웃음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먼저 주민자치회가 나섰다.
‘도시농부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 운영과 정원 가꾸기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우고, 계절별 작물 재배법, 병충해 관리, 친환경 퇴비 만들기 등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는 마을회 서사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사모는 ‘마을활동가 교육’을 통해 주민들을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세웠다.
누구나 텃밭을 가꾸는 법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법, 주민들과 소통하는 기술, 그리고 작은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노하우까지 배웠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밭,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정자,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길,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채소를 심고 수확할 수 있는 구역까지 세심하게 계획했다.
이렇게 완성된 설계도는 단순한 도면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었고, 채움뜰은 그 철학을 현실로 보여줄 무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