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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26] 망내인 - 찬호께이

찬호께이 VS 히가시노게이고

by 소류

다 읽고 나니 "아몬드"나 "한순간에" 같은 청소년 도서로 분류하면 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추리소설인가?’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어느 정도는 아닌 듯...

아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몇 권 안 읽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내 취향이 아니라서…).

찬호께이가 ‘홍콩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불릴라나?

하긴..., 이 책 안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잠깐 언급되긴 한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문학적인 깊이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 같아서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이 좀 다르려나 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별반 차이는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줄거리 -------------------------
중학생이 온라인상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22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다. 유일한 가족인 언니 ‘아이’가 동생을 괴롭힌 사람을 찾으려다가, 동료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모 탐정’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 탐정은 자기에게는 버거운 일이라며 천재 탐정 ‘아녜’를 소개해 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녜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퍼진 악이 드러난다.

이걸 어떻게 찾고 풀고 했는지 뒷부분에 갈수록 너무 디테일해서 설명충 같아서 지겨웠다.

문제집을 샀는데 답지만 있는게 아니라 교사용 완벽풀이해설집이 부록으로 있는 느낌이였다.


뭣보다 아녜가 너무 완벽한 설정이라 현실성이 떨어져서 더 흥미가 사라져갔다.

아니, 억만장자의 미국투자회사 탑티어에다가 헤커인데 틱틱거리는 척하면서 속은 따뜻한 천재!!!????


구성은 1장에서 9장까지다.

그 중 5장만 유독 길어서 ‘무슨 내용이길래?’ 싶었는데 확실히 긴박하긴 했다.

앞서 말했듯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딱 어울릴 것 같은 스피디한 전개가 있는데

실제로 드라마화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역시나…)

기승전결에서 "전"이 5장 부분일지도...


이 책은 고전처럼 가슴에 와닿거나 깊은 울림, 혹은 강렬한 여운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교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주로 ‘아녜’의 대사에서 사회비판적이며 교훈적인 메시지가 나온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도덕을 이야기하면서
겉으로 아주 약간의 악의도 용납하지 못하지만
여유를 잃으면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죠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요.
자기 혼자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바꿔 말하면 통제 욕구입니다.
자신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스스로 포기한 일을 왜 내가 나서야 합니까?
사람은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당당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 이 사회가 점점 부패하는 건 그런 "평범한 악" 때문입니다.



살인을 하는 것은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쥔 사람,
그리고 살인자의 손을 움직이게 만든 악의인 것처럼요.



인간이란 원래 남을 이해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니까요.
우리는 말을 많이 하고 적게 듣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녜’의 대사다.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에는 사회비판적이거나 교훈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

그래서 조금 일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얘만 잘났어?.. 그리고 너무 구차한 느낌)


아무튼, 나는 이 책 「망내인」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처음에는 「13.67」도 읽어볼까 했는데, 홍콩의 역사...음....지금은...그닥 궁금하지 않다.

이제는 청소년 문학에서 벗어날라고~.



그럼 찬호께이랑 히가시노게이고랑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좀 적어볼까 (얼마나 안다고? ㅋ)


비슷한 점

본격 추리소설을 많이 쓰고, 사건의 퍼즐을 맞추듯 독자를 끌어가는 스타일.

경찰이나 탐정이 사건을 풀어가는 구조.

사회적 문제나 인간 심리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춤.

두 작가 다 이야기가 빠르고 긴장감이 있어서 映像化(영상화)에 최적화되어 있음.


비교하자면

히가시노 → 일본 사회, 특히 도시적 일상과 과학적 설정.

찬호께이 → 홍콩 사회, 정치적 갈등, 젊은 세대 문제.


히가시노 → 가볍게 읽히는 드라마 같은 전개가 많고, 독자 친화적인 퍼즐형 추리.

찬호께이 → 비판적이고 어둡고 사회참여적인 성격이 강함.


히가시노 → “인간관계의 아이러니”에 집중 (예: 가족, 사랑, 배신).

찬호께이 →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음 (예: 부패, 불평등, 집단 괴롭힘).



취향에 맞는 독자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단숨에 읽히는 책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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