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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Jun 22. 2024

순례길에서 첫 오프리쉬

까리온 & 떼라디요스

보아디야 델 까미노

보아디야 델 까미노 오전 6시경.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까지 25km 정도 걷는 날이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N-980 도로 오른쪽을 따라 걷다 보면 살짝 언덕이 있고, 그다음 내리막의 끝에 까리온이 있다. 청동으로 만든 순례자 동상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마을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건물은 Ermita de La Piedad라는 예배당이다. 

산따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
마지막까지 건강히 걸을 수 있길!

12세기에 지어진 산따 마리아 성당은 까리온에서 제일 규모가 큰 성당이다. 기도를 남길 수 있게 종이와 펜이 마련되어 있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수수료 없는 ATM(트래블월렛 기준)을 찾아 현금을 뽑았다. Unicaja나 Abanca 은행으로 검색하면 유로6000 마크가 있었다.

Hostal Santiago는 원칙적으로 반려견 동반이 안되지만 이메일 문의를 했더니 루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크기가 가늠이 되도록 배낭이랑 같이 나온 사진을 보냈고 몸무게도 알려드렸다. 

Hostal Santiago
주소 : Pl. los Regentes, 8, 34120 Carrión de los Condes, Palencia
사이트: hostalsantiago.es
비용(24년4월) : 개인실 €40
비고 : 사전에 반려견 사진을 이메일로 전달

숙소 1층에 있는 커피 자판기. 컵을 셀프로 받쳐줘야 하는 줄 몰라서 반컵은 흘려보냈다. 아까운 내 카페인. 

숙소 옆에 길쭉한 잔디 마당이 있는데 루카는 똥밭에 뒹굴며 머드팩을 얻었다. 다행히 마당에 호스가 있어서 체크인 전에 대충 얼굴을 씻어줬다. 사진은 씻은 후 모습.

Piedad 예배당에서 길을 건너 까미노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이런 꽃밭이 있다. 낮에는 더워서 그냥 지나쳤고 저녁 산책 겸 오프리쉬를 하러 다시 찾았다. 이번 순례길에서 첫 오프리쉬였는데 배경 이쁘고 아무도 없고 성공적!

다음 날은 까리온에서 떼라디요스까지 26km 이동. 아침 일찍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오프리쉬.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저기서 진드기가 붙은 것 같다...

까리온에서 첫 번째 마을까지 17km라 단단히 각오하고 걷고 있었는데 중간에 푸드트럭 비슷한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가격은 2로 일반 카페보다 비쌌지만 오렌지주스와 쿠키가 같이 나왔다. 

쭉쭉 뻗은 밀밭길. 오프리쉬를 한번 맛보고 또 풀어주고 싶었지만 간식이 떨어졌다. 이때 또 풀어주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게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진드기가 20마리 정도는 있었다.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에서 드디어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큼직한 또르띠야와 바게트 두 조각. 루카랑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레디고스

레디고스에서 산티아고까지 373km 남짓. 언제 이렇게 걸어왔지? 줄어드는 거리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커져간다. 우린 아직 더더더 걸을 수 있는데..!

떼라디요스 데 로스 뗌쁠라리오스

마침내 도착한 떼라디요스 데 로스 뗌쁠라리오스. 어째 마을 이름이 점점 어려워진다. 남들보다 일찍 출발해서 거의 1등으로 도착한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 그늘에서 잠시 휴식.  

표지판마다 기준이 다른 건지 여기서는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조금 늘어났다. 오히려 좋아.

떼라디요스는 규모가 작고 우리가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기도 해서 알베르게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작은 매점이 있고 메뉴 델 디아는 14다. 배낭에 있던 행동식으로 대충 때우고 자판기만 이용했다.

Albergue Jacques de Molay

이렇게 생긴 개인실로 안내받았고 일회용 침대시트가 제공되었다. 자유의 대가로 붙여온 진드기들을 빗으로 제거하고 이제 오프리쉬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Albergue Jacques de Molay
주소 : Calle Iglesia, 10, 34349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Palencia
왓츠앱 : +34 657 16 50 11
비용(24년4월) : 개인실 €30, 반려견 추가요금 €5

알베르게에 묵는 순례자들에 비해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넉넉해서 대기는 없었다.

손빨래를 하고 1층 건조대에 널어두니 금방 말랐다. 4면 또르띠야를 한 조각 먹고도 남는 가격이니 세탁기는 쳐다보지 않는다.

1층 라운지에는 이해인 수녀가 쓴 산문집이 있었다. 짐 무게를 덜으려고 책을 다 읽으면 이곳에 두고 가는지 글로벌한 컬렉션이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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