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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Sep 02. 2024

<해빙>을 읽고(1)

나로 살며 풍요를 누리자

 <해빙>을 다시 정독했다. 그전엔 막연하고 추상적인 내용들로 여겨졌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에는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와닿았다. 


 우선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고유한 나 자신이 되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자. 물건을 사는 것도,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직장을 선택하는 것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것. 사회적 통념에 묶여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묶여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요즘같이 핸드폰 속에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손하나 까딱 하면 즐거운 것들이 쏟아지는데, 굳이 뭐 하러 힘들고 귀찮은 생각이란 걸 하겠나.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세상이 뿌려주는 대로 즐거움을 누리고, 세상이 말하는 대로 끌려가다 보면, 허덕허덕 인생의 끝에 와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끌려가고 싶지 않고, 거짓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나만의 것을 발견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며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한 번 사는 인생 아닌가. 


 이것은 현재를 즐기라는 말과도 이어진다. 저자는 허락된 마시멜로는 한 개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한 개 더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맞지 않게 들릴 것이다.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서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하고 싶은 대로 먹고 싶은 대로 흥청망청 사는 것이 맞다고? 


 그런데 여기에 숨은 핵심이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나는 흥청망청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절약해야 한다는 고삐가 풀리면 사치와 낭비에 엉망진창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자기를 자꾸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러면 오히려 쓸데없는 사치와 낭비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현재 내게 주어진 것을 영혼 가득히 누리고 즐긴다. 가슴 벅찬 풍요를 느낀다. 그래, 난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지. 그리고 그걸 사용하며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남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겠지만, 나는 이미 부자라는 풍족한 경험을 누린다. 


 그렇다. 나에겐 직장으로 출근할 때 타는 자가용이 있고,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 매달 같은 날 월급이 들어온다. 그 월급으로  우리 가족이 먹을 것을 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걸 해 줄 수 있다. 충분하다는 생각을 즐긴다. 


 여기서 더 바란다는 것, 그리고 간절하게 열망한다는 것은 현재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내 무의식이 결핍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고,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미 나는 충분하고 풍요롭다고 생각한다면, 내 무의식은 자꾸 풍요로 채워지고, 풍요는 또 다른 풍요를 불러온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울 때, 특별히 그들이 가진 것이 부러울 때가 있다.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 그들을 이겨먹자고 부자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그들처럼 되는 것이라면 또 결핍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별개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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