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류 May 14. 2024

[서평6]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오온이 공(空)하다"


여섯 글자 안에 담겨있는 우주 같은 깨달음의 신비.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으면 "하산하거라"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하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깨달음아는 것은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고, 이걸 다 소화하기 부족한 "뇌"를 가지고 있다.

비록 지식은 많은 지언정 지혜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싯다르타는

헤르만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결말"이다.

'수레바퀴 아래서 - 데미안 - 싯다르타'

이렇게 한 시리즈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수레바퀴 아래서"는 안 읽었다.

그것도 안 읽었으면서 뭘 아는 체하고 깝죽거리냐고 하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안 땡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겠다.


싯다르타는 "인간"으로써 맛볼 수 있는 모든 삶을 다 누려봤다. 

일명 "산전수전" 다 겪은 인간이다.

나도 나이에 비해서 경험도 많고 산전수전 겪은 것 같지만,

또 다른 친구 얘기를 듣다 보면 내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미는구나 싶어 입꾹닫일 때도 많다.


싯다르타는 처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친구랑 떠났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서 혼자 수행한다.

그렇게 주구장창 그놈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방황한다.

도대체 그 깨달음이 뭐길래.


다자이 오사무가 마지막에 깨달은 게 "いっさいは過ぎていきます。(전부는 지나갑니다?)"였다면

나는 여태 살아오면서 무엇을 깨달았나?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부분은,


상인이 싯다르타에게 묻는다. 할 줄 아는 게 뭥미?


생각, 기다림, 금식할 줄 안다.


췟, 그게 먼 소용?



아..., 이 세문장만 봐도 너무 감동적이지 않나? 모르겠다고?


생각, 기다림, 금식


생각해 봐라.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몰라서 맨날 답 달라고 게시판에 글이나 싸지르고, 

지긋히 기다리지 못해서 쇼츠나 보고, 

금식은..., 이게 될 것 같나?


비웃는 상인이 저 세 가지중 하나라도 본인은 할 수 있을 것 같나?


생각, 기다림, 금식할 수 있소.라고 말하는 싯다르타의 당당함에 나는 또다시 '입꾹닫'이 된다.


"니 뭐 잘하는데?" 라고 물으면,


나? 음.... 이거 잘하고 저거 잘하고, 머 잘하고, 머 잘하고....

아 구차하다. 구구절절하다.... 결국 아무 말 못 하고...,


"없는데요..? ㅠㅠ"라고 쫄면서 대답하겠지.



나중에 싯다르타는 저 세 가지마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된다.


생각, 기다림, 금식




그리고 책을 읽다가 또 생각해 본다.


뱃사공 "바주데바"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마지막에 사라졌지? 

또한 바주데바처럼 나의 귀가 되어주고 나의 멘토가 되어주는 '사람'이 나에게는 있나?


그런데 다 읽고나서 있건 없건 상관 없어졌다. どうでも良い。


왜냐면 바주데바는, 

바로 싯다르타의 또 다른 형체, 즉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깨달아라 쪼옴. 멘토고 나발이고 필요없다.


수레바퀴가 혼자 고뇌만 했고,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도움을 받았다면


싯다르타는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가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


나 자신을 선물해줬다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5] 한순간에 - 수전 레드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