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코프 반 루이스달 <할렘풍경>,1670-75. Kunsthaus Zürich, Switzerland. Image Source: Wikimedia Commons
네덜란드 풍경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단연코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늘입니다. 이 시기 네덜란드 풍경화가들은 지평선 위로 떠다니는 구름과 그 구름들 사이사이로 통과하는 빛으로 인해 땅의 표면에 명암이 생기는 그 역동적인 순간을 캔버스에 담는 데 성공합니다. 야코프 반 루이스달(Jacob van Ruysdael, 1628-82)의 <할렘풍경 View of Haarlem with Bleaching Fields> (1670-75)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말 네덜란드 풍경화는 하늘과 구름이 다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하늘은 땅에서 빛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다 위로 펼쳐진 네덜란드의 하늘은 더욱더 장대한 아름다움을 그려냈습니다.
알베르트 코이프 <도르드레흐트의 항구>, 1650.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알베르트 코이프(Aelbert Cuyp, 1620-91)와 얀 판 데 카펠(Jan Van de Cappelle)과 같은 해경화가들은 수평선 위로 펼쳐진 하늘과 구름을 반짝이는 물결 위로 다시금 그려냄으로써 수평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장관을 만들었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닿은 듯한 공간 속 위풍당당한 선박들의 모습은 네덜란드 해상무역의 황금기를 여지없이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네덜란드는 오랜 해양무역의 전통으로 얻은 해상상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그들의 투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17세기 동서양 무역권을 장악하며 엄청난 번영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럽 최강의 해상 상업국가의 황금기를 오마주한 듯한 네덜란드 해경화는 18세기 후반 영국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얀 판 데 카펠 <무풍에 발이 묶인 범선과 다른 선박들>,1660.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영국의 네덜란드 해경화에 대한 인기는 영국의 해상세력 확장과 제국주의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닷길을 통한 무역이 가져다주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은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이는 곧 제국주의로 향한 국가적 열망과 일맥상통했습니다. 영국의 바다로 향한 가열된 열망은 그들보다 한 세기 앞서 해상무역 황금기를 지낸 네덜란드의 해경화에 대한 인기로 엿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Alexandra Libby, Water, Wind, and Waves: Marine Paintings from the Dutch Golden Age (Washington, DC: National Gallery of Art, 2018), exhibition brochure
Jean Sutton, Lords of the East: The East India Company and Its Ships (London: Conway Maritime, 1981)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
Linda Colley, Britons: Forging the Nation 1707–1837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