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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 HO Feb 16. 2024

분홍 돌고래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5화 by 양세호



앞을 못 보는 분홍색 돌고래가 있었습니다. 돌고래는 태어날 때부터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습니다. 자라면서 안 보이는 것이 익숙해졌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여 주위 돌고래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자신을 보며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낼 때면 미친 듯이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어떻게 생겼길래 저리들 예쁘다고 난리일까? 


돌고래는 듣는 것 만으로는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눈을 뜰 수 있다면, 단 하루만 나를 볼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텐데... 돌고래는 울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돌고래에게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고래야 정말로 눈을 뜨고 싶으니? 


돌고래는 눈만 뜰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돌고래에게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에게 빛을 볼 수 있는 눈동자를 주는 대신 너의 입과 귀를 가져가도 괜찮겠어? 


돌고래는 상관없으니 앞만 보여달라고 하였습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돌고래도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돌고래가 눈을 뜨자 환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돌고래는 날듯이 기뻐 제일 먼저 거울 앞에 섰습니다. 


돌고래는 너무 큰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거울 속 돌고래의 모습은 다른 돌고래의 모습과 다른 분홍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는 다른 돌고래들을 원망하였습니다. 






주위 돌고래들은 눈이 안 보임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으로 밝게 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돌고래는 들을 수도 말할 수 도 없어서 돌고래들의 말이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돌고래의 마음은 점점 삐둘어졌으며, 예전의 밝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고래는 눈만 뜨면 더욱 행복해 질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불행하였고 돌고래들도 그와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돌고래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잠이 들었습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눈을 떠보니 행복해? 


돌고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시 칡흙 같은 암흑 속으로 돌아 갈래? 


돌고래는 지금이 더욱 어둡고 차갑다며 보아도 보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돌고래는 다시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돌고래가 눈을 뜨자 환한 세상이 보였습니다. 귀도 들리고 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고래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실망이 컸습니다. 돌고래는 지난밤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돌고래는 무언가 결심한 듯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집 밖을 나설 때 지그시 눈을 감았습니다. 돌고래는 볼 수 없었지만 밝은 마음의 눈을 가진 그때를 생각하였습니다. 


얼마 안 가 돌고래는 다시 모든 돌고래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눈을 볼 수 있어도 평생 뜨지 않고 살았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5화 / 분홍 돌고래 / 글 그림 양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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