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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by 피닉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의 개념은 객관성보다는 다분히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법륜스님은 괴롭지 않은 사람이 행복하다 말했고, 부처님은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고 했다.


행복하려면 일단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충족이 일어나야 한다.

그럼 외면의 충족은 어떤 것이 있을까? 건강한 몸,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외모, 멋진 집과 차의 소유, 물건 수집, 여행 다니기 등이 있을 것이다. 내면의 충족은 보람, 평온한 마음, 배움에 대한 성취욕, 취미생활, 종교생활, 명상하기 등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 질병으로 오랜 병원생활을 겪었거나, 현재 진행형인 사람은 건강한 상태를 최고의 행복으로 꼽을 것이다. 사지마비로 평생을 누워서 지내는 사람은 단 하루라도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스스로 걸어보는 게 소원인 사람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느 누구에게는 평생의 소원이고 희망인 사람이 있는 만큼 행복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물질적인 행복은 유한성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 금방 싫증내고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또 물질적인 충족으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은 욕심과도 직결한다. 무언가를 계속 사 들이지 않으면 사는 낙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친 욕심은 탐욕으로 변질되어 결국 허무감만 남는 씁쓸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물질이든 정신이든 적정한 선에서 조율하고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하겠다.


나는 물질적인 충족보다는 정신적인 풍요를 더 우선시하는 주의다. 물론, 좋은 차, 좋은 집도 갖고 싶고, 국내로 해외로 마음껏 여행 다니며 살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이 평화로워야 의미가 있다.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불안과 초조,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으면 일확천금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평소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쯤 있다면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 일단 조금이라도 호기심과 구미가 당기는 건 도전해 보는 성격이었다. 헬스, 에어로빅, 줌마렐라, 사물놀이, 판소리, 검무, 수묵화 등을 거쳐 결국엔 글쓰기로 잠정결론 내렸다. 즐기는 스포츠도 아닌 "헬스"라는 운동을 취미의 항목에 넣은 것이 우스울 수 있지만, 탄탄하고 수려한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기에 취미로 분류해 보았다. 물론 건강은 덤이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이점이 있다.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확언하고 알리는 데는 글쓰기만 한 게 없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제일 잘하고 재미있는 것이 이 글쓰기이다. 준비물도 펜과 메모지 또는 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도 구애받지 않고 끄적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나의 소망이자 행복 1순위는 가족의 건강이다. 안타깝게도 자꾸만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내 아버지와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이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는 바람이다. 가끔씩 끝없는 절망감에 휩싸여, 지금 당장 지구가 폭발해 버렸으면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잔인하고 원통한 내 일상에도 가끔씩 잔잔한 행복이 밀물처럼 덮쳐와 심장을 관통할 때가 있다.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 차디찬 병원이 아닌 따뜻한 내 집, 내 눈앞에서 숨 쉬는 걸 볼 수 있음이 그러하고, 가끔은 그들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내 온몸을 전율시키고도 온 우주로 뻗어감을 오감을 통해 뜨겁게 스며듦이 또한 그러하다.


글을 쓴다는 건, 그 찰나의 환희와 더불어 단조로운 일상까지 살아 움직이는 활자로 분출해 내고 녹여내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다독이고, 새로운 각도로 재정립하게 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따지고 보면 행복은 희망으로 도달하는 미래에 있지 않으며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작고 소소한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무탈한 하루에서도,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 한송이에서도, 기억을 잃어가는 내 사랑하는 아버지가 마트에 가는 중년의 딸한테 차조심하라는 당부에서도, 은은한 미소가 피어나듯 무한한 행복이 샘솟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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