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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a Park Nov 12. 2023

‘가톨릭적이 아닌’

영국의 이탈리아 풍경화 사랑 2편

 

로랭 <항구도시 A Seaport> 1644.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18세기 영국은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4/05-1682)의 풍경화뿐 아니라 풍경화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그들의 풍경화 사랑에 대한 첫 번째 이유로는 그랜드 투어를 들 수 있습니다. 17세기 중반부터 영국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은 문화와 예술의 나라들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성행했습니다. 그랜드 투어를 떠난 이들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책이나 그림, 조각, 공예품등을 사가지고 왔는데 여행지의 기억을 오래도록 남기는 수단으로는 풍경화만 한 것이 없었을 것이고 이에 이탈리아의 유적지 등을 그린 풍경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로랭 <델로스섬의 아이네이아스가 있는 풍경> 1672.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London.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랜드 투어를 시작으로 영국인들은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감상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결국 18세기 영국미술에 큰 영향을 준 장르는 풍경화 정도만을 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 유독 풍경화였을까요? 그 이유는 당시 영국의 정치, 종교적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은 16세기 헨리 8세의 종교 개혁으로 국교가 가톨릭에서 개신교의 교파인 성공회(Anglican Church)로 분리되었습니다. 유명한 천일의 앤(헨리 8세의 왕비 앤 볼린)이라는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덕분에 더 이상 가톨릭 국가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죠. 그 결과 17-18세기 영국은 가톨릭 교리나 신앙에 근거해 제작된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수려한 종교화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클로드 로랭 <파리스의 심판> 1645/1646.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더불어 이 시기 영국은 자국의 미술을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의 미술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문제에 당면해 있었기에 새로운 영국의 미술은 ‘그들과는 다른’ 혹은 ‘가톨릭적 성격이 아닌’ 장르여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말미암아 18세기 영국에서 풍경화는 종교적 주제를 담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정치, 문학, 그리고 철학 등의 다양한 담론이 가능한 미술 장르로 인식되어 성행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에게 풍경화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일종의 고급 도자기가 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참고문헌

 Vittoria Di Palma, “Is Landscape Painting?” In Is Landscape?: Essays on the Identity of Landscape, ed. Gareth Doherty and Charles Waldheim (London: Routledge, 2016).

John Ingamells, “Discovering Italy: British Travellers in the Eighteenth Century,” in Grand Tour: The Lure of Italy in the Eighteenth Century, ed. Andrew Wilton and Ilara Bignamini (London: Tate Gallery, 1996).

Jeremy Black, The English and the Grand Tour (Dover: Croom Helm, 1985).

Ann Jensen Adams, “Competing Communities in the ‘Great Bog of Europe’ Identity and Seventeenth-Century Dutch Landscape Painting,” in Landscape and Power, ed. W.J.T. Mitchell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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