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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괴로움

by 피닉스

마음이란 무엇일까? 마음이 무엇이길래 이랬다 저랬다 좋았다 나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기도 하고 또 그러는 자신을 경멸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걸까?

사람이 싫고 좋은 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마음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알아차리면 괴로울 일이 없다."라고 법륜스님도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이 괴로움에 빠지는 이유를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세 가지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지나치게 앞서가서 걱정거리를 만든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 결과지에 간수치가 정상보다 두 배이상 높게 나왔다면 심각한 병명을 진단받을까 봐 온갖 상상을 동원해 걱정을 하며 스스로 지옥의 문턱까지 체험하고는, 어차피 죽을병이라면 모르는 게 약이라며 병원을 아예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 가면 궁금해 또 미칠 지경이니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걱정에 비해 결과가 대수롭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해결 안 될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고 해결될 일은 걱정을 안 해도 해결된다. 그러니 지나친 생각과 고민은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 90% 이상은 걱정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습성이다. 동창회에 가서 누구 집 아이는 명문대를 가고 누구는 수천만 원짜리 명품백을 갖고 온 것에 괜히 기가 죽어 즐거워야 할 날, 스트레스만 왕창 받고 집에 와서 배우자에게 하소연을 넘어, 너를 만나 내 인생이 꼬였다고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셋째 지나친 욕심이 문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장래 희망이든 갖고 싶은 물건이든 이루거나 구하고 나면 금방 시들해져서 새로운 욕망이 생겨난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욕심은 자기 계발과 꿈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뭐든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고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이 욕심이란 걸 완전히 해탈할 수도 없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조율하는 게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억만장자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가난한 자연인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걸 보면, 행복의 조건이 있고 없음이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억만장자든 가난뱅이든 죽을 때는 빈손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일체의 관습이 없는 조용한 환경도 한몫할 것이다.

또 중년 이후부턴 물건이든 인간관계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단출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도 숨 막히는 아스팔트와 아파트를 벗어나 유유자적한 삶을 동경해 4년 전 도심 속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너무 외곽지대면 교통과 생활권이 불편한 걸 감안해 1년 이상 발품을 팔아, 마트와 은행, 주민센터는 걸어서 5분 종합병원은 차로 10분 대학병원은 차로 15분 거리인 최적의 장소이다.

일단은 마당이 넓어 숨통이 트이고 가족끼리

바비큐 구이와 불멍을 원할 땐, 언제든 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들고, 뛰고, 굴리고, 밤중에 세탁기 돌려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어 좋다.


또 하필이면 바쁠 때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층층이 문을 여닫는 바람에 분통 터지게 하거나, 간간히 내부수리로 인한 찢어질 듯 이어지다 끊어지곤 하는 드릴소리와 뚝딱거리는 소리, 또 툭하면 엘리베이터 수리한다고 방송하고, 화재 오작동이라고 방송하고, 층간소음에 대해 주의해 달라고 방송하고, 소독한다고 방송하고, 머리에 쥐 나는 방송, 방송 그 자체가 소음인 방송 없는 세상에 오니 살 것 같고 천국이 따로 없다. 이젠 수십억 아파트를 누가 공짜로 살라고 해도 안 간다.


인생 별거 있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느긋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곳, 바로 여기가 무릉도원인것을.



사진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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