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의 푸른 밤

리우데자네이루 1

by 장성순

대서양의 바람을 맞으며 / 3월 18일 화요일


여행 일정표의 마지막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했다. 초록의 밀림과 웅장한 폭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터라 리우데자네이루의 도시 풍경이 좀 서먹하다.


오늘은 자유일정이라 선물 쇼핑을 하러 쇼핑센터에 갔다. 널찍한 출입구만 해도 여러 개 있는 엄청 큰 쇼핑센터다. 길고 긴 복도를 걸어 다니며 수많은 상점들을 지나치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다 싶어 발길을 멈추게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필요해서 이미 갖고 있는 물건에 또 다른 하나를 보태면 그것은 짐이 된다. 쇼핑은 종종 짐을 늘리는 일이 되곤 하니, 그래서 나는 쇼핑이 쉽지 않다.


일찌감치 호텔로 들어와 17층 옥상에 있다는 야외수영장에 올라갔다. 내 예상대로 바다 전망이 근사하다. 비치베드 여러 개가 수영장 방향과 바깥 방향으로 놓여 있는데, 바깥 방향 베드에 누우면 대서양의 드넓은 바다와 해변을 따라 부서지는 파도가 한눈에 보인다. 대서양의 물빛은 동해와 참 많이 닮아있으나 여기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더 넓고 멀고 깊어 보인다.

대서양을 건너온 바람이 산들거린다. 바다 저쪽 끝에서 힘차게 달려온 바람. 푸르고 깊은 바다를 디디고 달려 해안 끝자락에 닿은 후에야 하얀 포말로 모래 위에 사뿐히 신발을 벗어 놓는다.


어둠이 내릴 즈음 산들거리던 바람은 거친 숨소리로 바뀐다. 잿빛 구름이 잔뜩 내려앉은 걸 보니 예쁜 일몰 보기는 틀린 것 같다.


IMG_9062.JPG 호텔 옥상에서 내려다본 해변의 모습
IMG_9074 -2.jpg 수평선을 바라보고 누워있으면 마음은 참 멀리도 간다


점차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해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행렬의 불빛과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아름다워 한참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서쪽 하늘을 보니 붉은 노을과 어두워진 하늘 사이로 직선의 빛줄기가 퍼지며 경이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드넓은 공간으로 곧게 뻗어나가는 빛줄기는, 구름 뒤에 숨은 해가 하늘을 향해 불그스름한 조명을 쏘아 올린 것 같다.


지는 해와 구름이 연출한 장관은 몇 분 사이에 스러지고 문득 밤이 성큼 다가온다. 바닷물 색은 검게 변하고 대서양의 푸른 밤하늘은 깊은 생각에 침잠한 듯 고요하여 한 점 움직임이 없다.

이제 바람이 차가워지니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해안도로를 흘러가는 반짝이는 불빛을 뒤로하고 카메라를 챙겨 방으로 내려왔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장식해 준 의외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IMG_9085.JPG 일몰 대신 만난 하늘의 조명 쇼
IMG_9089.JPG 푸른 밤하늘과 검은 바다, 그리고 해안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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