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3화 by 양세호
아주 과묵한 황제펭귄이 있었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했으며, 유일한 취미는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딜 가나 거울을 가지고 다녔고, 틈만 나면 꺼내어 보았습니다.
어느 날 거울이 말하였습니다.
이봐! 지긋지긋하지도 않냐?
난 네 얼굴 보는 게 이젠 정말 싫어!
황제펭귄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멋진 얼굴이 보기 싫다니..
그 뒤로 거울은 황제펭귄이 볼 때마다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너의 얼굴보다는 주위의 친구, 가족을 보면 어떨까?
훨씬 더 사랑스럽고, 멋진 얼굴을 볼 거 같은데.
황제펭귄은 거울의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얼굴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황제펭귄은 한동안 거울을 보지 않다가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때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으며, 대화의 주제는 자신이었습니다.
어릴 적 함께 놀던 이야기,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이야기 등 등
황제펭귄과 친구들이 함께 보낸 추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황제펭귄이 눈을 감자, 지난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였으며
친구들의 해맑게 웃는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눈을 뜨고 다시 거울을 바라보자, 가족들의 저녁식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빠펭귄, 엄마펭귄, 동생펭귄들은 조촐한 음식이었지만 행복해 보였습니다.
가족들은 황제펭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황제펭귄을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집에 자주 와주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엄마펭귄은 동생들에게 황제펭귄의 어릴 적 모습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황제펭귄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지낸 얼굴들이었습니다.
황제펭귄은 거울을 다시 보았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습이 아닌 가장 불쌍한 얼굴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후로 황제펭귄은 거울을 보지 않았으며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3화 / 황제펭귄의 거울 / 글 그림 양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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