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보는 여행보다, 천천히 머무는 시간
나고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나고야성,
히츠마부시,
그리고 쇼핑.
아마 이 정도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짧은 여행이라면, 대부분 그 안에서 동선을 짜게 됩니다.
2박 3일 일정이라면 보통 이렇게 흐르죠.
사카에에 숙소를 잡고,
도착한 날에는 주부전력 미라이 타워부터
오스 상점가까지 한 바퀴 돌며 도시를 훑습니다.
저녁에는 미소카츠나 히츠마부시로 ‘나고야다운’ 한 끼를 먹고,
돈키호테에 들러 가볍게 쇼핑을 한 뒤 하루를 마무리하죠.
다음 날 아침에는 카페에서 ‘모닝구’를 즐기고,
나고야성을 둘러본 뒤
나고야역으로 이동합니다.
노리타케의 숲에서 여유를 보내고,
역 주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며 하루를 채웁니다.
마지막 날은 다시 사카에서
미처 하지 못한 쇼핑을 마무리하고 귀국.
조금 더 여유가 있는 3박 4일이라면,
하루쯤은 시라카와고 같은 근교 여행을 넣기도 하고요.
야경은 주부전력 미라이 타워에서 한 번 보는 정도.
여행 중 한 번쯤은 하브스에 들러
과일 케이크와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도 빠지지 않죠.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 저는
조금 다른 속도로 이 도시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빠르지 않은 도시에서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한 곳씩 천천히 머무르는 시간.
그게 생각보다 훨씬 깊게 도시를 느끼게 해 주더라고요.
사카에와 나고야역 주변은 분명 재미있고 활기찹니다.
하지만 그곳만으로는 나고야를 다 봤다고 말하기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혹은 나고야를 한 번쯤 다시 찾게 된다면
이런 곳들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츠타 신궁 안의 티하우스에서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셔보거나,
이누야마성에 올라 한참 동안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
츠루마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히가시야마 동물원에서 소풍 나온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유치원생들을 구경하거나
도쿠가와엔에서는 일본식 정원을 느껴보고,
오래된 일본식 별장 요키소에서는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어 안내를 들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는 경험도요.
한 달이나 머물렀지만
구글 지도에 찍어둔 모든 깃발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라는 핑계를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도쿠가와엔 근처에 있던 작은 베이글 가게에 꼭 가보려고 합니다.
3평 남짓한 공간에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처럼 보이던 곳이었거든요.
너무 작고 조용해서
괜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다음이라는 기회가 생기면
그땐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도 모자랄 만큼,
이 도시의 매력은 깊었습니다.
이 도시의 속도로,
게으름뱅이 여행자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는 것.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
조용한 축복 같은 추억입니다.
그래서 나고야는 저에게,
다녀온 도시라기보다
다시 가고 싶은 도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