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로사 <바위투성이 해변가의 도적떼> 1655-60,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서양미술에서 풍경화가 독립된 미술장르로 태동하게끔 한 데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특히 벨리니, 조르조네, 티치아노와 같은 베네치아파 화가들은 전원적이면서도 시적인 풍경묘사를 구사하여 이후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4/05-1682)이나 살바도르 로사(Salvator Rosa, 1615 –1673)로 대표되는 17세기 이탈리아 풍경화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풍경화는 고전주의, 즉 그리스, 로마 신화나 고대목가시들에 영향을 받은 장르이기에 비록 양식적으로는 새로운 미술 장르이지만 유럽미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다시 말해 그리 낯설지 않은 장르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18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영국이 이런 고전주의 풍경화의 릴레이를 이어가게 됩니다.
빌렘 반 데 벨데 2세 <네덜란드 항구 입구> (1665)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야코프 반 루이스달 <숲속으로 통하는 길> (1655-60)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London
그런데 풍경화하면 네덜란드 풍경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다 위 위풍당당한 네덜란드 함대를 그린 해경화, 어디서 본 적 있으신 것 같지 않으신가요?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인적 드문 마을을 그린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풍경화가 성행하던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에서도 풍경화가 도래하였습니다. 그것도 실로 광대한 스케일로 말이지요. 당시 네덜란드 가정생활을 그린 장르화 속 집안 모습에 한두 점씩의 풍경화 액자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중산층 가정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이면서도 대량으로 풍경화가 제작되어 유통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피테르 데 호흐 <침실 The Bedroom > (1658/1660)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164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 공화국(Dutch Republic)은 농업과 해상무역등의 영역에서 큰 성공을 이루면서 마을이나 도시들이 확장되는 지리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시기가 바로 네덜란드의 ‘황금시기 Golden Age’이지요. 급속도로 발전하는 자국의 땅에 대한 관심은 당연했고 이에 네덜란드 화가들은 새로운 공화국의 땅과 바다를 회화의 주제로 격상시켜 풍경화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고 그들의 발전상을 그림으로 담아내었습니다.
살로몬 반 루이스달 <나룻배가 있는 강 풍경> 1649.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그리고 이들이 그린 풍경화와 해상화는 이후 영국 풍경화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18세기 초 영국은 이탈리아풍의 풍경화를 더욱 선호하였지만 일부 컬렉터들은 17세기 이후부터 네덜란드 풍경화와 해경화에 관심을 보이다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영국의 제국주의로의 열망과 맞물려 바닷길을 장악한 네덜란드 함대를 그린 해경화가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참고문헌
Allan R. Ruff, Arcadian Vision: Pastoral Influences on Poetry Painting and the Design of Landscape (Oxford:Windgather Press, 2015)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