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 HO Feb 09. 2024

채식주의 상어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4화 by 양세호


바다생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상어가 있었습니다. 험악한 얼굴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어슬렁 거릴 때면 주위가 얼어붙는 듯 고요하였습니다. 상어는 그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어에게 공격당한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어는 채식주의였기 때문에 고기를 잡아먹지 않았습니다. 상어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야채와 꽃을 사랑하며 취미로 뜨개질하는 것을 너무 좋아했지만 철저히 비밀로 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매 끼니때마다 고기를 잡아먹어 포식을 하였지만, 그는 슬며시 자리에서 빠져나와 채식을 하였습니다. 


친구상어들은 점점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물고기를 잡고, 먹는 모습을 아무도 본 상어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상어로서의 용맹한 모습과 거친 성격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다음 날 저녁시간에 다 같이 모여 사냥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상어는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친구들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상어는 그날 밤 약속장소에 제일 늦게 나갔습니다. 친구상어들이 배고픔에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친구들 사이로 들어간 상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친구상어들이 야채와 과일을 한 바구니씩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그가 고기를 먹던, 야채를 먹던 상관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그냥 친구이기 때문에.

이 후로 상어는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고 채식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뜨개질까지도..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4화 / 채식주의 상어 / 글 그림 양세호 

무단 배포 금지 / Copyright © 양세호 All rights reserved.

이전 13화 황제펭귄의 거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