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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Jun 09. 2024

개와 함께 개척하는 길

부르고스부터 오르니요스까지

햄치즈 덮사료

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오늘도 아침은 햄치즈 덮사료로 차려줬다. 저지방 칠면조햄에 저염치즈라 소량 급여 시 (루카의 경우) 다행히 별 문제는 없다. 

Fuente La Cascadilla

Parque de la Isla라는 큰 공원에서 강아지 산책시키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강아지들끼리 인사시키는 스타일은 아니라 그런 점에서 이곳 펫 문화가 마음에 든다. 마드리드는 특정 시간대(2000~1000)에 오프리쉬를 허용하는 공원도 있었는데 도시마다 규정은 다른 것 같다. 

평탄한 고원

메세타는 부르고스부터 레온까지 약 200km 이어진다. 평탄한 지형이라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늘이 진짜 1도 없다. 날씨에 따라 고생길이 될 수 있겠다. 직장인처럼 시간이 부족한 경우 아예 대중교통으로 레온까지 이동하면 일정을 8일 정도 단축할 수 있다.

따르다호스의 산타 마리아 성당

이날 이동거리는 20km. 숙소나 일정상 제약이 없다면 하루 최적 거리가 아닐까 싶다. 그 이하는 금방 끝나는 느낌이라 뭔가 아쉽고, 그 이상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마음과 발걸음 모두 가벼운 날은 인증샷을 더 많이 남기게 된다.  

기적의 패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를 지난다면 모나스떼리오 성모 성당은 꼭 들어가 보길 권한다. 수녀님께서 순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축복 기도를 해주시고 기적의 패를 목에 걸어주신다. 반려견 출입은 안 될 것 같아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있었는데 루카랑 같이 들어오라고 하셨다. 

Ermita de Nuestra Señora del Monasterio
주소 : Cam. de Santiago, 14, 09130 Rabé de las Calzadas, Burgos
구글 지도 : https://maps.app.goo.gl/6kfVQ56biEyyh1589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

마음씨 따뜻한 수녀님 덕분에 이 작은 마을이 기억에 남는다. 수녀님이 안아주시자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보였다.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수녀님이 주신 목걸이를 계속하고 다녔다. 

그늘 없는 메세타

순례자 사무소 통계에 의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는 8월이다. 더위에 취약한 털북숭이와 걷는다면 특히 메세타 구간은 날씨 체크가 필수다. 

오르니요스 조망대

오르니요스 조망대부터 완만한 내리막이 시작한다. 순례길 통틀어 제일 마음에 드는 드론 사진을 바로 여기서 찍었다. '노새 죽이는 내리막'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시바는 아직 팔팔하다. 목표가 뚜렷이 보이니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성취감이 느껴진다. 

마을 입구

마을 이름은 '화덕'을 뜻하는 '오르노(Horno)'에서 유래했다. 전형적인 순례길 마을의 모습을 갖췄으며 규모는 크지 않았다. 

대왕 보까디요

숙소 건너편에 동네 슈퍼가 하나 있는데 햄 & 치즈 보까디요를 주문했다. 빵 크기가 거의 루카 몸통만 해서 점심과 저녁을 간편히 해결할 수 있었다. 

Alimentacion
주소 : C. Cantarranas, 18, 09230 Hornillos del Camino, Burgos
구글 지도 : https://maps.app.goo.gl/U4qsTHeQuKDQsULq7
De Sol a Sol 내부

순례자들이 많이 가는 '알베르게 미팅포인트'는 반려견 동반은 어렵다고 해서 왓츠앱으로 De Sol a Sol을 예약했다. 우리는 1층 방에 배정되었고 화장실에 기본으로 샴푸와 바디워시가 제공되었다. 

De Sol a Sol
주소 : C. Cantarranas, 7, 09230 Hornillos del Camino, Burgos
연락처 : +34 649 876 091
비용(24년4월) : 더블룸 €55, 조식 €4
라운지

추가로 €4를 지불하면 다음 날 조식을 먹을 수 있다. 뷔페식은 아니고 토스트, 크루아상, 잼, 버터, 오렌지 주스, 커피로 구성된다. 맛은 지극히 평범하다. 

잔디 마당

사방이 막힌 작은 마당에서 루카를 풀어둘 수 있어서 좋았다. 여름에는 작은 풀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피곤한 순례견
순둥순둥한 표정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루카는 친해지고 싶어요.

이날 비아리츠~생장 셔틀을 같이 탔던 한국인 순례자를 다시 만났는데 사실은 강아지를 무서워한다고 밝히셨다. 셔틀 업체가 강아지가 같이 타도 될지 물어봤을 때 '어마어마한 셰퍼드'가 탈까 봐 걱정을 했는데 한국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걸 보고 반가웠다는 비하인드를 들었다. 동반 탑승에 동의를 해주셔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 더욱 감사했다. 

다른 순례자들에게 루카는 순례길에서 처음 보는 순례견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인상을 남겨서 다행이고 그래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을 느낀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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