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람도 힘들 때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그래도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게 실수인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나의 말과 행동 때문에 또 직장 동료가 맘이 상했다는 거다.
잘해보고 싶은 동기로 시작한 말과 행동이었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오면 힘이 빠진다. 왠지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도 맘이 상해 보이니 사과는 했다.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지만, 또 미움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동기도 막 깨끗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문제인지 그 사람의 문제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내가 느낀 감정을 가만히 살펴보았을 때, 나는 이미 지친 상태라는 걸 알았다. 업무에 치여서 이미 지쳐 있고, 여기에다 뭔갈 더 얹으면 속에서 화 같은 것이 올라온다. 한계 상태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는데, 사람이 지치고 말고 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해내야 하는 업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상사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계속해서 나만 일을 덤터기 쓰는 상황에서 자꾸만 서러움이 쌓이고 있다. 그래서 대충 하기로 했다. 진심을 담지 않고.
이렇게 뭔가 부대낌이 생긴다는 것은 내 자아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자아가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부대낌도 별로 없었다. 화도 짜증도 안 났다. 하지만, 내 생각이 커지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나와의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이고, 그게 불편하고 짜증이 나는 거다.
그래, 이것도 좋은 현상이다. 열심히 나를 키워야지. 내 본연의 모습이 자꾸 튀어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솔직하게 표현해서 다른 사람을 언짢게 하기도 하지만, 그와 나가 다른 걸 어쩌나.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나 그의 틀 안에서는 그게 기분이 안 좋다고 한다면, 그것도 인정해야 할 일이다.
나는 아주 독특한 존재이고,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된 존재이며, 잘난 부분도 있으나 부족한 부분도 있어 원치 않게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나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해도 괜찮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 만하다면.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봐줘야 하지 않을까. 혹은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나의 진심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아무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낭패인가. 내가 원하는데?
그러면 치고 빠지자. 일단은 해 보면 안 될까? 죽을 때가 되면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안 해서 후회하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어차피 놀고먹을 팔자는 못 되니까, 하고 싶을 때 뭐라도 열심히 해 보는 게 낫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힘들 땐 좀 쉬어야 한다. 서럽다고 울기만 하지 말고,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만 말고, 쉴 땐 좀 쉬자. 좀 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