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알코드
드디어 딸의 청첩장이 나왔다.
그런데 기존의 청첩장과는 다른
명함 만한 크기로 나온 아주 따끈한 신형이다.
너무 신기해서 명함을 둘러싼 투명한 띠를 벗기고 펼쳐 보다가
이렇게 심플하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찾았는데
바로 큐알코드였다.
참 간편한 시대다.
점들이 모여있는 것 같은 큐알코드
그 속에 담긴 많은 정보들
그리고 그 정보들과 함께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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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만나다가 결혼을 하는 아이들 답게
서로 많이 닮은 아이들
우리 때보다도 더 현명하고 더 지혜로운 아이들
그 아이들의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
그리고 그동안의 추억들이 점들이 되어 큐알코드처럼
완성이 되어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라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으로 어른들과 친구, 동료에게 초대장을 보냈는데,
그 초대장을 받은 날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스치지 않을 수 없어서
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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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나에 대한 뉘우침의
글이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의 길을 조금 비껴가서 아이들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며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그 생각의 펼침이 무료하고 지루해질 수도 있기에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아이들이 지금처럼
서로를 위하고 아껴주면서
그저 지금처럼만 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만
그러려면 여러 가지의 주변환경이 깔끔해야 할 텐데
나도 그런 깔끔한 환경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기에
조금만 더 마음 편히 조금만 더 건강하게
조금만 더 성실히 조금만 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둘 만의 사랑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존재로 인해 불만이 되고 다툼이 되고 분쟁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격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그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면
제발 그 징검다리의 길이가 길지 않기를
그리고 그 징검다리의 간격이 작아서 쉽게 건널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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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런 바람이
우리 아이들의 결혼생활에
이 글을 통해서 공기처럼 스며들기를...
그리고 그 공기들이 모여
엄마의 마음이 가득 담긴 큐알코드로
완성이 되기를...
그래서 아이가 징검다리의 앞에 서게 될 경우
큐알코드처럼 이 글을 펼쳐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by 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