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4화 by 양세호
바다생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상어가 있었습니다. 험악한 얼굴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어슬렁 거릴 때면 주위가 얼어붙는 듯 고요하였습니다. 상어는 그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어에게 공격당한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어는 채식주의였기 때문에 고기를 잡아먹지 않았습니다. 상어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야채와 꽃을 사랑하며 취미로 뜨개질하는 것을 너무 좋아했지만 철저히 비밀로 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매 끼니때마다 고기를 잡아먹어 포식을 하였지만, 그는 슬며시 자리에서 빠져나와 채식을 하였습니다.
친구상어들은 점점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물고기를 잡고, 먹는 모습을 아무도 본 상어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상어로서의 용맹한 모습과 거친 성격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다음 날 저녁시간에 다 같이 모여 사냥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상어는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친구들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상어는 그날 밤 약속장소에 제일 늦게 나갔습니다. 친구상어들이 배고픔에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친구들 사이로 들어간 상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친구상어들이 야채와 과일을 한 바구니씩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친구상어들은 그가 고기를 먹던, 야채를 먹던 상관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그냥 친구이기 때문에.
이 후로 상어는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고 채식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뜨개질까지도..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4화 / 채식주의 상어 / 글 그림 양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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