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2화 by 양세호
아침에 눈을 뜨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오리가 있었습니다. 날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 수 없는 자신을 생각하며,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저녁 늦게까지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불만이 극에 달한 오리는 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날개를 흔들어 새들처럼 비상을 시도하기도 하고, 높은 데서 떨어져 보기도 하였지만 주위 닭과 오리들에게 비웃음 거리만 되었습니다.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편하게 살라고, 왜 굳이 날려고 하냐며 띠룩띠룩 살찐 닭과 오리들이 웃으면서 소리쳤습니다.
그날도 날려고 기를 쓰다 온몸에 상처투성이로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엄마오리는 다정한 미소로 오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오리는 엄마에게 얘기하였습니다.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저한테는 이렇게 멋진 날개가 있는데 왜 날 수 없는 거죠?
전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나요?
오리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엄마오리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아마 평생 동안 너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단다.
꿈을 향해 노력해 가는 과정이 하늘을 나는 것 이상의 기쁨과 만족을 줄 거야.
꿈이 있는 오리는 날지 못하더라도 이미 그 꿈을 향해 날아가고 있으니까.
엄마오리는 붉은 머플러를 꺼내어 오리의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포기하고 싶거나, 누가 뭐라 해도 이 붉은색 머플러를 보며 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계속 간직하라고 말하였습니다. 오리는 그날 밤 드넓은 창공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으며, 평생 꿈을 잃지 않고 살았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2화 / 붉은 머플러 오리 / 글 그림 양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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