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밥상머리 예절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예전에는 밥상 앞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TV에 눈길이 가면 '복 나간다. 딴짓 말고 밥이나 먹어라.' 대번에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던걸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밥때는 조용히 밥만 먹어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식사시간은 화기애애한 대화의 장으로 변화했었다.
지인과의 외식이면 각자 소소한 일상의 이야깃거리나 안부를 묻고 세상의 이슈 거리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의 장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또 비교적 시간이 많이 할애되는 가족들의 오붓한 저녁 식사시간이면 각자의 하루 일과를 묻고 힘든 일은 없었는지 학교에서, 직장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혹은 갈구는 친구나 직장상사가 없었는지 따뜻한 관심의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다.
인간관계에 있어 식사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초면인 서먹한 사이도 더욱 가까워지고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지인이나 친구와의 식사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장악하고부터는 더욱 꺼려지게 되었다. 식사 제의를 받고 나가면 늘 각자도생이 연출된다. 식사를 주문할 때도 기다리는 중에도 심지어 식사 도중에도 눈길은 스마트폰에 가있고 조용히 식사를 하는 중에도 카톡 소리만이 적막감을 깨운다. 또 같이 식사 중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온라인상의 대화에만 집중할 뿐이다.
육신을 입은 껍데기는 오프라인의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마음과 영혼은 온라인 공간에 가서 어울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듯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지 오래이다. 각자도생의 식사가 끝나고 계산 타이밍이 도래하면 약속이나 한 듯 황급히 화장실로 직행하기 바쁘고 아예 죽치고 앉아 신발끈을 매거나 혹은 급한 전화라며 자리를 벗어나기 바쁘다.
이러한 풍경은 집에서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도 휴일인 주말이면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집에서 둥지를 튼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씁쓸한 풍경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제 AI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군중 속에서 고독한 인간으로 내몰리느니 명령하나면 뭐든 대령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편인 AI와 친구가 되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어차피 인간은 홀로 와서 홀로 떠나야 하기에 그 고독한 여정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집중하고 심취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취미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지루하지 않을 정말로 좋아하는 취미 같은 일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문학 작가들은 글을 쓰고 출판을 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것이다. 홀로 여행을 떠나고 홀로 밥을 먹고 홀로 독서를 즐기고 사색하며 홀로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의 삶이야말로 축복받은 사람이 아닌가? 우리 모두 고독을 내면성장의 기회와 발판 삼아 꿈의 날개를 달고 마음껏 날아오르자.
사진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