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 HO Jan 12. 2024

러브 로망 거북이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0화 by 양세호 ⓒ 양세호




세상에서 가장 멋있으며,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자신 마음대로 이성을 사로잡을 수 있고, 누구도 자신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거북이는 많은 이성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 귀찮게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북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성이 나타났습니다. 


거북이는 늘 하듯이 자신 있게 사랑고백을 하였습니다. 당연히 자신의 마음을 받아 줄거라 믿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차가운 거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사랑을 받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뒤로 거북이는 세상에 진귀하다는 보물들을 찾아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고, 폭설이 쏟아지는 산을 넘고, 태양빛이 작열하는 사막을 넘어 다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구해온 보물들을 그녀에게 모두 선물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심이 없다는 이유로. 당신을 위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지고 왔는데 진심이 없다니...


거북이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거북이는 집에 들어와 눈을 감고 진심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거북이의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모험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성난 파도가 잠잠해진 저녁바다 위에서 별빛을 바라보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푹 풍이 지나간 검은 하늘 위로 별보석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제일 먼저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같이 바라보았으면..... 거북이는 눈 덮인 산을 힘겹게 기어오르던 일이 기억이 났습니다. 눈바람을 뚫고 정상에 오르자 구름의 바다가 찬연하게 펼쳤습니다. 거북이는 제일 먼저 그녀가 떠올랐다. 함께 있었으면.... 


거북이는 등갓이 갈라질듯한 고통을 넘기며 사막을 걷고 있는 상황이 기억났습니다.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거북이는 불현듯 눈을 뜨고 그녀에게 달려갔습니다. 거북이는 그간의 모험담과 매 순간 보았던 멋있는 장면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다는 말을 전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이제야 당신의 진심이 보인다고,  거북이는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둘은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10화 / 러브 로망 거북이 / 글 그림 양세호 

무단 배포 금지 / Copyright © 양세호 All rights reserve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