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가을 그 자리에서]
그때 그 가을 그 자리에서
여지껏 옷자락에 묻어있는
그 가을 부스러기를 떨어낸다.
그 가을 그 자리를 견뎌내며
내게
그리고 네게
몇 겹의 가을이 더 묻었다.
채 낙엽 지지 못하고
누렇게 견디며 바스라지는
고목(古木)의 넓은 손바닥은
그 가을 빗방울이 묻어있다.
그 가을 높던 하늘은
퍼렇게 내려앉아 머리 가까이에 있다.
뒤꿈치를 들고 손을 뻗어 올리면
손끝이 하늘 안에 묻히겠다.
여지껏 남아 있는 그때 그 가을을
주름지는 목덜미에 묻히며
다시
가을로
돌아온다.
...靑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