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수 폭포 2
오늘도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간다. 어제 본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으니 출발하면서부터 기분이 들뜬다. 하늘은 푸르고 하얀 구름은 보기 좋게 떠있다. 길은 좁고 사람들은 많으나 다들 기대에 부푼 표정들이다.
중간중간에 설치된 전망대에 잠시 멈춰서 저 멀리 바라보면 초록으로 뒤덮인 밀림 속 여기저기 뽀얗게 폭포가 떨어져 내린다. 빨랫줄을 팽팽히 당겨 흰 빨래를 널어놓은 듯 단정한 선 위에서 폭포가 줄지어 떨어진다. 그렇게 크고 작은 폭포가 수백 개는 되는 것 같다. 두세 개의 계단을 이루며 가지런히 떨어지기도 하고, 두 계단이 이어져 하얀 실타래를 풍성하게 늘어뜨린 듯 흐르기도 하고, 밀림 속에 숨어 가느다란 수십 개의 물줄기를 안개비처럼 뿌리기도 한다.
전망대 가는 길의 끝에서 만난 폭포는 가까이 볼 수 있어서인지 엄청난 규모가 실감 난다. 어제 본 '악마의 목구멍'과는 또 다른 장대함이다. 여러 개의 수문을 한꺼번에 열어젖힌 것처럼 거대한 물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까마득한 높이의 폭포를 마주하고 있으면 계곡을 가득 메운 물방울들이 보슬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오후에는 폭포를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보트를 탔다. 이번에는 폭포 주변에서 맞은 안개비 정도가 아니라고 해서 우비까지 챙겨 입었다.
보트는 맞바람을 맞으며 계곡 상류를 향해 속도를 낸다. 습기를 머금은 계곡 바람이 밀려와 더운 기운을 날려버린다. 어제 위쪽 전망대에서 멀리 내려다볼 때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계곡물이, 가까이 와보니 급류가 휘몰아치고 있다. 큰 돌들이 강바닥 곳곳에 있어서 물이 소용돌이치는데 심한 곳은 바다의 파도를 보는 것 같다. 그 크기로 미루어 강의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이 된다. 보트는 소용돌이치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계곡 멀리서 가느다랗게 보이던 폭포도 그 옆을 지나갈 때쯤이면 수량이 풍부한 커다란 폭포로 변해있곤 한다.
그렇게 여러 개의 폭포를 구경하며 올라가다가, 보트는 커다란 폭포 앞에서 잠시 망설이듯 준비를 하더니 폭포를 향해 돌진한다. 사전 예고가 있었음에도 정신이 없다. 머리 위에서 마구 쏟아지는 물줄기의 느낌은 마치 폭포가 부드러운 여러 개의 손길로 나를 밀치는 것 같다.
수많은 탄성과 비명이 지나가면 보트는 잠시 폭포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한번 폭포를 향해 들어간다.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로 배는 곧장 돌진하는 것 같지만 폭포수가 퍼붓는 물더미의 힘을 이기지 못해 매번 옆으로 방향을 튼다. 우리는 부스러지는 수만의 물줄기와 물방울에 휩싸이며 소리를 지른다. 성난 야생을 희롱하듯 폭포를 드나들며 물을 맞고 또 맞고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용감하게 돌진한다. 폭포는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아빠처럼 매번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고 놀아준다. 웃고 소리 지르는 우리를 향해 폭포는 성난 듯 거짓고함을 지르지만 물안개 속에서 어쩌면 속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나이를 잊고 아이들이 되어 신나게 놀았다.
돌아오는 길 저 멀리 뽀얀 물안개 너머에는 폭포들이 그림처럼 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