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플라타너스가 손을 내밀 즈음,
내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꽉 찬 세상도 여백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에게.
처음엔
아프리카 마른 샘만큼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저 들뜬 기분을 주거니
그저 이쁜 모습을 보거니
나중에 들었는데,
운명의 끈을 하늘 어디엔가 애써 감춰 두고
꺼낼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대요.
하얀 돌이 가득한 신작로에
먼지를 태운 정겨운 버스처럼
그녀의 애태움이 내 심장에 다가왔을 즈음,
이미 그녀가 내게 있었음을 깨달았죠.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P.S
사랑은 주로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에 이끌려온다. 늘 다니던 길에서도 올 수 있고, 무거운 회의 중에도 올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무언가에 끌려 마주 선 남녀는 점점 사랑을 화분처럼 키우기 시작한다.
마치 새로 산 신발처럼 아끼고 설레며, 자다가도 잘 있는지 확인을 거듭한다. 사랑의 시작을 늘 그런 것이다. 이내 예의 바른 존댓말이 친구의 언어로 바뀌면 남녀의 사랑은 꽃과 나비가 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말과 존댓말 사이에 설렘을 실어 보내다 보면, 온갖 세포들이 전기전도체(電氣傳導體)가 되어 머리끝에 모이는 신기한 체험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나의 서툰 사랑은
그녀가 먼저 다가와 확인해 준 고마운
첫사랑이었다.
'내게도 오긴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