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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를 부탁해 - 콘클라베

이대로 완전합니다

by 굥이

콘클라베


제목에서 주는 묵직함에 끌려

볼까, 말까를 망설이던 중 감독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에드워드 버거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을 떠올리며 영화관에 들어섰는데

첫 장면부터 스릴러답게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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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

더욱 몰입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우아하고 고급스러운지

정갈한 화면과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주 오랜만에

깔끔한 한정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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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드는 생각들

교회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암투와 보이지는 않는 총성이 오간다라고 들어왔는데

콘클라베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수겠지만,


그리고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콘클라베는 주님께서 직접 주관하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인지, 그런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감독의

전개방식에 숨이 가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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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영화 <관상>의 이정재가 모습을 드러내며

계단을 오르던 장면의 강렬함이

하얀색 우산을 쓴 추기경님들의 이동을 보면서 느껴졌다.


우산으로 가려진 모습 속에

꿈틀대는 욕망들이

언제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 모르는 듯한

무거운 발걸음의 행렬들

그 행렬들을 주관하시는 초월적인 존재의 선택이

임하는 곳 콘클라베



우여곡절 속에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기까지

주님의 뜻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그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복잡한 혼란 속으로 나를 이끌었지만


교황이 선출되고

교황님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걱정하는 주변의 근심에

교황님께서 주님의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이대로 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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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키가 크든 키가 작든

돈이 많든 돈이 적든

장애가 있든 없든

활발한 성격이든 조용한 성격이든


우리는 모두 이대로 완전했다.


소나무가 있고 여린 코스모스가 있고

사자가 있고 개미가 있고

빠른 동물이 있고 느린 동물이 있듯이


우리는 모두 하나하나

그대로 다 완전한 것이었다.


그 완전한 상태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감싸 안아주는 것이 우리의 소명인데,

어느 사이 우리는 키 큰 이를 부러워하고, 부자를 부러워하고,

장애라 이름지으며 확신에 찬 소리로 우리의 존재를

부끄러움 속으로 몰아가지는 않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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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이 나고 긴 영화음악 속의 자막이 끝이 날 때까지

나의 마음은 고해성사를 보는 것처럼 숙연하고

진실했으며, 회개의 울림으로 가득 찼다.

.

.

이런 울림이 오래도록

나의 마음 속에 머물러 주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그 기도 속에 늘 주님이 함께 하시기를...


by 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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