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영상음악 작곡가이다. 다소 생소한 직업이고 나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나의 음악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 통해 시청자의 귀에 전해지고 있어 대중의 일상과 그리 멀지 않다.
스물아홉 살에 나는 작곡가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영상음악 작곡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수많은 유명한 작품들에 참여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우리가 무언가 되기로 마음을 먹어도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각자 처한 상황이 복합적이라 바라는대로 되지도 않지만 우리는 뜻하지 않게 무언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생에 실패가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인데 너그럽게 바라봐주면 어떨까? 그게 자기 자신이라면 더더욱.
돌이켜보면 29살의 새로운 도전은 전혀 늦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후 만나게 될 인생의 기로가 얼마나 많을지, 순간순간 얼마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그땐 전혀 알지 못했다. 100세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요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늦은 시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뭇거리다 보면 영영 그 기회를 놓칠 지도 모른다. 늦게 꿈을 찾고 이루었던 내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