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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a Park Nov 22. 2023

물길의 나라

네덜란드 풍경화 3편

야코프 반 루이스달 <밀밭> (1670)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얀 판 데 카펠 <네덜란드 선박들과 여객선이 정박해 있는 강 풍경> 1665.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London


네덜란드 풍경화 특유의 감성은 단연코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엄한 스케일의 하늘입니다. 지평선 위로 펼쳐진 구름과 하늘의 웅장함이 첫 번째 네덜란드 풍경화의 감성이라면 두 번째는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속 그 경계를 잃어버린 듯한 수평선일 것입니다.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말이지요. 특히 무풍으로 발이 묶인 선박의 모습을 그린 네덜란드 해경화는 그 물길의 고요함에 경건한 마음까지 듭니다. 그런데 이들 네덜란드 풍경화에서 조금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그건 바로 땅의 묘사가 적다는 것이지요. 길, 나무, 수풀, 들판, 강, 하천, 산 등 지면의 여러 자연요소들이 등장하는 이탈리아 풍경화와는 달리 네덜란드 풍경화는 비교적 땅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얀 반 호이엔 <할렘과 할렘 미어의 전경> (1646)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그건 바로 네덜란드의 지형과 관계가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물길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안지대가 국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북해 면해에 있는 국토는 레인강(Rijn), 마스강(Mass) 그리고 스헬더강(Schelde)등이 만드는 삼각주를 중심으로 저지대가 펼쳐져 있고 간척으로 이룬 땅이 상당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풍경화에 두는 의미가 크겠지요. 정치적 독립 이후 찾아온 경제적 호황은 도시나 마을을 확장시켰고 이에 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불어 풍경화라는 장르가 인기를 끌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제작된 풍경화와 해경화는 네덜란드의 땅과 바다의 번영에 대한 기록이 된 셈이지요.


알베르트 코이프 <도르드레흐트가 보이는 부두> 1640년대.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 C.


그런데 너무 기록적이었던 것일까요? 18세기 초 풍경화라는 장르를 처음 도입하던 영국인들의 눈에는 고전주의적 성격이 강한 이탈리아 풍경화에 비해 네덜란드 풍경화는 말 그대로 너무 기록적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1697년 9월 라이스윅 조약의 서명 이후 영국 등이 포함된 유럽연맹과 프랑스와의 9년 전쟁 (Nine Years' War, 1688–1697)이 종식되면서 영국인들의 그랜드 투어는 급속도로 활성되었고 더불어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을 이탈리아 풍경화가 충족시켜 주었던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당시 영국에서는 클로드 로랭이나 살바도르 로사의 고전주의적 풍경화가 인기를 끌었고 네덜란드 풍경화는 18세기 후반에 가서야 일부 상류층에 의해 주목을 받게 됩니다. 대중적인 인기로만 본다면 이탈리아 풍경화가 영국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반대였습니다.


윌리엄 터너 <포경선> (1845).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그 예로 19세기 초 잉글랜드 중부의 노리치에서 활약한 노리치파(Norwich school)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야코프 반 루이스달(Jacob van Ruysdael)이나 마인데르트 호베마(Meindert Hobbema, 1638-1709)와 같은 네덜란드 풍경화가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자연관찰과 소박한 감정을 살린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노리치 파는 19세기 영국풍경화의 대표주자인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1775-1851)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네덜란드 풍경화가 영국미술에 끼친 영향을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Alexandra Libby, Water, Wind, and Waves: Marine Paintings from the Dutch Golden Age (Washington, DC: National Gallery of Art, 2018), exhibition brochure

Claire Pace, “‘Paise antique’: Claude Lorrain and Seventeenth-Century Responses to Antique Painting,” Artibus et Historiae 36, no. 72 (2015)

Elizabeth Wheeler Manwaring, Italian Landscape in Eighteenth Century England (New York: Russell and Russell, 1965)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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