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자 칼 프리스턴이 삶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https://youtu.be/mqzyKs2Qvug?si=7kxHR1f4thAMW4qZ
테빈 나이두: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요? 또는 죽음은 어떻게 삶을 모양 짓는 걸까요?"
칼 프리스턴: "삶의 의미라… 아마도 가장 풍부하면서도 상식적인 답은 자유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에 대한 제이콥 하위(Jakob Hohwy)의 정식화, 즉 ‘자기-증거화(self-evidencing)’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중략)
칼 프리스턴: "그래서 자기-증거화의 과정은 “놀라움이 없는 세계”를 만드는 동시에, 여전히 충분히 유익한 정보를 샘플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세상과 모델이 제대로 맞물리도록, 인식적 어포던스(epistemic affordances)에 응답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삶의 의미란 자기-증거화, 즉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모델을 위한 증거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빈 나이두: "아름다운 답변이네요."
(내 생각) 이것이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철학이 말하는 삶의 의미다. 너무 역설적이고 재밌어서 내가 조금 풀어써 보겠다. (학문적으로 엄밀한 설명은 아닐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했고, 점심으로 제육백반을 먹었으며, 지금 퇴근길에 핸드폰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당신은 분명히 당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철학은 당신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없는 것은 통합적인 당신이다.
눈을 뜨고 일어난 순간의 당신, 제육백반의 짭짤함을 경험했던 당신, 지금 이 순간 핸드폰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당신의 삶과 인생의 역사를 경험하는 당신은 없다. (이 내용을 상세히 깨닫는 데는 한 바닥 글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글을 하단에 링크하겠다. 고개를 갸웃하더라도 일단은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자)
나는 없는데, 그렇다면 나는 내가 왜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왜 내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
그것이 바로 자기-증거화(self-evidencing) 때문이라고 칼 프리스턴은 얘기하고 있다. 자기-증거화는 끊임없이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들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어떤 경향이다. 눈을 뜨고 일어날 때 당신은 나른한 기분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로 그 기분을 느낀다. 제육백반을 입에 넣기 직전 당신은 제육의 짭짤함을 예상했을 것이고, 당신의 예상 범위 안의 염도를 경험하며 그 예측을 확인한다. 당신은 액정을 스크롤하며 이 글이 끝나면 아래 좋아요 버튼이 있을 것을 지금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세계는 끊임없이 당신에게 확인되어 간다.
당신이 이 예측과 확인의 과정을 통해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그 세상의 작동 방식을 대로 동작하고 있다는 증거를 획득해 가는 과정이 바로 자기-증거화 과정인 것이다.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세상이 있으므로 나 역시 있다는 것이 끊임없이 당신 안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 스스로가 존재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원리다.
그리고 이게 현대 과학이 말하는 우리들의 삶의 의미다. 우리들의 삶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존재함을 착각시키기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숨기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을 두고 칼 프리스턴은, 삶의 의미는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모델을 위한 증거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압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아름다운 답변"이라고 대답하는 것 외에 다른 대답을 나도 찾을 수 없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삶을 계속하도록,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삶의 정체다.
그리고, 또한 그리하여 하이데거는 우리가 "왜 나는 존재하는가?" 하고 묻는 것이 그것 자체로 우리의 존재 양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나는 존재하는가?" 하고 묻는 순간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린다. 자기-증거화의 순환 트랙에서 그 순간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는 눈앞에 선 자가 아니라 현-존재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감을 받았고, 번역을 빌려온 중앙대 문규민 교수님의 원본 포스팅
https://brunch.co.kr/@iyooha/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