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1화 by 양세호 ⓒ 양세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햇빛이 쨍쨍 찌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악어가 있었습니다. 악어는 어딜 가더라도 검은 우산을 들고 다녔으며, 한시라도 놓치를 않았습니다.
주위 동물들은 이런 악어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악어에게는 말 못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못생긴 자신의 얼굴 때문이었습니다.
악어는 다른 동물들이 험상궂게 생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피하는 일이 많아 속상해하였습니다. 그래서 외출하는 동안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검은 우산을 쓰고 다닌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악어에게 또 다른 고민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악어 아가씨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악어는 편지를 열심히 써서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통씩 몇 달을 보내자 그녀에게서 만나자는 답장이 왔습니다. 악어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도망갈지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랜 생각 끝에 악어는 비 오는 날 만나자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침부터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악어는 기쁨반 걱정반을 가슴에 앉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악어는 마음 졸이며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면서 구름사이로 태양이 나타났습니다. 악어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뒤에 그녀가 서있었습니다. 악어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그의 우산 속으로 슬며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우산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따듯하게 감싸듯 잡으며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우산으로 가릴 수 있지만 착한 마음과 사랑은 가릴 수 없다고....
이후로 악어는 사랑을 시작하였으며, 우산은 비가 오나 눈이 올 때만 사용하였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1화 / 우산 악어 / 글 그림 양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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