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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May 17. 2024

[서평7] 지킬박사와 하이드

원체 유명하다. 지킬은 [선] 하이드[악]인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물론 한 사람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제목도 알고 내용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허거걱!!!!완전 달랐다.



58페이지 정도의 중편? 단편?


이게 작가구나!


아는 내용을, 뻔한 내용을, 이처럼 처음 읽는 것처럼 쓸 수 있다니!


쩐다!!!! 사스가!!!


구성인가, 필력인가, 뭐가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완벽하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좀 지겨울랑 말랑한 도입 부분도 없다.


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어떻게 흘러갈지 두근거리고 긴장감과 숨 막히는 전개다.


내용을 아예 모르고 읽었다면 경악하고 까무러쳤을지도 모른다.


글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그 골목이, 그 실험이, 눈에 선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딱 생각나는 게 [프라이멀 피어]의 에런(에드워드 노튼)이다.


에런은 다중인격자가 아니었다는 것. 애초에 둘 다(에런, 로이) 연기란 점 말이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이중인격자이기는 하나,
결코 위선자는 아니다.
내 이중성 어느 쪽이든 극도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너무 박수갈채가 나와서 혼자 기립박수를 쳤다.

위선자가 아니래 ㅋㅋㅋㅋ


야! 잘 들어. 너는 위선자이지, 이중인격자가 아니야!

이중인격이 뭔지나 알고 지껄이는 거냐?


니 본성의 악의 모습을 "하이드"라는 걸로 만들어낸 거지.

네놈이 과연 "선"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냐?


사람들은 하이드는 [완전한 악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어린 여자아이에게 돈을 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뭔 소리임?


설마 돈을 선한 마음에서 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돈을 주고 상황을 모면해야 감옥 갈 일도 없고 나쁜 짓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준거지. 아이에 대한 동정이나 다른 감정으로 준건 결코 아니야.


정남규가 조깅을 열심히 한 게 건강 때문이었을 거 같아?

사람을 죽이고 잽싸게 도망가기 위해서라잖아.

난 하이드가 마치 정남규와도 같았다.

순수한 악 PURE 한 "悪" 그 자체.


많은 연쇄살인범들 중에 요상하게 정남규는 뭔가 결이 다르다고 느껴왔지만, 딱히 이거다 할 만한게 없었는데 이 하이드를 보고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래 정남규야 말로 순수한 악인거였다.


그리고 지킬 하하! 우습지도 않다.


아니, 지 따위가 감히 "선"이라고 말할 수 있나?


비록 이중인격자일지언정 위선자가 아니라니. ㅎㅎ


위선자들의 특징이지.

본인이 위선자인지도 모른다는 거다.

자기의 그 더럽고 추악한 부분을 떼어낸 게 하이드잖아.

범행은 하고 싶으나

내 이름으로 하기 싫고

나에게 오점은 내기 싫고

지 기술로 만들어 낸

그래 마약 같은 걸로 만들어 낸 그 하이드!

지킬 본인도 추악하고 음지라고 생각했기에 그 형상도 추악했고 이름도 하이드 아님?

만일 지킬이 악이 추악하다고 생각 안 했으면 미소년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


자신의 추악한 점을 꺼내서 하이드로 만들어놓고 악이라고 했으면

너의 선한 모습을 꺼내서 또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이름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암튼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지킬이야말로 위 선 자 구나.


재미있다. 두근거린다.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지킬이 하이드였어? 라며 마치 처음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를 정도로 두근거리는 책이었다.



마지막 순간, 용기를 내어 자살이라도 시도할까?
모르겠다. 상관도 없다.
지금은 내가 죽을 시간이다.
이후로는 내가 아니라
하이드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제 나는 펜을 내려놓고
이 고해의 편지를 봉인한 후,
불행한 헨리 지킬의 삶을 마감코자 한다.


이런놈이야. 지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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