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은 멘털(mental)이 약한 사람이다.
자기 비하 즉 자기 존중이 없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스스로 감정 조절이 안된다. 예를 들어 운전 중 갑자기 다른 차가 추월하거나 길을 가다가 상대방과 살짝 스쳐기만도 화를 주체 못 해 묻지 마 폭행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분노조절 장애는 아무 일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스트레스가 어떤 요인으로 인해 폭발하는 것이다.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에 분노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존심이 꺾이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내차가 소형차라고 무시하나? 내 행색이 남루해서 무시하는 건가? 아님 내가 어려 보여서 기를 꺾으려는 건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최악의 스토링텔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른 차량이 자신의 차를 추월했다고 쫓아가 기어이 싸움을 하는 사람은 다른 상황에서도 불같이 화를 내고 언쟁을 할 사람이다.
끼어든 운전자 중에는 위급한 환자가 있을 수도 있고, 화장실이 급한 사람 혹은 해외로 가야 하는데 비행시간이 촉박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가설 중에서 최악의 상황만을 집어내며 공격성 과잉표출로 드러낸다.
반대로 당하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아이나 위급한 환자가 탔을 수도 있고 초보운전자 일수도 있으며, 최악의 상황에는 에어백이 없는 차량일 수도 있음을 가정해도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분노조절 장애자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달려가 응징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대의 난폭 운전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솟지만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사태임을 파악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성을 찾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으로 갈릴 것이다.
이런 불행한 사태의 원인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력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기 존중력이 부족한 사람은 나를 인정하지 못하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재의미, 삶의 가치와 인정을 찾으려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면 타인의 단점, 장점, 약점 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게 된다. 상대가 어떤 존중할만한 인품이 되어야 존중이 흘러나온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해소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년 혹은 수십 년이 흐른 뒤에 "옛날에 나한테 무례하게 했던 누구한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라며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당시 그 순간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고 넘어가야 했었고, 그럴 상황이 안되었다면 며칠 후에라도 쪽지 혹은 문자로 남겼다면 어땠을까? 그 상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은 이러한데 너의 말에 조금 상처받았다" 정도의 말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도 못했다면 그 사람이라 생각하고 베개라도 분이 풀릴 때까지 주먹으로 치거나, 샤워기 틀고 소리쳐 울어서 앙금과 여한을 남김없이 씻어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이유가 없고 오직 너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물질의 풍요가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라면 물질이 사라지면 그 사랑은 식을 것이고 성격이나 외모가 이유라면 어떠한 상황에서 그 성격이나 외모가 변하면 사랑이 식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시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점수로 평가되는데 길들여져 있는 우리는 어떤 과목에는 강하고 어떤 과목에는 약하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아 나는 이 분야는 재능이 있고 이 분야는 전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반복될수록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그에 해당하는 과목이나 비슷한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되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자기혐오는 현대의 교육과 문화 미디어 등에서도 선입견이 만들어지고 알게 모르게 세뇌당해 왔다.
어찌 보면 현대사회의 병폐인 것이다.
크리스틴 네프(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부교수. 인간 발달과 문화, [자기 연민] 분야의 선구자)는 아이의 재능을 칭찬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칭찬하라고 했다.
설령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그 아이의 노력과 수고에 대해 인정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없어지므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감 있고 배려심 있는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
자기 존중력이 부족한 사람은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럼 자기 존중력을 강화시키는 것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누구든 신의 선물인 대 자연 앞에 서면 그 웅장한 풍광에 도취되어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옴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우주와 연결돼 있다. 그 짜릿한 감동을 일상으로 끌어와 대인관계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나 역시 무한대로 뻗어나간 우주의 한 일부라는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일무이한 사람이 지금 내 앞에서 나와 마주하고 있다면 흥분으로 주체할 수 없는 감탄사가 흘러나와야 마땅하다. 처음으로 부모가 되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이와 첫 대면을 하고 세상을 다 가진듯한 벅찬 환희와 감동의 파노라마에 휩싸였던 그 찰나의 순간을.
지금 내 앞에 나와 마주하고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어쩌면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잠깐의 인연으로 스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한 사람인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를 존중하고 사랑해도 부족하고 소중한 시간이 아닌가?
앞으로 50년도 못가 이 지구상에 나도 너도 사라질 존재임을 매 순간 인지하며,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흔적을 남기자.
※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내 생각 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