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과 수준

둥지에서 가만히 입 만 벌린 아기새

by 김해난

학교를 다니는 것 과 공부를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학교만 갔다 오면 공부를 다 한 것이 아니다

학교를 다녔다고 해서

공부를 했다거나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냥 학교를 다녀왔던 것

해야 할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왜 교회는

교회만 다녀왔다고 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여겼던 것일까


교회를 다녀와도 그냥 다녀왔던 것일 뿐인데

교회만 다녔다고 해서 내가 바뀌는 게 아닌데

헬스장 등록하고 헬스장만 갔다고 해서

내 몸이 성장하는 게 아닌 걸 아는데

왜 신앙은 가만히 있으면 다 된 것처럼 여겼던 것일까


밖에서는 멋있는 어른 멋있는 선배

나누고 베풀며 자리를 잡으려 발버둥 치는데

왜 교회만 들어오면

그저 둥지 안에서 가만히 입만 벌려 먹이만 바라는 아기새처럼

나누거나 배우려거나 나아지려 노력하지 않는 것일까


나를 살리기 위해서 먹이를 주지 않으시고

둥지 밖으로 밀어냈던 것인데

내 수준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밀려난 둥지 밖 또한 준비된 곳임을 모르고

혼자 극복했다며 자만했고

왜 이런 시련 주시냐 원망했다


그냥 배고프다며 불평만 하는 게 편하니까

앉아서 해주기를, 받기를 바라는 게 편하니까

그렇게 사는 대로 생각하면 편하니까

생각을 안 하면 편하니까


교회 다녀왔으니 내 할 본분을 다 한 것이라 믿고

나는 역경과 고난을 극복했다며

그동안 둥지 안에서 먹이고 길러주신 은혜는 잊고

혼자 살았던 것처럼 혼자 성장했던 것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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