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 HO Jan 26. 2024

붉은 머플러 오리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2화 by 양세호 


아침에 눈을 뜨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오리가 있었습니다. 날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 수 없는 자신을 생각하며,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저녁 늦게까지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불만이 극에 달한 오리는 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날개를 흔들어 새들처럼 비상을 시도하기도 하고, 높은 데서 떨어져 보기도 하였지만 주위 닭과 오리들에게 비웃음 거리만 되었습니다.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편하게 살라고, 왜 굳이 날려고 하냐며 띠룩띠룩 살찐 닭과 오리들이 웃으면서 소리쳤습니다. 



그날도 날려고 기를 쓰다 온몸에 상처투성이로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엄마오리는 다정한 미소로 오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오리는 엄마에게 얘기하였습니다.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저한테는 이렇게 멋진 날개가 있는데 왜 날 수 없는 거죠? 

전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나요? 


오리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엄마오리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아마 평생 동안 너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단다. 

꿈을 향해 노력해 가는 과정이 하늘을 나는 것 이상의 기쁨과 만족을 줄 거야. 

꿈이 있는 오리는 날지 못하더라도 이미 그 꿈을 향해 날아가고 있으니까.



엄마오리는 붉은 머플러를 꺼내어 오리의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포기하고 싶거나, 누가 뭐라 해도 이 붉은색 머플러를 보며 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계속 간직하라고 말하였습니다. 오리는 그날 밤 드넓은 창공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으며, 평생 꿈을 잃지 않고 살았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2화 / 붉은 머플러 오리 / 글 그림 양세호 

무단 배포 금지 / Copyright © 양세호 All rights reserved.


이전 11화 우산 악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