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영업관리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점포에 발생되는 모든 일을 다처리하는 사람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편의점 영업관리자 정말 편해 보이던데? 점포에서 컴퓨터만 주구장창 하고 가더라"
알바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트북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심지어 어떤 분은 10분도 안 지나서 바로 나가던데, 정말 편해 보인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취업시장에 뛰어들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편의점 영업관리자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대표적인 편의점 브랜드 CU, GS, 세븐일레븐, 이마트 회사 평점이 모두 3점 미만이다. 회사 욕을 그렇게 주구장창 써 내려간 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나 즐겁게? 다니고 있다.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점포를 다니면서 경영주를 만나는 것도 즐겁기 때문이다.
물론 흔히 말하는 '현타'라는 것이 올 때가 꽤 많기는 하다. 하지만 유통업에 종사한다면 당연 '까대기'라는 노가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 까대기 : 유통업에서 물류정리를 할 때 쓰는 표현, 보통 박스를 뜯어 상품을 진열하고 정리를 하다 보니 단순노동으로 인식된다. 대학교 졸업하고 왜 내가 이런 걸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
편의점 영업관리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큰 본질은 점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컨설팅을 경영주에게 해주는 사람이다. 노트북으로 점포에 필요한 집기(진열대 등)를 사기도 하고,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여 판매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경영주에게 회사의 중요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주하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다.
(수많은 업무들이 많지만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중점업무이다.) 그래서 설득이 중요하면서도 친분이 중요하다. 설득이 되지 않으면 친분으로 발주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기 때문이다.
"점주님 이번주 신상품 빵빵이 하이볼 나왔어요. 요즘 SNS에서 인기 장난 아니에요. 무조건 발주 챙기셔야 해요!"
"빵빵이? 무슨 거지 같은 캐릭터야, 처음 들어보는데 이걸 누가 사 먹어, 폐기날것 같아 안 시킬래"
어떤 느낌인지 알겠는가? 매주, 매달 신상품이 쏟아지는데 그중에서 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점포에 발주지도를 해야 하는 상품들이 있다.
편의점 영업관리자들은 그 상품을 밀어 넣으려고 하고, 점주는 폐기가 날것이라며 거부한다. 어떻게 해서든 설득하여 점포에 해당 상품이 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득을 잘하거나, 친분을 쌓아서 발주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자신만의 방식 데로 영업관리를 하게 된다. 이 '발주 지도' 때문에 사실 편의점 영업관리자는 본사직원으로 '갑'이지만 실질적으로 '을'로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점주는 말한다.
"폐기 날 것 같은데, 내가 00씨 봐서 한번 넣어볼게"
"넣어줄 테니까 대신 나중에 폐기비용 지원 좀 해줘 봐"
"알겠어. 신상품 넣어줄게, 그럼 00씨는 뭐해줄래?"
모든 점주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처럼 챙겨주는 사람도 있고, 갑질을 일삼는 점주도 있는 거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곤 한다.
만으로 2년, 3년 차 편의점 업계에 있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기가 막힌 일들이 꽤 생긴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한번 연재해보려고 한다.
발주지도 말고는 또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편의점 영업관리자의 삶을 구경할 사람은 구독을 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